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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 자석 수출 규제로 세계 자동차업계 생산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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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 자석 수출 규제로 세계 자동차업계 생산 중단 위기

포드 등 주요 업체들 공장 가동 중단 검토... 부품 생산 중국 이전도 고려
중국 내몽골의 바얀 오보 광산에서 채굴자들을 볼 수 있다. 바얀 오보 광산은 희토류 광물을 포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내몽골의 바얀 오보 광산에서 채굴자들을 볼 수 있다. 바얀 오보 광산은 희토류 광물을 포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통제 때문에 생산 중단 위기에 놓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일(현지시각)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규제 때문에 몇 주 안에 조립 라인을 닫아야 할 상황을 걱정하며 일부 부품 생산을 중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4월부터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을 포함한 희토류 금속으로 만든 자석을 수출하려면 기업들에게 허가 신청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자석이 고온에서 작동하는 데 필요한 희토류 원소의 세계 공급량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부터 F-35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세계 현대 기술의 상당 부분이 이 자석에 달려 있다.

포드 생산 중단 현실화... 업계 전반 확산 걱정


실제로 포드 모터는 희토류 부족 때문에 지난달 시카고 공장에서 포드 익스플로러 생산을 일주일 동안 멈췄다고 대변인이 밝혔다. 이는 중국의 수출 규제가 미국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보여주는 첫 사례로 평가된다.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몇몇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와 전기차 제조업체, 그리고 공급업체들이 공장 폐쇄 위기를 피하려고 일부 자동차 부품 제조를 중국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살피고 있는 방안으로는 중국 공장에서 전기 모터를 생산하거나 미국산 모터를 중국으로 보내 자석을 달아주는 것이 있다.

한 자동차 제조업체의 공급망 관리자는 "중국에서 자석을 수출하려면 허가를 받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중국산 모터에 자석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자동차 혁신 연합과 자동차 공급업체 협회(MEMA) 대표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에서 희토류 부품을 더 이상 들여오지 않으면 자동차 생산이 곧 줄거나 멈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중국 밖에서 이러한 부품의 공급망과 공급업체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나 추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국내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자동차 부품에 꼭 필요한 부품의 즉각적인 부족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에서 희토류 원소는 전기 자동차 모터의 고속 작동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와이퍼와 헤드라이트처럼 덜 특별하나 중요한 기능에도 쓰인다. 희토류 자석 공급이 중단되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이 일반 승용차나 트럭보다 더 큰 타격을 받는다. 전기차 한 대에는 가솔린차보다 훨씬 많은 희토류 원소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갈등 속 바뀐 결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일부 생산을 중국으로 옮기게 된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불러들이려는 뜻으로 시작한 무역 전쟁의 뒤바뀐 결과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백악관과의 90일 관세 휴전 협정의 일환으로 희토류 자석 수출 통제를 완화할 예정이었으나 자석 관련 라이선스 승인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과의 합의를 어겼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인공지능(AI) 칩 수출 제한 및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등 워싱턴의 "차별적이고 제한적인 조치"를 비난하며 자신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맞섰다.

피해는 미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일본과 인도의 자동차 회사들도 제조 차질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독일 자동차 산업 로비 단체 회장인 힐데가르트 뮐러는 "일부 면허가 발급되었으나 현재로서는 원활한 생산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상황이 빠르게 나아지지 않으면 생산 늦어짐이나 심지어 생산 중단까지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현재 중국 공장에서 직접 사는 대신 유럽과 아시아에서 자석을 대체할 공급원을 찾고 있다. 그러나 한 회사 관계자는 이러한 공급원 중 어느 곳도 자동차 산업의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자석을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기차 대신 가솔린 차량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기업들이 연방 연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위험이 있고, 이는 벌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테슬라나 리비안과 같은 전기차 제조업체에서 배출가스 상쇄를 위해 살 수 있는 규제 크레딧은 2027년까지 판매된다.

자석 부족 상황을 버티는 또 다른 방법은 희토류 자석을 쓰지 않는 옛날 전기 모터 기술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지금 쓰는 모터가 더 싸고 효율이 좋아서 과거 기술을 버렸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여러 개의 작은 전기 모터를 쓰는 조절식 시트와 같은 일부 고급 기능을 빼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희토류 자석을 쓰는 고급 스피커 시스템도 하위 버전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