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폐기하고 새로운 법안 마련해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감세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머스크는 해당 법안을 ‘역겨운 혐오물’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을 부채의 노예로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의회를 향해 "법안을 폐기하라(Kill the Bill)"고 촉구했다.
5일(현지시각)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X를 통해 "여러분의 상·하원 의원에게 전화하라"면서 "미국을 파산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5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 상한선을 늘리고 재정적자를 키우는 예산안 대신, 새로운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의 이러한 비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예산안을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며 강력 지지한 이후 본격화했다. 머스크는 이틀 동안 20건이 넘는 X 게시글과 관련 글 공유를 통해 해당 법안의 문제점과 미국의 부채 규모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해당 법안은 2017년의 세금 감면을 연장하고 국방 및 국경 보안 예산을 증액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지만 비당파적 기관인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이 향후 10년 동안 연방 적자를 약 2조4000억 달러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근까지 백악관의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연방 지출 감축을 주도했던 머스크의 이번 공세는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를 반영하고 있다.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머스크의 공개적 비난이 백악관 측에 "불청객과 같은 놀라움"이었다고 CNBC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에 대해 실망했을 뿐, 분노한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여전히 법안을 지지하고 있으며 통과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가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머스크는 전기차 및 우주항공 사업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법안에 포함된 전기차 세금 공제 축소와 같은 조항들이 자신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NBC 뉴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게 된 주요 원인이 이와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머스크가 ‘특별직 공무원’ 자격으로 법적 한도인 130일을 넘겨 계속 행정부에서 일하고자 했으나 백악관이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열린 머스크의 공식 퇴임식에서 그를 칭찬하며 작별을 고했지만, 이후 머스크가 세금 감면 법안에 대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낸 데 대해서는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