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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계 “트럼프 관세에 정부 대응 실패…이시바 총리 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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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계 “트럼프 관세에 정부 대응 실패…이시바 총리 실책”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일본 경제계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 일본 정부의 협상 전략이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적인 경영단체인 경제동우회의 대표 니이나미 다케시 산토리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트럼프 관세에 대해 전면 면제를 요구한 것이 오히려 협상력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의 의지를 과소평가했다”며 “시간이 일본 편이라고 판단한 것이 큰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 일본, 10% 관세 기회 놓치고 25% 관세 직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25%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당초 4월 예고했던 24%보다 1%포인트 높은 수준이며 오는 8월 1일부터 발효된다.
니이나미 CEO는 일본이 초기 협상에서 일정 수준의 유연성을 보였다면 미국 측과 10% 수준의 관세에 합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전면 면제라는 ‘최대주의 전략’이 오히려 일본 산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고 아베 신조 전 총리를 통해 일본에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만큼 이번 대응은 그 신뢰를 저버린 결과”라고 했다.

◇ 농민 보호가 자동차 수출보다 우선?


일본 정부는 미국산 쌀 수입 확대 요구를 일관되게 거부해 왔다. 트럼프는 최근 일본이 미국산 쌀 추가 수입이나 미국산 자동차 시장 개방에 대해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았다며 “버릇이 나빠졌다”고 비판한 바 있다.

FT는 일본 정부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동차 업계와 농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미국 측 요구를 끝내 수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HSBC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여당은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동차 수출업계, 쌀 농가 등 핵심 지지층을 보호해야 하는 압박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교섭 대표 아카자와 료세이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무 장관과 8일 통화했으며 언제든지 워싱턴을 방문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니이나미의 비판은 미국과 일본 간 무역 협상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볼링 유라시아그룹 국장의 발언과도 일치한다. 그는 “모든 관세를 철폐하겠다는 일본의 전략은 비현실적이었고 오히려 미국 측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다른 일본 경제계 인사들도 일본 정부의 고집스러운 태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 연합회(게이단렌)의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은 지난 5월 “단호하지만 절제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