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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 이재용 무죄·엘리엇 항소심 승소 '겹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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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 이재용 무죄·엘리엇 항소심 승소 '겹호재'

AI·반도체 경쟁 속 경영 정상화 '청신호'
英 항소법원 "관할권 다시 심리하라"
대법, '부당합병·회계부정' 이재용 회장 무죄 확정
한국 정부는 엘리엇과의 1억 달러 배상 판정에서 승소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9년간 이어진 '부당 합병' 관련 소송의 족쇄를 풀고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정부는 엘리엇과의 1억 달러 배상 판정에서 승소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9년간 이어진 '부당 합병' 관련 소송의 족쇄를 풀고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로이터
비즈니스 스탠더드 등 외신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17일(현지시각)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항소심에서 극적인 승소 판결을 받았다. 런던 항소법원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내렸던 약 1억 달러(약 1390억 원) 배상 판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관할권 재심리를 위해 런던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공교롭게도 이번 판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같은 합병 건으로 국내 재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은 직후 나온 것이다. 이로써 삼성을 9년간 짓눌러 온 사법 리스크가 국내외에서 함께 해소되는 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분쟁의 시작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80억 달러 규모 합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엘리엇은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NPS)의 찬성 결정에 대해 정부가 자본시장법상 의무를 어겨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2018년 PCA에 중재를 신청했다. PCA는 2023년 엘리엇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약 1억 달러(약 1390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이에 불복한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중재판정부의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며 런던 고등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기각됐다. 하지만 이번에 항소법원이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관할권 문제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정부는 중재판정 이행을 피할 반전 기회를 잡았다.

◇ 9년 만에 벗은 '경영권 승계' 족쇄


런던 항소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불과 몇 시간 전, 한국 대법원은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검찰은 합병 비율 조작, 주가 조정,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등을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일부러 합병을 추진했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한 원심 판결이 법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압수 절차의 위법성을 인정해 핵심 디지털 증거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고,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부정합병이나 회계사기 혐의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됐던 삼성 미래전략실 핵심 임직원 등 13명 역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 재계 "경영 불확실성 해소"…미래 투자 기대


재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성명을 통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같은 첨단 산업의 국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나온 이번 판결은 삼성이 져왔던 무거운 법률상 부담을 덜었다"고 평가했다. 재계는 이번 판결이 미국과의 통상 위험 대응 같은 중대한 때에 내려진 만큼, 기업 경영 정상화는 물론 국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57세인 이 회장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연관된 뇌물죄로 18개월간 복역한 뒤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했으며, 이번 무죄 확정으로 모든 사법의 족쇄에서 벗어나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