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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유럽 정부·기업들, 美·EU 무역합의에 ‘안도 vs 우려’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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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유럽 정부·기업들, 美·EU 무역합의에 ‘안도 vs 우려’ 교차

"최악은 피했지만, 핵심 쟁점들 여전히 해결 안 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유렵연합(EU) 간의 무역 합의를 발표한 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유렵연합(EU) 간의 무역 합의를 발표한 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럽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역 협상을 타결한 데 대해 28일(현지시각) 안도와 우려가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관계자들은 합의 내용이 불균형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더 심각한 무역 전쟁을 피했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협상은 전 세계 무역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과 EU 간에 타결된 것으로, 미국이 대부분의 EU 제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당초 언급됐던 30%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EU 측이 기대했던 수준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다.

“안도하되 축하할 일 아냐”


로이터는 EU와 미국 간 새로운 무역 합의의 세부 내용이 아직 완전히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유럽 각국이 이번 합의에 대해 "안도는 했지만, 축하할 상황은 아니다"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 X를 통해 “EU와 미국 간 새로운 무역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다리는 가운데, 분명한 점은 이것이 축하의 순간이 아닌 안도의 순간이라는 것”이라며 “여러 분야에서 관세가 오르게 되고, 핵심 쟁점들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지난주 일본과 체결한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협정을 뛰어넘는 투자 약속을 포함하고 있다며, 수년간 미국 수출업체들이 받아온 ‘불공정한 대우’를 바로잡고 양측의 관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협상은 EU의 자동차, 항공기, 화학제품 제조업체들에 일정 수준의 예측 가능성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지만, EU는 당초 관세를 완전히 없애는 ‘무관세’ 협정을 희망했다. 이번에 결정된 15%의 기본 관세율은 당초 위협 수준이었던 30%보다는 낮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기 전인 지난해 미국의 평균 수입 관세율인 약 2.5%에 비하면 여전히 크게 높은 수준이다.

“최악은 피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강경한 협상가‘라고 표현하며, “이번 합의는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최선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날 유럽 증시는 스톡스600 지수가 초반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협상 내용에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모히트 쿠마르 이코노미스트는 “15% 관세 수준은 시장의 예상보다 낮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역시 이번 합의를 환영했다. 그는 “수출 중심의 독일 경제와 대형 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었던 무역 갈등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은 “프랑스 주류산업 등 일부 핵심 산업에 대해 예외 적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번 협상 내용이 균형 잡힌 합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측은 이번 합의가 어느 정도 명확성을 제공하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아직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주 또는 수개월 협상 이어질 것”


마크 페라치 프랑스 산업 장관은 22일(현지시각) RTL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는 결코 끝이 아니다”라며 “협정을 공식 체결하기까지 앞으로 수 주 혹은 수개월에 걸친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번 합의를 두고 안도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독일화학산업협회(VCI)의 볼프강 그로서 엔트루프 회장은 “허리케인을 예상한 이들에게 폭풍은 감사한 일”이라며 “추가적인 무역 갈등은 피했지만, 양측 모두 큰 대가를 치렀다. 유럽 수출기업은 가격경쟁력을 잃었고,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핵심 쟁점들도 남아 있다. 로이터는 EU가 향후 3년간 미국으로부터 7500억 달러 규모의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핵연료 등을 전략적으로 구매하기로 약속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어 현재까지 유럽의 투자 확대나 에너지 구매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이 있었는지 불분명하며, 관련 세부 사항은 아직 협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