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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유럽산 의약품’ 15% 관세에 글로벌 제약업계, 수조원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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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유럽산 의약품’ 15% 관세에 글로벌 제약업계, 수조원대 부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유럽의약품청(EMA) 본청.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유럽의약품청(EMA) 본청.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각) 유럽연합(EU)과 체결한 무역협정에 따라 유럽산 의약품에 15%의 수입관세가 새로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유럽에 제조시설을 둔 다국적 제약사들은 수조 원대의 추가 비용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 여파는 미국 소비자들의 약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보톡스, 항암제 키트루다, 체중감량제 오젬픽 등 유럽에서 생산되는 고가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백악관 관계자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15% 관세는 확정된 수치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다른 국가에 부과하려는 추가 제약 관세와는 별개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번 관세 조치가 다음달 중순부터 발효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美 약값 상승 우려…보험료 인상도 현실화


미국 제약시장은 유럽산 의약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 약전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비되는 오리지널 의약품(선발 의약품)의 43%는 유럽에서 원료를 제조하며 이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높은 비중이다. 또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원료의 18%도 유럽에서 생산된다.

관세 부과는 제조업체가 미국 내로 들여오는 완제품 또는 원료에 적용되며 제약사들은 이 비용을 메디케어와 같은 공공보험 프로그램이나 민간 보험사와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가약의 경우 자기부담금이나 공동부담 비율이 높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미국의 일부 보험사는 2026년도 건강보험료 인상폭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뉴욕, 오리건, 메릴랜드 등에서는 이번 제약 관세로 인해 내년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 유럽 제약공장 타격…아일랜드 영향 클 듯


유럽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의약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아일랜드는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생산기지로 부상한 국가다. 지난해 기준 미국이 수입한 500억 달러(약 70조5000억 원) 규모의 유럽산 의약품 중 대부분이 아일랜드에서 제조됐다. 세제 혜택이 크고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다국적 제약사들이 공장을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27일 “일부 제네릭 의약품은 이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품목은 공개되지 않았다.

◇ 미국 내 생산 유도 목적…업계는 강력 반발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의약품과 원료의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는 ‘섹션 232’ 조치를 발동했다. 이 조치는 과거 자동차나 철강 산업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때 활용된 법적 근거다. 이번 협정을 통해 유럽산 의약품은 섹션 232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인도와 중국의 제네릭 산업은 여전히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제약업계는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제약협회는 지난 5월 성명을 내고 “관세는 국내 의약품 생산을 촉진하는 해법이 아니며 오히려 미국 내 연구개발 및 제조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