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이유로 브라질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은 주권 국가로서 협상할 것”이라며 정면으로 맞섰다.
31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탄압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브라질 정부를 비난하며 브라질산 일부 수입품에 대한 50%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대해 룰라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브라질은 큰 나라 앞에서 머리를 숙이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 “브라질은 작은 나라 아니다”…룰라, 트럼프에 공개 경고
그는 “국가 간 정치에서는 일방의 의지가 지배해서는 안 되며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며 협상 여지를 남기면서도 주권은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브라질 정부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중단하지 않으면 8월 1일부터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그는 “브라질 정부의 정치적 탄압과 검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및 수천 명 지지자들에 대한 기소는 중대한 인권침해이자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룰라는 “전직 대통령은 방어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헌법에 따라 재판을 받고 있다”며 “정치의 문제가 아닌 사법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 “21세기판 밀레니엄 버그 될 수도”…관세 철회 여지도 언급
룰라 대통령은 이번 사태가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갈 때의 ‘밀레니엄 버그’ 공포처럼 큰일 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며 “그때도 전 세계가 컴퓨터 시스템이 마비될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상황도 그렇게 될지 확신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브라이언 윈터 미국 브라질 전문가도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이번엔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보우소나루와의 친분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와 관련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미국 대선 패배 이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했고 보우소나루도 2022년 브라질 대선 패배 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 오렌지주스·커피 제외…실제 타격 제한적
한편 CNN에 따르면 이번 50% 관세는 브라질의 주요 수출 품목 대부분을 제외하고 일부 품목에만 적용된다. 제외 대상에는 오렌지주스, 엠브라에르 항공기, 석유, 석탄, 광물, 화학제품, 브라질너트 등이 포함됐으며 커피는 관세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날 보우소나루 재판과 관련해 브라질 대법관인 알렉산드르 지 모라이스에 대한 제재도 단행했다. 국무부는 이미 지난 18일 모라이스를 포함한 법원 관계자들에 대해 비자 제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 구리·전자상거래도 겨냥…무역 전면 재편 신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에 대한 관세 외에도 반가공 구리제품(파이프, 시트, 케이블 등)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구리 산업을 보호해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며 “자동차 관세 대상 제품은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이 조치는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또 800달러 이하의 해외직구 물품에 대해 면세 혜택을 부여했던 ‘디 미니미스 면세 기준’을 오는 29일부터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셰인’과 ‘테무’ 등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현재 하루 약 400만건의 소액 면세 배송이 이 조항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