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이그 배럿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반도체 제조 역량 회복을 위해 주요 고객사의 대규모 투자와 첨단 반도체 수입에 대한 고율 관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럿 전 CEO는 11일(현지시각)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낸 기고문에서 “인텔은 미국에서 최첨단 로직 제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지만 현금이 부족해 대만 TSMC의 생산 능력을 대체할 규모로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쟁력을 갖추려면 약 400억달러(약 54조4000억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 보조금만으로는 이 자금을 충당하기 어렵다면서 엔비디아·애플·구글 등 현금 여력이 있는 주요 고객 8곳이 각각 50억달러(약 6조8000억원)씩 투자해 지분과 안정적 공급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럿은 인텔 경영진이 차세대 공정(14A) 개발 투자를 고객사 계약 체결 이후로 미루는 것은 “농담 같은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최첨단 기술을 선도해야 승리할 수 있으며 고객은 2등 기술에 선뜻 투자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배럿 전 CEO는 고객 투자 명분으로 ‘국내 공급망 확보, 대체 공급원 마련, 국가 안보, TSMC 협상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국내 철강·알루미늄 산업을 보호하듯 첨단 반도체 수입에 대해 50% 수준(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정하는 비율)의 관세를 부과해 국내 생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일부 전직 이사들이 주장하는 인텔 사업 분할론에 대해서는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며 “회사를 나누기보다 당장 투자와 고객 확보, 국가 안보를 중심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