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트럼프 첫 정상회담, 재계 동행 '투자 카드'
투자·구매 약속으로 美 제조업 부흥 어젠다에 화답
"협력 모델 될 수도...美 압박 피하기는 어려워"
투자·구매 약속으로 美 제조업 부흥 어젠다에 화답
"협력 모델 될 수도...美 압박 피하기는 어려워"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래차·배터리·부품·물류·철강 등 전 분야에 걸쳐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완결형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핵심은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배터리 합작 법인으로 현지 생산을 통해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보조금 수혜를 확보하는 동시에 관세 장벽을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은 보잉으로부터 항공기와 엔진을 사들이는 48조원 규모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번 발주는 미국 항공산업의 일자리와 생산 기반을 직접 뒷받침하는 성격을 지닌다. 최근 부각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기조와도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가 발효한 대규모 감세법(OBBBA)에 대응하는 성격도 크다. 전기차 세액공제를 조기 종료와 중국산 공급망 제재 강화로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투자 계획은 이 불확실성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방패'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원론적으로는 맞지만, 트럼프 정부가 자체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우기 때문에 이 부분이 향후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한 예로 최근에 있었던 미국 정부의 지분 참여 보도는 트럼프 정부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을 방증하는 한 지점"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 기업들과 정부는 기존의 투자 약정과 관련된 내용들을 충분히 미국 정무에 '리마인드'함과 동시에 협상 카드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략이 단순 규제 대응을 넘어 한미 경제 협력 모델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서지용 교수는 "한미 경제 협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대통령과 직접 협의하는 것은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경제사절단 형식으로 대통령을 따라가는 모습은 과거에도 비판을 많이 받았고, 마치 기업인들이 정부에 예속돼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도 "(이번 투자 보따리 전략은) 충분히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 측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대한 압박을 할 것"이라며 "이에 대해 우리 기업들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된 것 같다"고 제언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