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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제조사들, 러시아서 '분산화' 움직임…제재·보호주의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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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제조사들, 러시아서 '분산화' 움직임…제재·보호주의에 직면

체리, 러시아 시장 철수 발표…만리장성자동차는 현지 생산 '두 배 확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장 지배력 급증했지만, 푸틴 정부 정책 변화에 대응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Chery가 생산한 자동차가 2024년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대리점에 전시되어 있다. 회사는 수익에 대한 러시아의 기여도가 곧 무시할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Chery가 생산한 자동차가 2024년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대리점에 전시되어 있다. 회사는 수익에 대한 러시아의 기여도가 곧 무시할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로이터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 급격히 확대되었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부의 보호주의 심화와 제재 위협에 직면하며 상반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철수를 결정하는 반면, 다른 기업은 현지 생산 투자를 늘리는 등 '분산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2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 이탈로 생긴 공백을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빠르게 메웠다.

2021년 말 러시아 자동차 판매 상위 5위 안에 중국 브랜드는 없었으나, 지난해 말까지 체리 자동차(Chery Automobile), 만리장성자동차(Great Wall Motor), 지리 자동차(Geely Auto), 창안 자동차(Changan Automobile)가 러시아 브랜드 라다(Lada)에 이어 2위부터 5위까지를 차지했다.
르노(Renault), 현대기아차, 폭스바겐, 토요타 등 기존 시장 선두주자들이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한 틈을 타, 중국 자동차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10% 미만에서 60% 이상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제 이들은 변곡점에 도달했다. 로디움 그룹(Rhodium Group)의 그레고르 세바스찬(Gregor Sebastian) 수석 분석가는 "모스크바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중국 자동차를 환영하지만 러시아에서 생산해 달라"라며 러시아 정부의 보호주의적 기조를 설명했다.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최고 판매자였던 체리는 지난달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하며 사실상 러시아 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체리는 "제재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에서의 운영 및 판매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7월 말까지 승용차 재고, 보증 의무 및 현지 유통 네트워크를 이전했으며, 2027년까지 러시아 매출 기여도가 "무시할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재 위험 외에도, 체리는 러시아가 수입차에 부과한 더 높은 '재활용 수수료'의 영향을 강조했다.

수수료는 엔진 크기에 따라 70%에서 85%까지 인상되었으며, 2030년까지 매년 추가 인상될 예정이다. 체리는 이로 인해 전체 승용차 사업의 이익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체리와 달리 만리장성자동차는 반대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만리장성자동차는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툴라(Tula)에 자체 조립 공장을 두고 있어 재활용 수수료가 면제된다.

이 공장은 2019년부터 가동되어 지난해 132,500대를 생산했으며, 연간 평균 가동률이 165.6%에 달하는 등 높은 생산 효율을 보이고 있다.

만리장성자동차는 기존 공장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서방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비워진 공장을 활용하여 연간 약 5만대를 생산하는 녹다운 조립(Knockdown Assembly) 방식으로 러시아 내 생산 능력을 확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 시장에 대한 '두 배' 투자를 의미한다고 세바스찬은 분석했다. 만리장성자동차는 유럽 본사를 폐쇄하고 유럽 배터리 사업을 중단하는 등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러시아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리 자동차는 러시아에서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벨라루스에 벨지(BelGee)라는 합작 투자 회사를 두고 벨라루스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2013년에 설립된 이 합작 회사는 지리 자동차를 생산하고 러시아에도 수출한다. 벨라루스나 카자흐스탄에서 오는 자동차에는 재활용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러시아 시장 진입의 우회 전략이 된다.

푸틴과 시진핑 주석은 '제한 없는' 파트너십을 약속했지만, 러시아는 자국 자동차 시장을 보호하기를 열망하고 있다.

로디움의 세바스찬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을 계속 활용하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러시아에서 창출된 이익과 현금이 "우리 자동차 제조업체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의 보조금"으로 간주될 수 있으므로 유럽연합(EU)으로부터 더 많은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EU 시장에 대한 체리의 약속은 이를 더욱 문제로 만들 수 있다. 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현지 Ebro-EV Motors와의 합작 투자를 통해 전기차 생산을 시작했으며, 이는 EU 내에서 자동차를 제조한 최초의 중국 회사가 된다.

체리는 러시아 외에도 이란과 쿠바에서도 "제재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작년 말부터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세바스찬은 체리의 러시아 철수와 러시아의 보호주의 조치가 "중국-러시아 자동차 관계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며, 이웃 국가 간의 번성하는 자동차 관계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