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엑시노스 2600'으로 기술력 증명…TSMC 추격 발판 마련
'칩 설계 전설' 짐 켈러의 선택에 쏠린 눈…日 라피더스도 후보
'칩 설계 전설' 짐 켈러의 선택에 쏠린 눈…日 라피더스도 후보

삼성·TSMC·라피더스 3파전…유연한 '칩렛' 설계가 변수
텐스토런트의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닛케이 아시아와 한 인터뷰에서 차세대 2나노 AI 가속기 칩 생산 파트너로 삼성 파운드리, TSMC, 라피더스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AMD '라이젠' 성공의 주역이자 애플, 테슬라의 핵심 칩 설계를 이끈 그의 발언은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텐스토런트는 기존 칩을 TSMC의 6나노 공정으로 생산했고, 차세대 제품은 삼성의 4나노 공정을 활용할 계획을 세우는 등 이미 여러 파운드리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특히 이 회사는 여러 개의 작은 칩을 결합하는 '칩렛(Chiplet)' 설계 방식을 채택해, 각기 다른 칩렛을 다른 제조사에 맡기는 분산 생산이 가능하다. 이러한 유연성 덕분에 삼성, TSMC, 라피더스를 동시에 후보로 두고 최적의 파트너를 저울질할 수 있다.
켈러 CEO는 인텔 파운드리에 대해서는 "텐스토런트의 미래 AI 칩을 만들기까지는 아직 할 일이 많다"고 선을 그었지만, 미래 협력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이로써 텐스토런트의 2나노 칩 수주전은 사실상 삼성전자, TSMC, 그리고 2027년 2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의 3파전 구도로 굳어졌다.
기술력 증명할 삼성의 승부수, '엑시노스 2600'
삼성전자는 이번 수주전이 TSMC를 추격할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삼성 파운드리는 최근 2나노 공정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의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라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용으로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하는 2나노 칩이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세운다. 2나노 공정은 칩의 트랜지스터 집적도와 에너지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이는 기술로, 상용화 자체가 반도체 초미세 공정 경쟁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엑시노스 2600의 성공이 삼성 2나노 공정의 성숙도와 안정성을 증명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만약 이 칩이 심각한 결함 없이 2026년 나올 '갤럭시 S26 프로'에 성공적으로 탑재되면, 그동안 TSMC에 대부분의 물량을 맡겨온 AMD, 엔비디아, 퀄컴 같은 대형 팹리스 기업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2나노 계약을 따낼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엑시노스 2600은 ARM의 최신 'C1 시리즈' CPU 코어와 AMD의 RDNA 아키텍처 기반 '엑스클립스 950' GPU를 품어 강력한 성능을 낼 전망이다. 이 밖에도 고성능 신경망처리장치(NPU)와 첨단 이미지 신호 프로세서(ISP), 통합 5G 모뎀, 저궤도 위성 통신 기능까지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미 자율주행 반도체 기업 암바렐라, 국내 AI 팹리스 딥엑스, 일본 AI 기업 프리퍼드 네트웍스(PFN), 테슬라 등 4개 기업에서 2나노 칩 주문을 확보해 기술력을 입증했다. 짐 켈러의 텐스토런트와 협력은 삼성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고 AI 칩 경쟁 판도를 바꿀 핵심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