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공급망 이원화로 TSMC 의존도 낮추기 '전략적 행보'
삼성, '수율·발열' 오명 씻고 GAA 기술로 재도전…'갤럭시 Z 플립 8' 탑재
삼성, '수율·발열' 오명 씻고 GAA 기술로 재도전…'갤럭시 Z 플립 8' 탑재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절대 강자인 대만 TSMC의 아성에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세계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퀄컴이 삼성전자의 최첨단 2나노(nm) 공정으로 생산한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샘플을 받아 시험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퀄컴의 이번 시험은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공급망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첨단 공정 주도권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TSMC의 경쟁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10일(현지시각) 외신 기즈모차이나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자사의 최신 2나노 GAA(Gate-All-Around) 공정으로 제작한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칩의 시험용 샘플을 퀄컴 측에 전달했다. 현재 TSMC가 이 칩을 양산하는 가운데, 퀄컴이 삼성의 2나노 공정으로도 같은 칩을 시험하는 배경에는 공급망 이원화를 통해 특정 업체 의존도를 낮추고 치솟는 생산 단가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
퀄컴의 이런 움직임은 파운드리 시장의 가격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TSMC는 최첨단 공정에서 독점 지위를 바탕으로 웨이퍼 가격을 꾸준히 올려왔으며, 일부 첨단 노드의 경우 한 해 가격 상승률이 최대 24%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퀄컴을 다시 고객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제시하며 파운드리 시장의 새로운 가격 경쟁을 이끌고 있다. 퀄컴으로서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을 검토하는 셈이다. 나아가 특정 지역에 편중된 반도체 생산 위험을 분산시켜 미국과 아시아의 생산 균형을 맞추고 세계 공급망 안정에 이바지하려는 다각적인 뜻도 담겨 있다.
'수율·발열' 과거 딛고…2나노 GAA 기술로 승부수
현재 첨단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의 양강 구도로 좁혀진다. TSMC가 안정적인 수율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애플, AMD 같은 핵심 고객사를 확보하고 2나노 공정에 '핀플렉스(FinFlex)' 기술을 적용하며 시장을 이끌어간다면, 삼성전자는 GAA 기술을 먼저 도입하고 구글, 테슬라 같은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며 TSMC를 매섭게 뒤쫓는 모습이다. 삼성은 이번 2나노 공정의 성공을 발판 삼아 앞으로 1.4나노 공정까지 먼저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험 통과 시 2026년 '갤럭시 Z 플립 8' 탑재 유력
퀄컴은 앞으로 몇 달에 걸쳐 삼성의 2나노 샘플로 강도 높은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평가 항목은 반도체 생산의 핵심 지표인 수율 안정성, 기기 성능과 바로 이어지는 발열 관리 능력, 그리고 장기 내구성을 알아보는 신뢰성 등 여러 방면에 걸쳐있다. 만약 이 시험 결과가 퀄컴의 엄격한 기준을 모두 만족시킨다면, 삼성전자에서 생산한 2나노 스냅드래곤 칩은 이르면 2026년 중반 공개될 '갤럭시 Z 플립 8'을 통해 시장에 처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생산이 승인된다면, 삼성 버전 칩을 갤럭시 폴더블 라인업에 먼저 적용한 뒤 점차 S 시리즈 주력 기종으로 확대를 검토할 것으로 본다. 때로는 일부 변형 기종이 갤럭시 S26 시리즈에 쓰일 가능성도 제외하기 어렵다.
한편, 삼성의 차세대 자체 칩인 '엑시노스 2600' 역시 같은 2나노 GAA 공정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2026년 1분기 출시될 '갤럭시 S26' 시리즈의 심장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한동안 TSMC의 독주 체제로 굳어지는 듯했던 최첨단 파운드리 시장이 퀄컴의 전략 선택과 삼성의 기술 반격으로 다시 한번 흔들리고 있다. 두 거인 사이의 건전한 경쟁은 칩 가격을 안정시키고 기술 혁신을 앞당겨, 스마트폰 제조사는 물론 마지막 소비자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운다. 앞으로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