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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중국, 한화오션 미국법인 5곳 제재…미·중 해양패권 경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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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중국, 한화오션 미국법인 5곳 제재…미·중 해양패권 경쟁 격화

미국의 중국 조선업 규제에 맞대응…해운업 전반 긴장 고조
미국 조선업 재건 돕는 한국 기업에 '경고' 메시지 분석
한화오션 미국법인 5곳에 대한 중국의 제재는 미중 해양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는 중국 조선업 규제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운업 전반의 긴장감을 높이며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돕는 한국 기업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분석된다.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한화오션 미국법인 5곳에 대한 중국의 제재는 미중 해양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는 중국 조선업 규제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운업 전반의 긴장감을 높이며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돕는 한국 기업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분석된다. 사진=한화오션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해양 패권 경쟁이 격해지면서 그 불똥이 국내 대표 조선사인 한화오션으로 튀었다.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현지 법인 5곳을 전격 제재하고 추가 보복 조치까지 내비치면서, 국제 공급망의 핵심인 해운·조선업계를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제재를 넘어, 두 나라가 무역과 산업 전반에서 벌이는 치열한 힘겨루기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한국의 핵심 방산·조선 기업인 한화오션 산하의 미국 법인 5곳을 제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은 한화 쉬핑, 한화 필리 조선소, 한화오션 USA 인터내셔널, 한화 쉬핑 홀딩스, HS USA 홀딩스다. 중국은 이번 조치로 어떤 개인이나 기관도 이들 5개 기업과 사업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강력히 제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 증시에서 한화오션의 주가는 장중 한때 8%까지 급락하며 약 2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해 시장의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전방위로 번지는 미·중 갈등


중국의 이번 조치는 최근 몇 주간 가파르게 높아진 미·중 갈등의 직접적인 결과물로 풀이할 수 있다. 앞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에 맞서 중국산 수입품에 100%에 이르는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자, 중국 시진핑 행정부 역시 맞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이번 주부터 중국에 들어오는 미국 소유 선박에 대한 보복 관세가 효력을 내면서 국제 해운 시장의 불안감은 이미 팽배했다. 이러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보복전이 미국의 조선업 부활에 협력하는 한국 기업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해운·조선업은 두 나라 패권 경쟁의 가장 민감한 전선 가운데 하나다. 전 세계 교역량의 80%가 선박으로 운송되는 만큼, 해상 운송망을 장악하는 국가가 국제 경제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4월, 자국 조선업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세계 1위인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려는 종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중국 조선소들은 일부 시장 점유율을 잃기 시작했고, 중국 국적 선사들은 미국 항구에 닻을 내릴 때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미국 조선업 재건의 '협력자'를 겨냥


이런 흐름 속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한국 조선업계는 미국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아왔다. 쇠락한 자국 조선업을 되살리려는 미국에 한국 기업들이 매력 있는 협력 상대로 떠오른 것이다. 한화오션은 그 선두 주자로서, 한국 조선사 최초로 미국 현지 조선소(필리 조선소)를 인수하고 자사의 앞선 기술과 경험을 미국에 옮기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왔다.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법인들을 제재 대상으로 겨냥한 것은 바로 이 지점, 곧 한·미 사이의 조선업 협력 고리를 끊어 미국의 해양 역량 강화를 막으려는 전략적 계산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상무부의 제재 발표와는 따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진행하는 자국 해운·조선·물류 분야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때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해 갈등이 더 번질 것을 예고했다.

한편, 이번 제재 조치와 관련해 한화오션 서울 본사와 한화 미국법인(Hanwha USA) 대변인 쪽은 아직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다. 미·중이라는 거대한 고래들의 싸움에 낀 한국 기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