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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한국에서 정상회담 임박…100% 추가 관세 폭탄 일단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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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 한국에서 정상회담 임박…100% 추가 관세 폭탄 일단 피했다

희토류 1년 유예·대두 126억 달러 재개 합의…155% 관세율 위기서 극적 타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양자 회담을 앞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양자 회담을 앞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30일 한국에서 열리는 양자회담을 앞두고 무역전쟁을 완화하려는 협상 틀에 합의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6(현지시각) CBS 방송 인터뷰에서 양국이 "실질적인 틀"에 이르렀으며, 다음달 1일 발효 예정이던 100% 추가 관세를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BBC27일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합의에 틱톡 미국 사업 매각 "최종 합의"와 중국 희토류 광물 수출 규제 유예, 미국산 대두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무부도 같은날 성명을 내고 양측이 "양국 우려 사항을 해결하려는 기본 합의에 이르렀다""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추가로 확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희토류 무기화로 협상력 확보한 중국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광물 처리능력 90%를 장악한 절대 우위를 활용해 이번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912종 희토류에 수출 규제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노트북에서 전기차, F-35 전투기, 토마호크 미사일까지 첨단 제품 제조에 꼭 필요한 원자재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그레이슬린 바스카란 핵심광물안보프로그램 국장은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 국방산업 기반 취약성을 더욱 심화시켜 역량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베이징이 앞으로 협상에서 레버리지를 강화하는 한편 미국 산업 기반 강화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방부는 2027년까지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알자지라는 최근 보도에서 전문가 말을 인용해 중국 희토류 지배력을 깨는 데 최소 10년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7MP머티리얼스에 4억 달러(5750억 원)를 투자해 최대주주가 됐지만, 이 회사 연간 생산량은 중국의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대두 무역 중단으로 미국 농가 압박


중국은 올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 미국 중서부 농민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일리노이대학 파름독데일리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8월 브라질에서 247400만 부셸 대두를 수입했으며, 이는 브라질 전체 대두 수출의 76%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미국산 대두 수입은 사실상 제로였다.

미국 농무부(USDA)는 올해 중국에 대한 농산물 수출이 170억 달러(24조 원)로 전년보다 3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두는 작년 126억 달러(18조 원) 규모로 미국 대두 수출 절반을 차지했던 중국 시장이 완전히 차단되면서 가격이 급락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보도에서 "수확기인 9월은 보통 중국이 일리노이, 아이오와, 미네소타, 인디애나 농장에 주문을 쏟아붓는 시기지만, 올해는 중국 수입업체들이 구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켄터키주 대두 농가 출신인 케일럽 래글런드 미국대두협회(ASA) 회장은 최근 발표한 백서에서 "미국 대두 농민들은 무역과 재정 벼랑 끝에 서 있다""대두 농민들은 극심한 재정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투입재와 장비 비용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자신도 대두 농가 출신이라며 "나도 이 고통을 느꼈다""중국이 대두 구매를 재개할 것으로 믿으며, 중국과 합의 발표 때 우리 농민들이 이번 시즌과 앞으로 수년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다변화로 대미 의존도 낮춘 중국


아이리시타임스는 지난 26"시진핑은 강력한 위치에 있으며 협상에 강경하게 나서는 데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대미 수출 비중이 10%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미국 시장 의존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는 몇 년 전 10대 후반%에서 하락한 수치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9월 수출은 대미 수출이 27% 줄었는데도 전체로는 늘어났다. 중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을 다변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5년 전 중국 대미 수출이 아프리카 수출의 5배였지만, 지금은 2.5배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브루킹스연구소 조나단 친 연구원은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시진핑은 트럼프가 정상회담을 거래를 만드는 기회로 보는 것과 달리, 거래 만들기가 거래 만들기를 자신에게 중요한 정치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 "베이징은 지난달 9일 희토류 수출 통제를 발표하며 양자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계산된 도박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첫 임기 때 중국 대응은 대개 반응하고 자제하는 쪽이었지만, 이번에는 수출 통제 및 기타 비관세 조치를 쓰고 미국 상품에 부과금을 똑같이 물리는 등 훨씬 무자비하고 표적을 정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1월 1일 관세율 155% 위기 일단 회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오는 30일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자회담을 갖는다. 백악관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를 공식 확인했다. 이는 2019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중국 희토류 수출 규제 확대에 맞서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100% 관세를 물리고 다음달 1일부터 발효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는 기존 30% 관세에 더해지는 것으로, 최악의 경우 관세율이 155%까지 치솟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중 양국이 지난 주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ASEAN 정상회의에서 협상 틀에 합의하면서 관세 위기는 일단 피할 것으로 보인다.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희토류, 펜타닐, 농업 무역, 수출 통제, 상호 관세 등 광범위한 무역 현안을 논의했다.

중국 상무부는 "양측은 서로의 주요 경제·무역 문제를 놓고 솔직하고 깊이 있으며 건설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중국 리청강 국제무역대표는 양측이 "예비 합의"에 이르렀으며 각각 내부 승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틱톡 매각·펜타닐 규제도 협상 의제


베선트 장관은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틱톡 미국 사업 매각 "최종 거래"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현재 모든 세부 사항을 마무리했다고 믿는다""양국 정상이 30일 한국에서 이 거래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지난달 미국 기업들이 틱톡 알고리즘을 통제하고 미국 운영진이 이사회 7석 중 6석을 차지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과정에서 틱톡을 젊은 유권자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입장을 바꿔 매각 시한을 네 차례 늘렸고, 오는 12월까지 다시 늘린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회담에서 펜타닐 문제도 최우선 의제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펜타닐이 가장 먼저 물어볼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으로 향하는 펜타닐 유입 때문에 20% 징벌 관세를 내고 있으며, 지금 상황에서는 다음달 1일에 157%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그것이 중국에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은 이번 협상 타결 소식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CNN"미국 관리들이 잠재 무역협정 미래는 궁극적으로 이번 주 트럼프와 시진핑 간 회담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회담이 포괄 합의보다는 추가 협상을 위한 관계 안정화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 실질 합의는 내년 초 트럼프 대통령 중국 방문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