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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AI칩 5년은 영원"…머스크, TSMC·삼성에 '속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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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AI칩 5년은 영원"…머스크, TSMC·삼성에 '속도' 경고

기존 반도체 팹 5년 구축 사이클에 "내겐 영원과 같다" 노골적 불만
차세대 AI5 칩, 'TSMC·삼성 투 트랙'으로 공급망 다변화·속도전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차세대 AI 칩 생산을 위해 TSMC와 삼성전자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기존 반도체 업계의 생산 타임라인이 테슬라의 공격적인 AI 하드웨어 확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강하게 제기한 것이다. 머스크는 칩 공급사들이 "번개처럼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 현재의 속도가 테슬라의 목표 달성에 '제거 요인(eliminating factor)'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5일(현지시각) 벤징가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14일 열린 '배런 캐피털'의 가상 대담 행사에서 테슬라의 AI 칩 전략과 관련, 파운드리 파트너사들에 대한 절박함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새로운 칩 팹(공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축해 생산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면 그들은 5년이라고 답한다"며 "내게 5년은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통적인 반도체 제조 공정의 물리적, 시간적 한계와 '테슬라 속도' 간의 근본적인 충돌을 시사한다. 머스크는 자신의 계획 범위는 "1년에서 2년에 가깝다"고 강조하며, 3년째가 되면 자신의 타임라인은 "무한대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테슬라가 자체 AI 하드웨어, 특히 완전자율주행(FSD)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구동에 필수적인 AI 칩 확보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머스크는 TSMC와 삼성이 "번개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파트너사들의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충분히 빠르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만약 공급업체들이 테슬라의 공격적인 AI 칩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이 속도 문제가 결국 테슬라의 발목을 잡는 '제거 요인'이 될 위험이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AI5 칩, TSMC·삼성 '투 트랙'으로


머스크의 이번 속도 압박은 테슬라의 구체적인 차세대 칩 생산 계획과 맞물려 있다. 테슬라는 'AI5'와 'AI6'로 명명된 차세대 AI 칩 개발을 진행 중이며, 이 중 AI5 칩 생산을 위해 TSMC와 삼성전자 두 곳을 모두 활용하는 '듀얼 팹(Dual-Fab)' 전략을 공식화했다.

머스크는 지난 11월 5일 소셜 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TSMC와 삼성이 (반도체) 설계를 물리적 형태로 변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약간 다른 버전의 테슬라 AI5 칩이 두 곳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는 특정 파운드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두 거대 파운드리 간의 경쟁을 통해 생산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우리의 목표는 AI 소프트웨어가 (어느 칩에서든) 동일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물리적 설계는 다르더라도 소프트웨어 호환성은 완벽히 구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테슬라는 AI5 칩의 샘플 및 소량 생산을 2026년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머스크는 AI5 칩이 현재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 칩(HW 4.0 등)보다 약 40배의 성능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나아가 그다음 세대인 AI6 칩은 AI5 대비 약 2배의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칩 거인' 젠슨 황의 경고


테슬라가 이처럼 파운드리 파트너사들을 압박하는 동시에, 업계의 관심은 머스크가 언급한 '자체 팹' 구축 계획에도 쏠려 있다. 머스크는 과거 월 최대 100만 개의 AI 칩을 생산할 수 있는 자체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AI 칩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신중론을 제기했다. 젠슨 황은 11월 초, 테슬라가 자체 팹을 구축하는 것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운영하는 것이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넘어, 수십 년간 축적된 극도로 정교한 기술과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는 업계 리더의 현실적인 지적이다.

결국 머스크의 '5년은 영원'이라는 발언은, 파운드리 파트너사들에 대한 '속도전' 요구인 동시에, 만약 이들이 속도를 맞추지 못할 경우 '자체 팹'이라는 독자 노선까지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테슬라의 AI 야망이 TSMC와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글로벌 파운드리 생태계의 한계를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