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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독주 막을까…삼성 2나노, 2026년 '갤플립8' 두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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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독주 막을까…삼성 2나노, 2026년 '갤플립8' 두뇌 만든다

퀄컴 차세대 칩 수주 유력…테슬라·채굴업체까지 '우군' 확보
생산량 2.5배 늘리고 가격 33% 인하…'수율'이 막판 변수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절대 강자'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2나노미터(nm) 공정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수년간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는 양상이었으나, 2026년을 기점으로 퀄컴의 차세대 칩셋을 수주하며 반격의 서막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는 내년부터 2나노 칩 생산 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 특히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지점은 2026년 상반기다. 보고서는 삼성 파운드리가 이 시점에 퀄컴의 신형 칩셋인 '스냅드래곤 8s 엘리트 5세대(Snapdragon 8s Elite Gen 5)'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칩셋은 최근 공개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의 파생 모델로, 오버클럭(Overclock)을 통해 성능을 한층 끌어올린 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목할 점은 탑재처다. 업계는 이 2나노 기반의 칩셋이 삼성전자의 차세대 폴더블폰 '갤럭시 Z 플립8'에 최초로 탑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가 자사 모바일 기기의 핵심 두뇌를 직접 생산함과 동시에, 퀄컴이라는 거대 팹리스(설계 전문)와의 협력 관계를 최선단 공정인 2나노에서도 이어간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테슬라까지 품었다…고객사 다변화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전략은 모바일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보고서는 삼성 파운드리가 올 하반기부터 자체 설계 칩인 '엑시노스 2600'의 선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2나노 공정이 적용될 엑시노스 2600은 향후 출시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6'과 '갤럭시 S26 플러스'의 일부 지역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가상화폐 채굴용 반도체 시장에서도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중국의 마이크로BT(MicroBT)로부터 2나노 기반의 주문형 반도체(ASIC) 생산 계약을 따냈다. 이는 경쟁사인 TSMC를 제치고 얻어낸 수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어 2026년 하반기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ASIC 비트코인 채굴기를 선보인 카난(Canaan)을 위한 칩 선적도 시작될 전망이다.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분야의 확장세도 매섭다. 보고서는 삼성 파운드리가 2026년 하반기 또는 2027년 상반기 중 테슬라에 공급할 2나노 기반 'AI6' 칩을 선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칩은 테슬라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인 완전자율주행(FSD) 시스템 구동에 활용된다. 모바일, 채굴, 자율주행차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특정 산업의 업황 변동 리스크를 줄이고 공정 가동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생산 2.5배 늘리고 가격 33% '뚝'


삼성 파운드리는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물리적인 생산 능력(CAPA) 확대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삼성의 2나노 칩 생산량은 지난해 월 8000장 수준의 웨이퍼 투입량에서 내년 말 월 2만 1000장 수준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2.5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2나노 공정의 본격적인 대량 생산 체제가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TSMC의 고객사를 뺏어오기 위한 공격적인 가격 정책도 눈에 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이미 2나노 칩 공급가를 경쟁사 대비 약 33% 인하하는 강수를 뒀다. 성능이 뒷받침된다면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글로벌 팹리스들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이다. 최선단 공정인 2나노에서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수율을 확보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2나노 공정 수율을 꾸준히 개선한다면, 수년 만에 처음으로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좁히는 변곡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