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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30 화석연료 퇴출 무산…한국 기업 2030년 1조 8700억원 추가 부담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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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30 화석연료 퇴출 무산…한국 기업 2030년 1조 8700억원 추가 부담 예상

사우디·러시아 반대로 로드맵 최종 합의문서 제외돼
한국 탈석탄 동맹 가입, 2040년까지 발전소 40기 폐쇄
탄소국경세 확산에 철강·석유화학 업계 비용 급증 전망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브라질 벨렝에서 개최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브라질 벨렝에서 개최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 인근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석유·가스·석탄 퇴출 로드맵을 최종 합의문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지난 22(현지시간) 막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보도했다.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주도하던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로드맵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들과 수십개 개발도상국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나이지리아 대표는 회의장에서 "급격한 경제 위축과 사회 불안정을 초래하는 어떤 기후변화 이행 방안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불참…미국 영향력 공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협정 탈퇴를 추진하면서 이번 회의에 어떤 대표단도 보내지 않았다. 미국의 부재는 복잡한 협상 과정에서 주요 협상 주체를 제거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외교관들과 분석가들은 평가했다.

최종 합의문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원을 2035년까지 "최소 3배 늘리려는 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향후 3년간 기후 관련 무역 문제에 대한 논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판매를 둘러싼 관세가 얽힌 시점이다.

유럽연합(EU)은 화석연료 퇴출 조치를 강화하려는 주요 협상 주체였다. 지난 22일 아침까지 계속된 밤샘 협상 끝에 EU는 최종안을 지지하기로 했다. 보프케 훅스트라 EU 기후위원은 "더 많은 것을 원했지만 기후변화는 더 많은 대응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지구 온도 상승폭을 섭씨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80개국은 자발적 퇴출 추진


화석연료 조치를 지지한 80개 이상 국가들은 자발적으로 퇴출 계획을 추진할 방침이다. 제이크 슈미트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 기후 분석가는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상황에서도 지도자들이 나타나 기후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한국은 최근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7COP30에서 2035년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까지 감축하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밝혔다. 아울러 탈석탄동맹(PPCA) 가입도 선언했다.
브라질 정부는 화석연료 로드맵을 별도의 자발적 계획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마리나 실바 브라질 환경부 장관은 "로드맵은 이제 80개국, 시민사회, 룰라 대통령의 몫이다. 대통령이 이에 헌신하고 있어 큰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무역장벽 논의 본격화…한국 기업 비용 증가 예상


COP30에서 기후 관련 무역 문제 논의가 시작되면서 한국 수출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비롯한 무역장벽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와 EY한영회계법인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EU, 미국, 중국이 모두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2023년 한국 기업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은 약 6100억 원에 이른다. 2030년에는 이 금액이 18700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나타났다. EU2026년부터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본격 적용한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은 지난 19일 에너지전략포럼에서 "2040년 석탄발전소 폐지라는 국정과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혜로운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폐쇄될 석탄발전소의 전력 인프라를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재생에너지와 연계하는 방식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현재 석탄발전소 61기를 가동 중이다. 2024년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중은 원자력 31.7%, 석탄 28.1%, 액화천연가스(LNG) 28.1%, 신재생 10.5%. 정부는 2040년까지 61기 가운데 40기를 폐쇄하고 나머지 21기는 내년 공론화를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들은 정부의 탈석탄 로드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변동성, 에너지 저장 능력, LNG 공급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