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전방위 관세 공세와 중국의 전략 물자 통제가 맞물리면서 2025년 유럽의 무역 질서가 근본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로뉴스는 세계 최대 두 경제권 사이에서 유럽연합(EU)이 수출과 안보, 산업 전반에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고 새로운 동맹과 시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29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유럽 무역을 흔든 첫 충격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보호무역 정책과 고율 관세를 전격 도입하며 글로벌 교역 흐름을 뒤흔들었다. 동시에 미·중 갈등이 격화되자 중국은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 수출을 무기화했고 이는 유럽 기술 산업 전반에 직격탄이 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같은 상황을 ‘두 번째 중국 쇼크’로 규정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이어진 첫 번째 중국 쇼크가 제조업 일자리 해외 이전과 중국산 수입 급증을 초래했다면 이번에는 기술 경쟁력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이다.
◇ 트럼프 관세 공세, 유럽에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백악관에서 대규모 관세 패키지를 발표했다. ‘해방의 날’로 명명된 이 조치는 한 세기 만에 가장 광범위한 관세 인상으로 평가됐고 글로벌 금융시장을 크게 흔들었다.
EU는 미국의 조치로 20% 관세를 적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3000억 달러(약 430조 원) 규모의 무역적자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지만 EU는 다른 수치를 제시했다. EU에 따르면 상품 부문에서는 1570억 유로(약 265조 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서비스 부문에서는 1090억 유로(약 184조 원) 적자를 내며 전체적으로는 비교적 균형에 가까운 구조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도 단계적으로 25%에서 50%까지 인상했다. 중국의 과잉 생산을 억제하고 제조업을 자국으로 되돌리겠다는 명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유럽은 미·중 경쟁의 ‘부수적 피해자’가 됐다.
◇ 불균형한 미·EU 합의…유럽 내부 비판 확산
긴장 속에서 이어진 협상 끝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합의에 도달했다. 이후 8월 낸 공동성명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됐다.
합의에 따르면 EU는 미국산 산업재 대부분에 대해 관세를 철폐했고 미국은 EU 수출품에 대해 15% 관세를 유지했다. 또 EU는 2028년까지 미국에 6000억 달러(약 861조 원)를 투자하고 에너지 분야에서 7500억 달러(약 1076조 원) 상당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선의 결과”라고 평가했지만 유럽 각국에서는 “불균형적이고 굴욕적인 합의”라는 비판이 나왔다. 자비네 바이안트 EU 집행위원회 무역총국장은 “미국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상황이었고, 사실상 협상이라기보다 수용에 가까웠다”고 인정했다.
◇ 중국 수출 공세와 희토류 통제
미국 시장이 막히자 중국산 제품은 유럽으로 대거 유입됐다.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중국의 대EU 수출은 약 15% 증가했고 이탈리아 등 일부 회원국에서는 전체 수입의 4분의 1 이상을 중국이 차지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도 강화했다. 자동차와 반도체, 방산 산업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유럽의 취약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나틱시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U는 중국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 지렛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EU는 2024년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은 2025년 돼지고기와 유제품에 최대 42.7% 보복 관세로 맞섰다. 외교적 해법도 성과를 내지 못했고 7월 열린 EU·중국 정상회의 역시 뚜렷한 결과 없이 끝났다.
◇ 규칙 기반 무역 질서의 흔들림
2025년은 EU가 신봉해 온 규칙 기반 무역 질서가 근본적으로 흔들린 해로 평가된다. EU는 철강 관세를 두 배로 인상하고 경제안보 전략을 강화했지만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지가 제한된 현실도 확인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이제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될 수 있는 시대”라며 “러시아 가스에서 시작된 교훈이 원자재와 반도체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EU는 멕시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과 무역 협정을 추진하고 인도와의 협상도 재개했지만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협정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회원국은 농업 보호를 이유로 서명을 미루고 있다.
2025년 유럽은 세계 최대 단일시장이라는 강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중 사이에서 자율적 전략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규칙 기반 무역을 지켜온 EU의 역할이 시험대에 오른 한 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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