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작 연대기(72)] 한솔(‘춤이음’ 부회장, 경희대 무용학부·글로벌미래교육원 강사, 선화예고 강사), 몸으로 감정을 번역하는 사람
이미지 확대보기한솔(韓䢦, HAN SOL)은 포남초, 율곡중, 강원예고를 거쳐 경희대 무용학부, 경희대 일반대학원 무용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국무용가이자 안무가이다. 그녀는 김백봉학(金白峰學) 연구와 실향으로 청춘을 한국무용계에 봉헌했다. 그녀의 태사(太師) 김백봉은 기존 전통무용의 간소화 및 재해석을 가한 부채춤 창시자였으며, 경희대에서 학부 시절부터 박사 과정 전체에 거쳐 춤의 본질과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온몸으로 지도하고, 무대 위의 춤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의 깊이까지 일깨워 준 안병주 교수께 진심 어린 존중과 감사를 표하는 춤꾼이다.
한솔은 고향 강릉에서 한국무용의 기초와 춤의 매력을 알려준 박선자 선생, 예고 시절 성장의 시간을 함께한 김희정 선생을 떠올린다. 대학에서 안병주 교수의 가르침은 단순한 기술이나 지식을 넘어, 흔들리는 순간마다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삶의 기준이 되었다. 말없이 지켜봐 주고, 누구보다 따뜻하게 믿어 준 그 시간이 있었기에, 한솔은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춤을 이어올 수 있었다. 세 분 그녀의 스승이 건네준 가르침과 믿음, 그 안에 담긴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며, 앞으로의 삶과 춤으로 조금이나마 보답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한솔은 아홉 살 때 발레를 통해 무용을 만난다. 피아노와 미술을 배우던 시기, 부모는 한솔의 성장을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발레학원에 보내주었고 그녀의 예술 여정의 출발점이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발레를 이어오던 중, 토슈즈를 신는 과정이 신체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그 무렵 원장 선생의 권유로 한국무용을 접하게 되었고, 그 선택은 지금까지 무용가 한솔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한솔은 평안남도 무형유산 김백봉부채춤 이수자, 김백봉춤보존회 이사로서 이북오도지사 표창(2022)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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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몸으로 감정을 번역하는 사람, 춤이 말이 되는 한솔의 대표작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출연작은 '김백봉부채춤'이다. 더불어 김백봉장고춤 '향기', '옥적의 곡' 또한 오랜 시간 ‘한솔 춤’의 중심을 이루어 온 소중한 작품들이다. 한국창작무용 가운데 신인으로서 부족함과 아쉬움이 남았지만, 풋풋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안무 데뷔작 '외화내비'(2018)를 들 수 있다. 그녀는 기회가 된다면 다듬어 다시 무대에 올리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솔은 한국춤협회 이사, 한국무용학회 이사의 활동도 맡아 봉사하며 대한민국국민대상 문화예술부문 대상(2024)의 영광도 안았다.
'김백봉부채춤'은 한솔이 출연하고 연구하는 주제적 작품이다. 부채를 펴고 접고 돌리고 뿌리는 기교 자체가 춤사위의 중심을 이루는 ‘김백봉부채춤’은 1954년 11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시공관에서 김백봉에 의해 창작 발표된 작품이다. 한국 전통춤의 근현대 과정에서 성장하고 꽃피운 대표 춤으로 평안남도 무형유산 제3호로 등재되어 ‘김백봉부채춤’으로 춤 명칭이 지정, 현재 보유자 안병주에 의해 전승되고 있다. 양손에 부채를 들고 그려내는 부드러운 곡선과 음악의 조화가 매력적이며, 춤에서 우러나는 중후함과 유연함, 탄력성이 춤의 기반이 된다.
김백봉장고춤 '향기'는 장고를 단순한 리듬 도구에서 벗어나 무용수의 내면 정서를 확장하는 상징적 매개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한솔의 절제된 타법과 정중동의 움직임은 외형적 기교보다 호흡과 여백의 미학을 강조하며, 무대 위에 은은하게 번지는 정서적 잔향을 만들어낸다. 특히 여성적 서정성과 품격 있는 선은 김백봉 특유의 춤 어법을 분명히 드러내며, 전통 장고춤의 미적 지평을 한 단계 확장한다.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으나 오래 남는 감흥처럼, 관객의 감각과 기억 속에 깊은 여운을 각인시키는 작품이다. 한 솔은 무용수의 감정과 리듬을 확장하면서 개성을 드러낸다.
김백봉 원안무의 '옥적의 곡'은 옥적의 청아하고도 쓸쓸한 음색을 매개로, 인간 내면의 고독과 절제를 춤의 언어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호흡에 밀착된 느린 동작과 간결한 선은 소리와 몸이 분리되지 않는 김백봉 특유의 미학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외적 서사나 기교를 배제하고, 정적 속에 응축된 긴장과 여백을 통해 정서의 깊이를 확장한다. 한 결의 '옥적의 곡'은 관객으로 하여금 소리를 듣는 경험을 넘어, 고요한 사유의 공간으로 이끄는 김백봉의 명상적 춤을 이음한다. 그녀는 깊이 인정받는 완성형 무용가, 서사를 끌고 가는 존재, 작품의 정서적 축이 된다.
한솔의 안무 '외화내비'(2018)는 신체 내부의 정서를 외부의 형식으로 번역하는 과정 자체를 무대 위의 주제로 삼는다. 절제된 움직임과 반복되는 동작 어휘는 감정의 분출보다 인식의 축적을 택하며, 몸의 미세한 변주를 사유하게 만든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동선과 호흡의 리듬은 개인적 경험이 어떻게 집단적 감각으로 확장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이 작품은 안무가의 내밀한 감각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 한국무용이 지닌 사유적 깊이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제시한다. 음악과 작품이 조용히 숨 쉬는 곳에서 빛나는 무용가로서 최고의 표현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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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한솔의 오늘을 응원하는 분들이 많다. 출연작 안병주 안무의 '無, 말하다'는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한솔은 본격적 단체 활동 때부터 완벽함보다 팀 신뢰, 감정 전달로 작품을 안전하게 만들었다. 마음을 아껴서 오래 추는 무용가, 감정과 에너지를 최소로 소모하면서 최대 효과를 내는 전략으로 작품의 밀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인물이 되었다. 그녀는 묵묵히 힘이 되어주는 안귀호 교수, 늘 함께해 준 춤이음 단원들, 언제나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해 주는 선화예고 선생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한솔은 부모와 같이 미술관에 즐겨 다닌다.
한솔 안무가는 감정을 과잉 없이 절제하며 몸의 미세한 결을 통해 사유를 전달하는 춤꾼이다. 그녀의 춤은 디테일의 완성도를 중시하며, 머리로 설명되기보다 몸의 감각으로 먼저 관객에게 스며든다. 김백봉 춤의 미학을 깊이 체화한 한솔은 전통을 이어가면서 호흡과 여백, 긴장 속에서 동시대적 감수성을 조용히 확장해 나간다. 다양한 작업에서 내면의 정서를 외형화하는 과정이 핵심이 되며, 무리 없는 흐름과 이음의 미덕이 돋보인다. 무대 위에서 차분히 실력을 축적해 온 그녀는 연출과 교육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긴 호흡으로 기억될 무용가의 궤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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