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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딥 아이솔레이션', 2km 지하 심층 시추공 방폐물 처분 실증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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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딥 아이솔레이션', 2km 지하 심층 시추공 방폐물 처분 실증 착수

수직 동굴 방식 탈피, 석유 시추 기술 접목한 수평 처분법 시험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앞두고 핵연료 처리 핵심 해법 부상 기대
미국 핵폐기물 처리 전문 기업인 딥 아이솔레이션(Deep Isolation)이 핵연료를 지하 깊숙한 곳에 영구 격리하는 '심층 시추공 처분' 기술의 상업화를 위해 다년간의 전면적인 실증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핵폐기물 처리 전문 기업인 딥 아이솔레이션(Deep Isolation)이 핵연료를 지하 깊숙한 곳에 영구 격리하는 '심층 시추공 처분' 기술의 상업화를 위해 다년간의 전면적인 실증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핵폐기물 처리 전문 기업인 딥 아이솔레이션(Deep Isolation)이 핵연료를 지하 깊숙한 곳에 영구 격리하는 '심층 시추공 처분' 기술의 상업화를 위해 다년간의 전면적인 실증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카메론 인근 할리버튼 시추 기술 시설에서 착공식을 열고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고 세계 원자력 뉴스(WNN)가 지난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석유 시추 기술 활용해 지하 2km에 핵폐기물 반영구 격리


이번 실증 프로그램은 실제 방사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딥 아이솔레이션이 특허를 보유한 시추공 처분 기술과 '범용 캐니스터 시스템(UCS)'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핵심 기술은 기존의 거대한 지하 동굴을 파는 방식이 아니라, 석유나 가스 채굴에 쓰는 표준 시추 장비를 활용해 좁고 깊은 구멍을 뚫는 방식이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우선 수직으로 깊게 파고 내려가다가 지하 수천 피트(약 1~2km) 지점에서 서서히 곡선을 그리며 수평으로 방향을 튼다.

이 수평 구간은 최대 2마일(약 3.2km)까지 이어지며, 이곳에 지름 22~33cm, 길이 약 4.2m의 부식 방지용 특수 용기(캐니스터)를 배치한다. 용기 배치가 끝나면 수직 구간과 수평 시작점을 암석과 벤토나이트(점토의 일종) 등으로 밀봉해 수억 년간 안정성이 검증된 암반층에 핵폐기물을 영구히 가두는 원리다.

로드 발처 딥 아이솔레이션 대표는 착공식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심층 시추공 처분 기술의 상업화를 향한 역사적인 출발점"이라며 "시추와 폐기물 관리 분야의 선두 기업들과 협력해 원자력 산업의 가장 시급한 과제인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분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차세대 SMR 맞춤형 '범용 용기' 개발... 부식 저항성도 확인

딥 아이솔레이션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할리버튼(Halliburton), 아멘텀(Amentum), NAC 인터내셔널 등 원자력 및 시추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특히 심층 시추공 처분 센터(DBDC)와 협력해 실제 운영 데이터를 수집하고 규제 당국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기술의 핵심인 '범용 캐니스터 시스템(UCS)'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고등연구계획국-에너지(ARPA-E)의 자금 지원을 받아 개발했다.

이 용기는 기존 대형 원전의 폐기물뿐만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에서 나오는 다양한 형태의 폐기물을 모두 담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유리화된 폐기물, 입자형 핵연료(TRISO), 용융염 원자로의 할라이드염 등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강점이다.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종료된 2년간의 연구 결과, 지하 깊은 곳의 극한 환경에서도 해당 용기 소재가 부식에 강하고 신뢰성 있게 작동한다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국 원전 산업 '화장실 문제' 해결과 SMR 수출 가속화의 열쇠


국내 원전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번 미 실증 프로그램이 한국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의 교착 상태를 끊어낼 유력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특히 국토가 좁고 암반층이 견고한 한국 지형 특성상, 대규모 지하 동굴을 파는 기존 방식보다 국소 면적을 활용하는 심층 시추공 방식이 주민 수용성 확보와 건설 비용 절감 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소형모듈원전(SMR)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등 한국 원전 대표 기업들이 차세대 원전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폐기물 처분 기술까지 결합한 '원스톱 솔루션'은 해외 수주전의 결정적 승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딥 아이솔레이션의 '범용 캐니스터'와 같은 고성능 용기 제작 분야에서 세아베스틸지주 등 특수강 및 내부식성 소재 기술을 보유한 국내 제조사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국제 원자력 처분 표준이 재편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기업들도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제휴 및 소재 국산화를 통해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trick2686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