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뉴욕 주식 시장에 거대한 순환매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본격화한 순환매 움직임이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에 열광하던 투자자들은 이제 에너지, 농업 등 실물 분야의 굴뚝주들에 열광한다.
도이체방크는 이런 대대적인 자금 이동은 금융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쏠림’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자금 이동
도이체방크는 연초 보고서에서 비테크 섹터 펀드 자금 유입이 ‘표준편차 4배(4시그마) 이상’으로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보기 드물 정도의 ‘광적인 순환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표준편차 4배, 4시그마는 통계적으로 약 0.006%의 확률로 벌어지는 사건이다.
주식 시장이 매일 열릴 경우 약 60~70년에 한 번 발생할 법한 극단적인 사건이다.
MS 팔고 캐터필러 샀다
투자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21세기 혁신 빅테크를 내다 팔고 캐터필러 같은 구세대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캐터필러 등 가치주들이 주류인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지난 6일(현지시각) 사상 처음으로 5만선을 돌파하는 등 올해 4.3% 상승했다.
반면 기술주 비중이 높아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7000선 돌파 직전 상승세가 멈추며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3% 오르는 데 그쳤다.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아예 0.9% 하락했다.
이런 달라진 흐름의 바탕에는 AI가 초래한 희소성 역전이 있다.
과거 소프트웨어는 희소성이 높았다. 아무나 코딩을 할 수 없었고, 기업들의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가치가 높았다. 그러나 AI가 이 일을 대신하면서 소프트웨어의 경제적 가치는 추락하고 있다.
반면 AI 시대에는 실물 자원이 더 귀해졌다.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필요한 중장비, 또 데이터센터를 돌리는데 필요한 막대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만드는 캐터필러가 두각을 나타낸 배경이다.
광풍 후폭풍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현재 테크주를 팔고, 에너지와 산업재등 굴뚝주로 옮겨가는 것은 그 발생 확률이 매우 낮은 기적에 가까운 사건이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이동하는 금액만 많은 게 아니다. 순환매 유입 속도 역시 비정상적으로 빠르다.
올해 첫 5주 동안 비테크 부문으로 유입된 자금은 620억 달러로 지난해 전체 유입액 약 500억 달러를 웃돈다. 지난해 52주 동안에 유입된 자금보다 연초 5주 동안에 더 많은 돈이 비테크 굴뚝주로 이동한 것이다.
굴뚝주로의 자금 이동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거품이 끼어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펀드 유입이 표준편차 4배 이상으로 유입됐다는 것은 시장 순환매가 과열 상태라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앞뒤 안 재고 무작정 사고 보자는, 패닉 바잉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에 몰아쳤던 “나만 뒤처질 수 없다(FOMO)’는 광풍이 이번에는 ‘순환매’ 자체에 불어닥치고 있다.
이런 과도한 흐름은 조만간 제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다.
가치주에 돈이 몰리면서 이들 종목의 밸류에이션은 이제 크게 높아졌다.
S&P500 가치 상장지수펀드(ETF)의 주가수익배율(PER)은 19배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적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가치주도 더 이상 싸지 않은 것이다.
시장 흐름이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은 급격하게 가격이 뛰었던 가치주들이 조만간 가격 조정을 받을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가치주에 쏠렸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는다고 해도 이것이 곧바로 테크주로 자금이 다시 이동한다는 뜻은 아니다.
AI 회의론이 아직 사라진 것이 아니어서 주식 시장은 주도주 없이 각자 도생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 수석 글로벌 주식 전략가 피터 오펜하이머는 2026년 전망보고서에서 올해에는 이익 성장이라는 펀더멘털에만 의존하는 장세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지수가 크게 오르는 대신 종목별로 선별적으로 주가 흐름이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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