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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폐지에 떨고 있는 빅오일… 트럼프의 ‘독이 든 성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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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폐지에 떨고 있는 빅오일… 트럼프의 ‘독이 든 성배’ 되나

EPA ‘위험 판결’ 취소 시사… 연방 규제라는 법적 방어막 붕괴 위기
“규제 없으면 주 정부 소송 무방비” 석유업계, 전례 없는 역설적 상황 직면
2026년 기후 책임 소송 분수령… 미국 석유업계 ‘플랜 B’ 마련에 사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 권한을 뿌리째 뽑으려 하자, 그동안 규제 철폐를 외쳐온 석유 대기업들이 도리어 소송 폭탄을 우려하며 당혹해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 권한을 뿌리째 뽑으려 하자, 그동안 규제 철폐를 외쳐온 석유 대기업들이 도리어 소송 폭탄을 우려하며 당혹해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 권한을 뿌리째 뽑으려 하자, 그동안 규제 철폐를 외쳐온 석유 대기업들이 도리어 소송 폭탄을 우려하며 당혹해하고 있다. 연방 규제가 사라지면 주 정부와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기후 책임 배상 소송을 막아줄 법적 방패가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환경 전문매체 히티드(HEATED)10(현지시각)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온실가스의 유해성을 인정한 위험 판결(Endangerment Finding)’을 조만간 철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온실가스가 인류 건강을 위협하므로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 따라 규제해야 한다는 연방 정부의 핵심 근거를 폐기하는 조치다.

트럼프발 기후 규제 해체와 석유 업계 리스크 분석.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발 기후 규제 해체와 석유 업계 리스크 분석. 도표=글로벌이코노믹


규제라는 방패사라지자… 주 정부 소송에 무방비 노출


미국 석유 연구소(API)와 엑손모빌, 셰브론 등 석유 거물들은 지난 수십 년간 연방 규제에 맞서 싸웠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기류는 완전히 달라졌다. 버몬트와 뉴욕주 등이 화석 연료 기업에 기후 재해 복구 비용을 물리는 기후 슈퍼펀드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주 단위의 압박이 거세진 탓이다.

지금까지 석유업계가 이러한 소송을 방어한 핵심 논리는 연방 선점 원칙(Federal Preemption)’이었다. 연방 정부가 이미 온실가스를 관리하고 있으니 주 법에 따른 별도 소송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팻 파렌토 버몬트 로스쿨 명예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 권한 자체를 부정하면 석유 기업들은 법정에서 자신들을 방어할 근거를 잃게 된다고 분석했다.

주요 석유 기업(Carbon Majors) 기후 소송 및 법적 대응 현황 (2026년 2월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주요 석유 기업(Carbon Majors) 기후 소송 및 법적 대응 현황 (2026년 2월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자동차는 풀고 시설은 묶어달라API의 이중적 태도


석유업계의 혼란은 API의 입장 변화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마이크 소머스 API 회장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폐지는 찬성하면서도, 정유 시설이나 발전소 같은 고정 오염원에 대한 규제 권한은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자동차 규제를 풀어 석유 수요를 늘리는 이득은 챙기되, 소송 대응을 위해 연방 정부의 통제를 받는 산업이라는 지위는 유지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험 판결이 온실가스 전체의 위험성을 다루는 만큼, 특정 분야만 골라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웨스트버지니아주 존 맥커스키 법무장관은 최근 한 행사에서 기후 소송을 산업 전체를 파괴하는 위협이라고 규정하며, 한 기업이 패소할 경우 석유·가스 산업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델 삭제하고 입법 로비까지… 결판의 날다가온다


방패가 흔들리자 석유업계와 공화당은 긴급 대응에 나섰다. 하원 공화당은 지난해 10월 주 정부의 소송을 막아달라는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지난달에는 공화당 주 의원들이 기후 소송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특히 EPA는 지자체가 기후 피해액을 산출할 때 사용하는 분석 모델인 ‘FraEDI’를 최근 웹사이트에서 무단 삭제했다. 이는 소송의 핵심 증거 자료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는 석유 업계에 축복이 아닌 독이 든 성배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연방 정부의 보호가 사라진 법적 무법지대에서 석유 기업들이 천문학적 배상 책임이라는 사지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