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랄산 원유 할인폭 27달러 육박…인도, 트럼프와 손잡고 '러시아산 거부' 공식화
재정 손익분기점 붕괴로 모스크바 돈줄 경색…서방, '그림자 함대' 직접 압류하며 퇴로 차단
국내 정유사 인도·중국산 퇴출로 '반사이익' 기대…글로벌 유가 변동성 관리가 변수
재정 손익분기점 붕괴로 모스크바 돈줄 경색…서방, '그림자 함대' 직접 압류하며 퇴로 차단
국내 정유사 인도·중국산 퇴출로 '반사이익' 기대…글로벌 유가 변동성 관리가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판매처를 찾지 못한 러시아산 원유 1억4300만 배럴이 해상에 고립되어 있으며 가격 할인 폭은 전쟁 초기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의 핵심 수익원이 동력을 잃으면서 러시아의 전시 경제 유지에도 심각한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한국 정유업계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재정 방어선' 무너진 우랄산 원유…배럴당 45달러로 추락
현재 러시아 석유 산업이 직면한 가장 직접적인 위협은 가격 경쟁력 상실이다. 원자재 정보업체 아거스 미디어(Argus Media)의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 주력 유종인 우랄(Urals)산 원유는 현재 배럴당 45달러(약 6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대비 무려 27달러나 낮은 가격으로, 모스크바가 원하던 가격대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가격 폭락은 러시아 국가 재정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모스크바 당국은 2026년 회계연도 예산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적정 유가를 배럴당 59달러로 상정했으나, 현행가는 이를 한참 밑돈다.
업계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러시아 석유 기업의 생산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20~25달러 수준임을 고려하면, 현재의 가격 하락세는 수익 창출 자체를 위협하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키예프 경제대학(KSE) 연구소의 벤자민 힐겐스톡(Benjamin Hilgenstock) 소장은 "러시아 경제가 정체된 상황에서 재정 취약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인도의 이탈과 중국의 한계…해상에 쌓인 1억4300만 배럴
수요처 확보 실패로 인한 재고 누적도 심각하다. 선박 추적업체 보텍사(Vortexta)는 지난 10일 기준 약 1억 430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가 구매자를 찾지 못한 채 바다 위 유조선에 묶여 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의 보름치 생산량에 맞먹는 규모다.
KSE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114만 배럴로,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중소 정유사들이 물량을 일부 받아내고 있으나, 특정국 의존도를 20% 이내로 제한하는 중국 정부의 기조 탓에 추가 흡수 여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견해다.
'그림자 함대' 직접 겨냥한 서방의 물리적 봉쇄
서방 제재의 구멍으로 지목됐던 '그림자 함대(Shadow Fleet)'에 대한 직접적인 물리적 제재도 강화되는 추세다. 서방 군 당국은 공해상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운송하는 노후 선박들을 잇달아 압류하며 운송 통로를 차단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군이 지중해에서 유조선 '그린치(the Grinch)'호를 압류한 데 이어, 최근 미군도 러시아산 원유 운송 이력이 있는 '아퀼라 II(the Aquila II)'호를 나포했다.
해운 분석업체 케플러(Kpler)의 나빈 다스(Naveen Das) 선임 분석가는 "이러한 선박 압류가 빈번해지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감당해야 할 위험 비용이 수익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정유업계 반사이익 기대와 에너지 안보의 과제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서방의 압박은 국내 에너지 시장과 정유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그간 러시아산 저가 원유를 기반으로 가격 공세를 펼쳐온 인도와 중국 정유사들의 경쟁력이 약화함에 따라 상대적인 실적 호전(Turnaround)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로 제조한 제3국 석유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항공유와 경유 등 우리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한층 부각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제 유가는 공급망 재편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전망이다.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 봉쇄로 인한 일시적 공급 차질은 유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미국산 셰일오일 증산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이를 억제하는 상쇄 효과를 내고 있다.
에너지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동시에, 강화된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원산지 확인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