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경제를 이끄는 역전 시대, '연준 풋'의 수명이 끝날 수 있다
변동성 함정 피하는 핵심 전략 '풋 스프레드', 아마존 사례로 본 실전 구조
변동성 함정 피하는 핵심 전략 '풋 스프레드', 아마존 사례로 본 실전 구조
이미지 확대보기그 불안이 커질수록 너도나도 위험 회피(헤징) 거래에 뛰어들지만, 배런스는 지난 18일과 20일(현지시각) 두 편의 분석기사를 통해 냉정한 경고를 던졌다. "투자자 대다수가 헤징을 하고 있지만, 방식은 틀렸다." 더 나아가 오늘의 주식시장 자체가 정부와 중앙은행의 인위적 부양으로 유지되는 거대한 구조물이며, 그 균열 가능성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35년의 실험, 주가가 경제를 먹여 살리다
로젠버그 리서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최근 고객 보고서에서 "과거에는 경제가 주식시장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주식시장이 경제를 이끈다"고 밝혔다. 변화의 핵심은 증시 본래 기능의 상실이다. 기업이 투자 자금을 모으는 1차 시장 역할은 사실상 비상장 사모시장으로 넘어갔다. 기업공개(IPO)는 초기 투자자와 내부자가 지분을 현금화하는 통로로 변질됐다. 아폴로 캐피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롤에 따르면,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4485억 원) 이상의 비상장 유니콘 기업 수는 10년 전 114곳에서 현재 857곳으로 750% 넘게 불어났다.
증시를 떠받치는 정책 의지는 노골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신생아에게 1000달러(약 144만 원)를 미국 지수펀드에 넣어주는 '트럼프 계좌'를 도입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은 최근 하원 청문회에서 엡스타인 스캔들 관련 질의를 받다 돌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의 5만 포인트 돌파를 거론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로젠버그는 "행정부가 증시상승 자체를 정책 목표로 공식화한 방증"이라고 짚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역할은 더 결정적이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폭락 직후 유동성 공급을 약속한 것이 이른바 '연준 풋(Fed Put)'의 시작이다. 주가가 급락하면 연준이 개입해 손실을 막아줄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이 이때 굳어졌다. 이후 1998년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붕괴 때도 그린스펀은 경기가 멀쩡한데도 기준금리를 내려 증시를 구했다.
벤 버냉키 의장 시절에는 양적완화(QE)가 본격 도구로 자리 잡았다. 2010년 11월 QE2를 발표하면서 버냉키 의장은 "증시상승이 소비자 신뢰와 지출을 직접 끌어올린다"고 공개적으로 연결 지었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는 제롬 파월 의장 체제에서 연준 대차대조표가 9조 달러(약 1경 3030조 원)를 웃도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10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전직 앨라이언스번스타인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지프 카슨은 "1980년대 초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정에서 주택 실거래 가격을 빼고 귀속임대료라는 가상의 수치를 대신 넣으면서 물가상승률이 실제보다 낮게 잡혔고, 이 덕분에 연준이 느슨한 통화정책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함께 급등하면서 자산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사이 격차가 벌어지는 'K자형 경제'가 고착됐다는 분석이다. 로젠버그는 "이제 자산가격 상승이 근로소득보다 소비를 더 크게 좌우한다"고 진단했다.
이 구도가 바뀔 변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후임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는 연준 이사로 재직한 2006~2011년 QE에 일관되게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카슨은 "워시는 자산가격 거품을 지나치게 느슨한 통화정책의 부산물로 본다"며 "이 관점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월가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징 열풍의 역설, “모두가 하지만, 모두가 틀렸다”
그러나 지난 15년 사이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개인투자자의 집단행동, 이른바 '밈 주식' 현상이 기존 주문 흐름 분석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배런스는 "개인투자자를 무조건 역으로 해석하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헤징 방식 자체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현재 주가 근처의 행사가격으로 단순히 풋옵션을 산다. 이것이 함정이다. 시장이 요동칠 때 옵션 가격을 결정하는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이 급등하면 옵션 프리미엄도 함께 치솟는다. 주가가 웬만큼 빠져도 옵션 프리미엄이 이미 그 하락폭을 반영해 부풀어 있어 수익을 내기 어렵다. 배런스는 이를 '변동성 함정'이라고 불렀다.
배런스가 제시한 대안이 '풋 스프레드(put spread)' 전략이다. 핵심은 하나의 풋옵션을 사는 동시에, 더 낮은 행사가격의 풋옵션을 파는 것이다. 낮은 풋을 팔아 받은 돈으로 변동성 비용을 줄이고, 주가가 크게 하락할 때 100% 이상의 수익을 노리는 구조다. 수익 상한이 생긴다는 점에서 단순 풋과 다르지만,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배런스는 아마존닷컴(Amazon.com)을 사례로 들었다. 인공지능(AI) 투자 비용 증가 우려로 올해 들어 주가가 약 13% 빠진 상태다.
풋옵션이란 "미리 정해 둔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내려가면 이 권리의 가치가 올라간다. 주가가 더 떨어진다는 데 베팅하고 정말 그렇게 움직이면 투자 원금 이상으로 돌려받는다.
배런스는 1개월 만기 헤징을 권한 이유로 "하루하루 바뀌는 가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 "수익이 60% 이상 쌓이면 미련 없이 청산하고 행사가격을 현재 주가 수준에 맞춰 재설정하거나 다른 종목으로 옮겨야 한다"며 "헤징이 이익을 내면 더 벌겠다는 욕심에 결국 이익을 날려버리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모닝스타는 이달 보고서에서 2026년 내내 변동성이 여러 차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해 초 일본 장기국채 금리 급등이 전 세계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해 미국 주가가 한때 2% 이상 빠졌다가 곧 회복한 것이 그 전조라는 분석이다. J.P.모건도 최근 보고서에서 "S&P500 기대수익률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 간 격차, 즉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역사적 최저 수준인 0.02%에 불과하다"며 "안전 마진이 사실상 사라진 시장"이라고 경고했다.
주가가 경제를 받치는 시대, 그 주가를 정부와 중앙은행이 떠받치는 구조는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연준 수장이 바뀌고 '연준 풋'의 공식이 흔들린다면, 그 순간 제대로 된 헤징 전략을 갖춘 투자자와 그렇지 못한 투자자 사이의 격차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한편 코스피는 지난 20일 5808.53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방산·조선 대형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환율 변동성과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은 여전히 짙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최근 "추가 변동성 확대 구간에서는 반도체·방산·기계 등 실적 기대주를 나눠 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국내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하락장에 개별 종목을 저가에 사고, 상승장에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방향성 베팅보다 분할 매수와 헤징 병행이 변동장세에서 손실을 줄이는 현실적 방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