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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 반도체 5배 증설…SMIC·화웨이, '7나노 굴기'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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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 반도체 5배 증설…SMIC·화웨이, '7나노 굴기' 가속

SMIC 가동률 96% 육박·월 10만 장 목표…삼성·SK하이닉스 HBM 수요에도 파장
중국이 미국 수출 규제에 맞서 7나노미터(nm)급 이하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 능력을 현재 월 2만 장 미만에서 10만 장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대규모 증설에 나선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미국 수출 규제에 맞서 7나노미터(nm)급 이하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 능력을 현재 월 2만 장 미만에서 10만 장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대규모 증설에 나선다. 이미지=제미나이3
엔비디아 제품을 못 쓰게 된 중국이 그에 버금가는 칩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그것도 1~2년 안에 생산량을 5배로 늘리는 방식이다.

중국이 미국 수출 규제에 맞서 7나노미터(nm)급 이하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 능력을 현재 월 2만 장 미만에서 10만 장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대규모 증설에 나선다. 대만 반도체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DIGITIMES)25(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으로, 중국 파운드리 1위 기업 SMIC를 중심으로 화웨이 연계 칩 제조사들이 첨단 공정 양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 등 해외 AI 첨단 반도체 도입이 막힌 상황에서 국산 AI 프로세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사실상의 국가 전략으로 풀이된다.

화웨이·캠브리콘 수요 폭증…SMIC 가동률 96% 육박


중국 AI 칩 설계 기업들이 내수 파운드리로 생산처를 이전하면서 첨단 공정 용량 확보가 긴박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화웨이는 2026년 차세대 '어센드(Ascend)' 프로세서를 여러 종 출시할 계획이다. AI 가속기 전문 기업 캠브리콘(Cambricon)2026AI 칩 생산량을 올해 대비 3배 이상 늘린 50만 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공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가운데 30만 개가 고사양 제품이며, 상당수가 SMIC7나노급 'N+2'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 AI 칩 설계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중국 서버·PC용 프로세서 업체 하이곤(Hygon)20253분기 누적 AI 칩 매출은 274,000만 위안(5,7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 중국 정부가 공공기관 PC·서버를 국산으로 교체하는 '신촹(信創·Xinchuang)' 정책을 강화하면서 국산 중앙처리장치(CPU)AI 칩 수요가 강하게 뒷받침된 결과다.

수요가 집중되면서 SMIC의 설비 가동률은 96%에 육박했다. SMIC는 증가하는 주문에 대응하고자 지난해 81억 달러(115,600억 원)의 설비 투자를 단행했으며, "올해 말까지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4만 장의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EUV 없는 'N+3' 공정의 구조적 한계


생산량 확대와 별개로,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이 원천 차단된 점은 중국 반도체 자립화의 근본적 걸림돌이다. SMIC는 현재 심자외선(DUV) 장비를 여러 차례 반복 노출하는 '다중 패터닝' 방식으로 7나노 이하 공정을 구현하고 있다.
반도체 분석 전문기관 테크인사이트(TechInsights)가 화웨이의 최신 칩 '기린 9030'을 분석한 결과, 이 제품이 SMIC'N+3' 공정에서 생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진정한 5나노 공정이 아닌 7나노 기술의 확장판으로 평가한다.

EUV 장비 없이 DUV 다중 패터닝으로 미세 공정을 구현할 경우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공정 복잡도다. 회로를 한 번에 그리지 못하고 여러 차례 겹쳐 노출해야 하는 만큼 공정 단계 자체가 늘어나고,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정렬 오차(Overlay)가 누적될수록 불량 위험도 덩달아 커진다.

원가와 수율 문제도 뒤따른다. 공정 시간이 길어지면 웨이퍼 한 장을 완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공정이 복잡할수록 정상 제품을 뽑아내는 수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생산량을 늘려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구조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본적인 한계는 집적도에서 드러난다. TSMC와 삼성전자가 이미 3~5나노 공정을 양산 중인 상황에서, EUV 없이 구현한 중국의 7나노급 공정은 트랜지스터 밀도와 전력 효율 모두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집어넣지 못하면 칩 성능과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이는 AI 가속기의 실제 연산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시장 분석가들은 "중국이 물량 공세로 AI 칩 자급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장비 제약으로 공정 효율성 측면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을 추격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국가 주도 '선택과 집중'…자립 너머 생존 전략, 한국 HBM 산업 파장은?


중국 정부는 한정된 첨단 반도체 생산 자원을 국가 전략에 따라 배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SMIC의 첨단 공정 할당량을 화웨이에 최우선 배정한 뒤, 캠브리콘 등 주요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에 순차 공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내 반도체 장비 산업이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핵심인 노광 기술의 공백은 여전히 크다. 이에 중국은 리소그래피 기술의 한계를 메우기 위해 첨단 패키징 기술과 칩 구조 최적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7나노급 로직 칩 대규모 증설은 필연적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을 수반한다. 화웨이 어센드와 캠브리콘 AI 가속기가 최대 성능을 발휘하려면 HBM과의 이종 집적 패키징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중국발 HBM 수요 증가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HBM 수출 규제에 대비해 창신메모리(CXMT)를 중심으로 'HBM 자립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CXMT는 현재 HBM2 실무 생산 단계를 넘어 차세대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공정 수율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SMIC의 로직 칩 생산량이 월 10만 장에 이르면 중국 내 HBM 수급 불안이 심화하고, 결국 중국산 HBM의 성능과 양산 능력이 전체 AI 자립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이번 증설 목표는 세계 시장 제패가 아니라, 미국 규제 속에서도 AI 컴퓨팅 인프라를 중단 없이 구축하려는 '생존형 자립'에 방점이 찍혀 있다. 1~2년 내 월 10만 장 생산 체계가 갖춰지면 중국 AI 산업은 당장의 숨통을 트이겠지만, 7나노 양산 수율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 그리고 성능 격차를 메우기 위해 2.5D·3D 첨단 패키징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내재화할 수 있느냐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