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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정치자금 전쟁] 오픈AI vs 앤스로픽, 美 중간선거에 2,000억 대결… 'AI'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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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정치자금 전쟁] 오픈AI vs 앤스로픽, 美 중간선거에 2,000억 대결… 'AI'가 쟁점

오픈AI·앤스로픽 뒷돈 받은 슈퍼 PAC, 이민·의료 광고로 유권자 포위… 규제 틀 선점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
'자율 규제' 대 '안전 규제' 진영 충돌… 광고엔 AI 한마디 없고 네거티브만 가득
AI 업계의 지원을 받는 슈퍼 PAC들이 2026년 중간선거에 대규모로 개입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핵심 의제인 AI 규제 문제는 광고 어디에도 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AI 업계의 지원을 받는 슈퍼 PAC들이 2026년 중간선거에 대규모로 개입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핵심 의제인 AI 규제 문제는 광고 어디에도 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금 미국 의회 선거판에는 인공지능(AI) 기업의 돈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 돈이 만들어낸 광고 어디에도 'AI'라는 단어는 없다. 이민자 단속 기관인 이민세관집행국(ICE)'악행', 상대 후보의 10년 전 발언, 의료보험 삭감 우려 등 첨단 기술 기업들이 수천만 달러를 쏟아부어 만든 선거 광고의 실상이다.

NBC 뉴스는 지난달 27(현지시간) 보도에서 "AI 업계의 지원을 받는 슈퍼 PAC들이 2026년 중간선거에 대규모로 개입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핵심 의제인 AI 규제 문제는 광고 어디에도 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율 규제' '안전 규제'… 두 AI 공룡의 돈 전쟁


현재 의회 선거에서 AI 정치자금 지출을 주도하는 진영은 뚜렷하게 둘로 나뉜다.

한 축은 '리딩 더 퓨처'. 오픈AI 공동 창립자 그렉 브록먼 부부, 벤처 투자사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마크 앤드리슨·벤저민 호로위츠가 핵심 후원자다. 이 단체는 지난해 말 기준 약 3900만 달러(564억 원)의 잔고를 확보했으며, 2026년 중간선거 전체 지출 공약액은 1억 달러(1447억 원)를 웃돈다. 이들의 목표는 주()마다 제각각인 규제를 차단하고, 실리콘밸리 친화적인 연방 단일 규제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민주당 계열 슈퍼 PAC '씽크 빅'과 공화당 계열 '아메리칸 미션'을 동시에 운용하며 양당 경선에 침투하는 방식을 택했다.

맞선 진영은 앤스로픽이 최소 2000만 달러(289억 원)를 투입해 조성한 '퍼블릭 퍼스트'. 전직 민주당·공화당 의원 출신인 브래드 카슨·크리스 스튜어트가 이끄는 이 단체는 총 5000만 달러(723억 원) 조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들은 AI 기술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안전 기준 법제화를 요구하며, 민주당 계열 '잡스 앤 데모크라시 PAC'와 공화당 계열 '디펜딩 아워 밸류스'를 통해 역시 양당 경선에 동시에 뛰어들고 있다.

뉴욕 12선거구의 역설… ICE 비판자를 'ICE 동조자'로 둔갑


이 전쟁의 단면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현장은 뉴욕주 제12 연방 하원선거구다. 16선의 '진보 아이콘' 제리 나들러 의원의 은퇴로 공석이 된 이 지역구의 민주당 경선에서, 뉴욕주 주의원인 알렉스 보레스가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보레스는 의회 내 AI 안전 규제 강화를 이끈 입법가다. 과거 그는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으나, 회사가 ICE와 협력해 이민자 추적에 관여하는 방식에 반발해 자진 퇴사한 이력을 지녔다.

그런데 리딩 더 퓨처의 씽크 빅은 이 사실을 정반대로 뒤집어 110만 달러(159100만 원) 규모의 공격 광고를 집행했다. 광고는 보레스가 팔란티어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만을 부각해, 그가 ICE를 지원한 인물인 것처럼 인상을 심었다. 역설적이게도, 팔란티어의 공동 창립자 조 론스데일이 바로 씽크 빅의 핵심 후원자다. 자기 회사에 반발해 퇴사한 인물을, 자기 회사의 행위를 빌미로 공격하는 구조다.
잡스 앤 데모크라시 PAC는 즉각 맞불 광고를 내보냈다. "우익 억만장자들이 이 의석을 돈으로 사려 한다. 보레스가 이전에 그들에게 맞선 적 있어 타깃이 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한편 퍼블릭 퍼스트 액션은 45만 달러(65100만 원)를 들여 보레스 지지 광고를 집행하며 대항에 나섰다.

"AI 알레르기 피하려는 계산된 침묵"


정치권에서는 AI 기업들이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쏟으면서도 광고에서 AI를 철저히 숨기는 이유를 고도의 전략적 판단으로 읽는다.

부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대럴 웨스트는 NBC 뉴스 인터뷰에서 "많은 유권자가 AI가 일자리를 빼앗고, 사생활을 침해하며, 편향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방향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라고 광고에 명시하는 순간, 그 광고 자체가 AI에 대한 대중의 막연한 불안을 자극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래서 이민·의료·경제처럼 유권자가 피부로 느끼는 쟁점을 포장재로 삼아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리딩 더 퓨처와 씽크 빅이 이미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 격인 일리노이 주 시카고 인근 선거구에서 제시 잭슨 주니어·멜리사 빈 전 하원의원의 복귀를 지원하는 광고를 집행하면서도, 내용은 두 후보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제정에 기여한 업적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에 미칠 파장… 정책·시장 모두 주목해야


이 싸움이 던지는 궁극적 물음은 단순하다. AI 기술을 시장의 자율에 맡길 것인가, 사회적 안전망 안에 가둘 것인가. 미 의회가 '자율 규제' 진영에 기울면 AI 개발 가속과 함께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주가에 단기 호재로 작용하고, 한국 AI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문턱도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안전 규제' 세력이 입법권을 장악하면 개발 속도에 제동이 걸리고, 한국 기업도 미국 시장 진입 시 강화된 준수 비용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202611월 중간선거 결과가 한국 AI 산업의 대미 수출 전략과 규제 로드맵에도 직접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의 행방을 주시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