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지마 퓨전·RWE, 세계 최초 스텔라레이터 상용로 ‘스텔라리스’ 구축 로드맵 확정
24시간 가동 가능한 ‘정상 상태’ 운전 강점… 토카막 한계 넘는 차세대 기술로 부상
민관 합동 ‘7조 5000억 달러’ 시장 선점 가속… 에너지 주권 확보 위한 유럽의 전략적 요충지
24시간 가동 가능한 ‘정상 상태’ 운전 강점… 토카막 한계 넘는 차세대 기술로 부상
민관 합동 ‘7조 5000억 달러’ 시장 선점 가속… 에너지 주권 확보 위한 유럽의 전략적 요충지
이미지 확대보기영국의 권위 있는 기술 전문 매체 더 엔지니어(The Engineer)의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핵융합 스타트업 프로지마 퓨전(Proxima Fusion)과 최대 전력 기업 RWE, 막스플랑크 플라즈마 물리학 연구소(IPP)는 독일 가르힝과 귄드레밍겐을 잇는 2단계 핵융합 상업화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폐쇄 원전이 거듭나는 에너지 성지… ‘알파’에서 ‘스텔라리스’까지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인프라를 핵융합 거점으로 재활용한다는 점이다. 사업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인 실증로 ‘알파(Alpha)’는 독일 가르힝의 IPP 시설 인근에 건설되어 2030년대 초반 가동을 목표로 한다.
알파는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뽑아내는 ‘순 에너지 증배’를 입증하고, 실제 가동 조건에서 핵심 부품의 내구성을 검증하는 노릇을 수행한다.
이어지는 두 번째 단계는 상용 발전소인 ‘스텔라리스(Stellaris)’의 구축이다. 스텔라리스는 RWE가 현재 해체 작업을 진행 중인 귄드레밍겐(Gundremmingen) 원전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미 송전망과 냉각 시설이 갖춰진 폐쇄 원전 부지를 활용함으로써 막대한 초기 건설 비용을 절감하고 계통 연결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기존 산업 자산을 미래 에너지 거점으로 탈바꿈시키는 영리한 처방으로 풀이된다.
‘스텔라레이터’의 역습, 토카막 독주 체제 흔드는 안정성
기술적으로 이번 프로젝트는 ‘스텔라레이터(Stellarator)’ 방식에 모든 승부수를 던졌다. 그동안 핵융합계는 도넛 모양의 ‘토카막(Tokamak)’ 방식이 주도해 왔으나, 토카막은 플라즈마의 불안정성 때문에 장시간 연속 운전이 어렵다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반면 스텔라레이터는 꽈배기처럼 꼬인 복잡한 자기장을 활용해 플라즈마를 가두는 방식으로, 장치 내부에 대규모 전류를 흘리지 않고도 ‘정상 상태(Steady-state)’ 운전이 가능하다.
‘쩐의 전쟁’ 돌입한 핵융합… 7조5000억 달러 시장 선점 경쟁
재원 조달 규모와 방식도 파격적이다. 프로지마 퓨전은 전체 프로젝트 비용의 약 20%를 국제 민간 투자자들한테서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 바이에른 주정부가 연방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프로젝트 비용의 20%에 달하는 규모를 공동 금융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으며, RWE 역시 재정적 참여를 공식화했다.
이는 전 세계 핵융합 시장 규모가 향후 7조5000억 달러(약 1경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유럽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이번 사업으로 정밀 전기 시스템과 초전도 마그넷 기술 등 첨단 제조 분야에서 대규모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민관 합동 모델이 에너지 안보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방식의 차이를 넘어선 ‘에너지 주권’ 확보 경쟁
독일의 이번 행보는 한국에도 중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현재 한국은 토카막 방식의 'KSTAR'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고온 플라즈마 제어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진행한 실험에서 이온 온도 1억 도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48초간 유지하며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독일이 스텔라레이터를 통해 24시간 상시 가동의 안정성을 꾀한다면, 한국은 높은 에너지 효율과 초고온 구현 능력을 앞세운 토카막 방식으로 승부하고 있다.
추진 주체 역시 독일은 민간 스타트업과 대형 전력사가 손을 잡았고, 한국은 정부 출연연구기관과 현대중공업, 다원시스 등 정밀 제조 기업들이 '원팀(One-team)'을 이루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에너지 대전환'의 흐름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21일 '2026년도 핵융합 연구개발 시행계획'을 확정하며, 관련 예산을 지난해보다 약 99% 증액한 1124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특히 2026년 현재 국내기업들의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 신규 수주액이 211억 원을 확정하는 등 우리나라는 제조 및 설계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다.
독일이 안정성을 선점하려 한다면, 한국은 토카막 방식의 초고온 한계 돌파와 AI 기반 제어 기술을 통해 경제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두 국가의 서로 다른 접근법은 결과적으로 인류가 핵융합 에너지를 실생활에 사용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에너지 패권이 단순한 원천 기술 보유를 넘어, 누가 먼저 민간 자본과 산업 인프라를 결합해 '실질적인 전력'을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