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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 눈 깜빡이는 AI 탁상 로봇 공개…말 한마디에 문서 요약·발표자료 자동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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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 눈 깜빡이는 AI 탁상 로봇 공개…말 한마디에 문서 요약·발표자료 자동 제작

MWC 2026 바르셀로나 현장 공개…인텔 코어 울트라·64GB 탑재 온디바이스 처리, 클라우드 불필요
글로벌 AI 로봇 시장 2035년 48조 원 전망…'피지컬 AI' 사무용 시장 본격 진입 신호탄
레노버가 눈을 깜빡이고 몸을 움직이며 사용자의 업무를 거드는 탁상형 인공지능(AI) 로봇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에서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레노버가 눈을 깜빡이고 몸을 움직이며 사용자의 업무를 거드는 탁상형 인공지능(AI) 로봇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에서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제미나이3
레노버(Lenovo)가 세계 최초로 눈을 움직이고 몸을 돌리며 사용자 업무를 직접 거드는 탁상형 인공지능(AI) 로봇을 공개하면서, 화면 속 채팅창에 머물던 AI 비서가 물리적 실체를 갖춘 사무용 동료로 진화하는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IT 전문매체 얀코디자인(yankodesign.com)은 지난 1일(현지시각) "레노버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6에서 'AI 워크메이트 콘셉트(AI Workmate Concept)'를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스마트 스피커와 다른 결정적 한 가지…"몸이 돌아간다“


AI 워크메이트는 원형 받침대 위에 관절 팔이 솟아오르고 그 끝에 구형 머리가 얹힌 구조다. 머리 앞면에는 3.4인치 LCD 화면이 달려 있으며, 애니메이션 눈이 기기 상태에 따라 표정을 달리한다.

무언가를 처리할 때는 눈이 밝아지고, 사용자가 알려준 내용을 되풀이할 때는 눈을 가늘게 좁힌다. 받침대 하단 링은 색으로 작동 상태를 알려줘 화면을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지금 기기가 무엇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관절 팔은 장식이 아니다. 책상 위 서류든, 뒤로 물러선 사용자든, 옆 벽면이든 눈앞 대상을 향해 몸 전체를 돌릴 수 있어 '방향 개념'을 갖춘 기기로 기존 스마트 스피커와 결정적으로 갈린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물리적 자세 자체에 공간 인식 기능을 심어 넣은 셈이다.

이 기기를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사양은 보조 도구라기보다 독립형 컴퓨터에 가깝다.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했으며, 메모리는 64기가바이트(GB) LPDDR5X로 일반 업무용 노트북보다 두 배 이상 넉넉하다.

저장장치는 1테라바이트(TB) NVMe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이며, 음성 인식을 위한 마이크 4개와 스피커 2개, 최신 무선 규격인 와이파이 7과 블루투스 5.4도 갖췄다.

머리 부분에는 5.4인치 480×480 해상도 LCD 화면이 따로 달려 있어 상태 표시와 표정 연출을 동시에 맡는다. 모든 연산은 외부 서버가 아닌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방식이어서 민감한 업무 자료가 외부로 빠져나갈 우려를 차단했다.

서류 올리면 요약, 말하면 발표자료…책상과 벽이 화면이 된다

AI 워크메이트는 음성 명령 외에도 필기 인식과 몸짓 인식이 가능하며, 서류 스캔·요약, 발표자료 작성 보조, 메모 정리까지 처리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머리 하단부에 아래를 향해 달린 500만 화소 카메라 두 개다.

카메라는 앞에 놓인 서류를 실시간으로 인식하며, 팔이 회전하고 뻗으면서 서류 위 더 나은 스캔 각도를 스스로 잡는다.

MWC 2026 현장 시연에서는 담당자가 "엽서를 만들어 달라"고 말하자 기기가 바르셀로나 이미지를 책상 위에 투사했고, 종이를 올려 서명한 뒤 스캔해 근처 프린터로 전송하는 과정이 공개됐다.

이 투사 기능을 담당하는 내장 피코 프로젝터는 최대 200루멘 밝기로 최대 40인치 크기의 1080p 해상도 영상을 쏠 수 있다. 200루멘은 밝은 실내에서도 내용을 알아보기에 충분한 수준이며, 40인치는 일반 사무용 모니터(27인치 기준)보다 훨씬 넓은 작업 면적이다.

벽면 가까이 놓을수록 투사 면적이 커지는 만큼, 레노버도 제품 배치 시 벽 근처를 권장했다. 어떤 평평한 면이든 보조 화면으로 바꾸는 이 구조는, 모니터를 추가로 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재택근무나 소규모 사무실 환경에서 실용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레노버는 이 제품을 "인간 중심적이고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한 AI가 자연스러운 상호작용과 상황별 지원으로 업무 흐름을 뒷받침하는 방식을 탐색한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Lenovo 레노버 인텔리전트 디바이스 그룹 에릭 위(Eric Yu) 부사장은 MWC 2026 공식 보도자료에서 "AI가 실험 단계에서 일상적 업무 현실로 이동하는 시점에 기업들은 신뢰하고 확장하며 지속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6조 원 시장이 48조 원으로…'피지컬 AI'가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AI 워크메이트가 등장한 배경에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장의 가파른 팽창이 자리한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MI)에 따르면 AI 기반 산업용 로봇 시장은 올해 179억 달러(약 26조 원)에서 2035년 333억 달러(약 48조 원)로 커지며 연평균 7.1%의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9년 만에 시장 규모가 거의 두 배로 불어나는 셈이다.

수요 신호는 국내에서도 뚜렷하다. CIO코리아가 올 1월 발표한 '2026 IT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정보기술 담당자를 대상으로 2026년 가장 확산될 기술을 물은 결과, '피지컬 AI와 로봇'이 40.6%의 응답률로 2위에 올랐다.

제조업이 아닌 다른 업종에서도 관심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CIO 같은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의 70%가 이미 생성형 AI에 투자하고 있거나 파일럿 단계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AI 소프트웨어 도입이 포화 단계에 가까워질수록 다음 수요는 자연스럽게 물리적 AI 기기로 이어진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AI 워크메이트가 콘셉트 단계를 넘어 현실에 안착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하다. 개방된 사무 공간에서 기기에 목소리로 명령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점은 주변 동료들에게 소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탁상 보조 기기에 일반 노트북 수준을 웃도는 64GB 메모리와 1TB 저장장치를 얹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합리적인지에 대한 물음도 제기된다. 출시 시점과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레노버는 이번 MWC에서 AI 워크메이트와 함께 탁상 시계 형태의 'AI 워크 컴패니언(Work Companion)'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여러 기기에 흩어진 일정을 통합하고, 하루 실행 계획을 자동으로 짜주며, 화면 사용 시간을 점검해 쉬도록 알려주는 기능을 갖췄다.

로봇형 워크메이트가 적극적 업무 보조에 초점을 맞췄다면, 워크 컴패니언은 일정 관리와 번아웃 예방이라는 조용한 역할을 맡는 구도다. 두 제품 모두 콘셉트 단계지만, AI가 채팅창 밖으로 나와 책상 위에 자리를 잡는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