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최대 금 생산국 채굴권 인상…뉴몬트·앵글로골드 직격탄
금값 1년 새 77% 폭등이 불붙인 '자원 민족주의'…미·중도 공동 저지
아프리카 광산 세금 인상 도미노…금 투자·광산주 판도 흔든다
금값 1년 새 77% 폭등이 불붙인 '자원 민족주의'…미·중도 공동 저지
아프리카 광산 세금 인상 도미노…금 투자·광산주 판도 흔든다
이미지 확대보기금 투자자라면 지금 가나를 주목해야 한다. 온스당 5100달러(약 750만 원)를 오르내리며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는 금값의 배후에서, 세계 금 생산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외교 충돌이 아프리카 서부 가나에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로이터의 지난 5일(현지시각) 보도 내용에 따르면, 통상에서 첨예하게 맞붙는 미국과 중국이 영국·캐나다·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가나 정부를 상대로 채굴권 사용료(로열티)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 서한을 제출하고 직접 면담에 나섰다.
단일 재정 정책 하나가 지정학적 경쟁국들을 한편으로 묶어버린 이 이례적인 장면은, 금값 급등이 아프리카 자원 주권 논쟁과 맞물리며 전 세계 광산업계와 금 시장을 동시에 뒤흔드는 진앙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중이 손잡은 광산 전쟁…"우리 금광이 위태롭다"
이번 공동 외교 개입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단순한 경제 이해관계를 훌쩍 넘어서는 지정학적 맥락이 담겨 있다.
미국·중국 대사관과 영국·캐나다·호주 고등판무관실, 남아공 대사관 대표들이 이달 들어 가나 토지·천연자원부 장관 면담 자리에 함께 앉아 공동 우려 문건을 수교했다. 이들은 재무부 장관과의 후속 면담도 요청한 상태다.
면담에 직접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로이터에 "공관 대표들이 광산의 사업 환경이 크게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직접 밝혔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광산업계 선임 관계자는 "외교계가 이 규모로 광산 재정 문제에 개입한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모든 소식통이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요청했다.
미국이 나선 배경은 명확하다. 세계 최대 금 채굴 기업 뉴몬트(Newmont)는 가나 아하포(Ahafo) 복합광산에만 9억5000만 달러(약 1조4100억 원)를 투자했다.
뉴몬트는 지난해 전체 사업에서 70억 달러(약 10조3900억 원)가 넘는 순이익을 올렸고, 가나는 그 핵심 생산 거점이다. 채굴세가 오르면 이 수익 구조가 통째로 흔들린다.
중국의 개입 이유는 더 직접적이다. 가나에서 금광을 운영하는 쯔진광업(紫金鑛業)·치펑황금(赤峰黃金)·산둥황금(山東黃金) 등 중국계 광산 3사는 공식 항의서를 별도로 제출한 데다, 중국-가나 광업협회가 베이징 주재 대사에게 사본을 보낸 서한을 통해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쯔진의 아킴(Akyem) 광산, 치펑의 와사(Wassa) 광산, 산둥의 카디널(Cardinal) 광산의 경영 존립이 위협 받는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했다. 로이터가 이 서한을 직접 입수해 확인했다.
뉴몬트·골드필즈(Gold Fields)·앵글로골드 아샨티(AngloGold Ashanti)·퍼세우스(Perseus) 등 광산 업체 최고경영자들도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직접 또는 서한으로 가나 토지부 장관에게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한 선임 업계 관계자는 "채굴권 사용료 문제가 최근 몇 년 사이 그 어느 현안보다도 경쟁 기업들을 하나로 묶어 세웠다"고 말했다.
금값 77% 폭등이 만들어낸 '세금 전쟁'…아프리카 자원 주권 도미노
가나가 이번 개편을 강행하는 논리는 숫자가 말해준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지난 1년 새 77% 가까이 치솟아 현재 온스당 5100달러(약 750만 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값은 올해 1월 온스당 5595달러를 찍으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가나는 바로 이 금값 급등의 과실을 더 많이 흡수하겠다는 명분으로, 고정 5% 사용료를 금 가격에 연동한 5~12% 단계적 방식으로 전환하는 개편안을 의회에 제출하려 하고 있다.
금 가격이 온스당 4500달러(약 660만 원)를 웃돌 때 사용료가 최고 12%까지 오르도록 설계됐는데, 현재 금값이 이미 그 기준선을 700달러 가까이 웃도는 만큼 사실상 즉각 최고 세율 구간이 적용되는 구조다.
가나 광물위원회 이삭 탄도(Isaac Tandoh)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달 15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안정성 협약 갱신은 없을 것"이라며 개편 의지를 못 박았다.
그는 "가나 광물을 파내면서 그 수익으로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기업들이 있다"고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이 개편안에는 사용료 인상과 함께 외국 광산 업체들의 최대 방어막이었던 장기 투자 보호 협약(안정성 협약) 전면 폐지도 포함됐다.
뉴몬트의 아하포 광산 협약은 이미 지난해 12월 만료됐고, 앵글로골드 아샨티와 골드필즈의 협약은 2027년 소멸 예정이다.
가나 광업회의소는 단계적 사용료 도입 원칙 자체에는 동의하면서도, 현 개편안이 가나를 세계 실효세율 곡선에서 최상단으로 밀어 올려 신규 투자 지연과 일자리 감소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산 업체들은 더 낮은 수준의 반대안을 이미 제시한 상태다. 가나는 기존 부과금 일부를 낮추는 방안에는 합의했지만 양측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가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짐바브웨와 나미비아는 이미 광물 원석 수출을 금지하고 현지 가공을 강제하는 이른바 '자원 민족주의'를 선언했다.
아프리카 자원 부국들이 금값 급등과 핵심 광물 수요 폭증을 발판 삼아 국제 광산 자본과의 이익 분배 구조를 원점에서 다시 짜려는 흐름이 대륙 전체로 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나의 시도가 선례가 되면 잠비아·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광산 벨트 전반의 투자 여건이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상 최고 수익에도 "세금은 못 내겠다"…광산 업체의 역설
이 충돌의 핵심에는 역설적인 숫자가 있다. 가나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주요 광산 업체들의 지난해 성적은 눈부실 정도로 좋다.
골드필즈는 전년 대비 순이익이 두 배를 웃돌았고, 앵글로골드 아샨티는 세 배, 퍼세우스는 4억2170만 달러(약 6200억 원)로 전년보다 16% 늘었다. 뉴몬트는 70억 달러(약 10조3900억 원)가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가나 정부로서는 이 같은 수익 급증이 가장 강력한 논거다. 광산 업체들이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리는 동안 가나의 세수 배분 비율은 제자리라는 불만은 정치적으로도 설득력이 높다.
반면 광산 업체들은 협약 체결 당시의 세율을 전제로 수익성을 계산해 대규모 자본을 투입했는데, 중간에 규칙이 바뀌면 투자 판단 자체가 허물어진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금 가격이 연말 온스당 5400달러(약 8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값이 이 수준까지 오른다면 12% 사용료 구간이 내내 적용돼 광산 업체들의 수익성 압박은 지금보다 훨씬 커진다.
가나 토지부와 재무부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미·중 등 6개국 외교 공관도 마찬가지다. 협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선 금값이 아프리카 자원 지형을 재편하는 불씨가 된 지금, 가나와 글로벌 광산 자본 사이의 줄다리기 결과는 금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변수로 떠올랐다.
가나 사태의 결말이 어느 쪽으로 기울든, 아프리카 광산 벨트에서 자원 주권 논쟁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