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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피의 광산’ 개방하는 美…공급망 탈중국 향한 ‘글로벌 자원 전쟁’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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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피의 광산’ 개방하는 美…공급망 탈중국 향한 ‘글로벌 자원 전쟁’ 2.0

내무장관 카라카스 급파해 금·핵심광물 확보 작전…트럼프 ‘비즈니스 동맹’ 가속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콜탄 공급망 재편 겨냥, 무장 세력 난립 등 리스크는 상존
더그 버검 미국 내무부 장관이 최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전격 방문해 미국 기업들의 광물 투자를 독려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더그 버검 미국 내무부 장관이 최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전격 방문해 미국 기업들의 광물 투자를 독려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 공백을 틈타 '글로벌 자원 공급망'의 판도를 뒤흔드는 승부수를 던졌다.

더그 버검 미국 내무부 장관이 지난 5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전격 방문해 미국 기업들의 광물 투자를 독려한 것은, 단순히 한 국가의 자원 개발을 넘어 중국에 편중된 핵심광물 주권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이번 행보는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가장 구체적이고 실리적인 경제 조치다.

미국판 ‘자원 안보’의 역습: 중국행 콜탄 물줄기 돌린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베네수엘라 남부의 ‘아르코 미네로(광업 벨트)’를 장악하고 있던 중국의 영향력을 지우는 데 있다. 그동안 베네수엘라산 콜탄과 텅스텐 등 첨단 기기의 필수 광물은 미규제 경로를 통해 상당 부분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실제로 지난주 콜롬비아 군이 압수한 6톤 규모의 금속 바는 서류상 주석으로 위장됐으나 실제로는 중국행 핵심광물 복합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그 버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는 석유와 가스뿐 아니라 현대 산업의 쌀인 핵심광물의 보고”라며 미국 중심의 새로운 자원 동맹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는 피바디 에너지와 글렌코어 등 전통 자원 거물부터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까지 동행했다.

이는 광물 거래의 투명성을 블록체인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중까지 반영된 행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SNS를 통해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리더십을 치켜세우며 “석유와 자원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라고 강조해, 자원 확보가 차기 행정부의 최우선 외교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K-배터리 ‘탈중국’ 활로 모색: IRA 보조금 확보의 새로운 전략지


미국의 이 같은 자원 확보 전략은 한국 배터리 업계에도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그간 리튬, 니켈 등 배터리 핵심 소재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해온 한국 기업들에 베네수엘라는 공급망 다변화의 ‘제3의 길’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하에서 중국산 광물 배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에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우방국으로 편입될 경우 보조금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베네수엘라의 현대적 채굴 설비 확충에 따라 안정적인 신규 공급처가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윤리적 채굴’과 ‘정치적 휘발성’이라는 이면의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

무장 조직의 개입으로 인한 인권 유린 논란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을 중시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들은 직접 투자보다는 미국 주도의 투명한 공급망 추적 시스템을 활용한 간접 조달 방식을 통해 자원 전쟁의 실익을 챙길 것으로 분석된다.

무장 게릴라가 장악한 ‘무법 지대’…경제력이 무력을 압도할까


미국의 장밋빛 구상 앞에는 ‘무법천지’라는 거대한 장벽이 서 있다. 베네수엘라 남부 광산 지역은 사실상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콜롬비아 출신 반군과 무장 범죄 조직인 ‘프란토스’가 지배하고 있다.

광산 현장 취재에 따르면 무장 조직은 2주마다 정기 회의를 열어 채굴량의 상납 비율을 결정하며, 이에 저항하는 광부들은 즉각 처형하거나 실종시키는 공포 정치를 펼치고 있다.

국제 위기 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브람 에부스 고문은 “인프라가 전무한 정글 속에서 무장 단체의 영토에 진입하는 것은 미군 투입 이상의 리스크를 동반한다”라고 경고했다.

반면 버검 장관은 “경제적 힘이 군사력보다 더 강력한 전환의 동력이 될 것”이라며 자본 투하를 통한 질서 재편을 자신하고 있다. 이는 과거 2011년 휴고 차베스가 단행한 광업 국유화로 미국과 캐나다 기업들이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몰수당했던 ‘국유화 트라우마’를 자본의 힘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샌드위치 된 로드리게스 정권…규제 철폐로 투자자 유혹


미국 재무부는 이미 석유 관련 제재를 완화한 데 이어, 조만간 금과 핵심광물 분야에 대해서도 특별 라이선스를 발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자의 소유권을 강력히 보장하는 새로운 광업법을 국가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과거 마두로 정권이 군부 측근들에게 특혜로 나눠줬던 광산권들을 회수해 미국 자본에 넘기는 ‘대청소’가 시작된 셈이다.

전직 미 외교관 브라이언 나란호는 “기존 광산에서 막대한 이권을 챙기던 베네수엘라 군부와 마약 조직이 미국 자본의 진입을 순순히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내부 반발을 로드리게스 정부가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이번 자원 동맹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자원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의 자원을 택했으며, 이는 향후 글로벌 광물 시장 가격과 공급망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