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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 설비투자 줄고, 자동차금융으로 ‘생산적 금융’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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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 설비투자 줄고, 자동차금융으로 ‘생산적 금융’ 견인

리스 규모 2년 연속 감소…산업기계 30% 급감 후 정체
車금융 비중 80% 육박…‘모빌리티 생산 금융’ 성격
저금리 대출에 설비금융 은행 집중…캐피털 경쟁력 약화
여신업계의 생산설비 투자여력이 약화하면서 할부·리스 금융이 자동차금융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이 건조한 고정식 원유생산설비 출항을 준비하는 모습. 사진=한화오션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여신업계의 생산설비 투자여력이 약화하면서 할부·리스 금융이 자동차금융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한화오션이 건조한 고정식 원유생산설비 출항을 준비하는 모습. 사진=한화오션 제공.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실물 경제와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캐피탈업권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캐피탈 금융의 80%를 차지하는 자동차금융을 단순 소비금융이 아닌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생산적 금융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여신업계 등에 따르면 리스·할부 등 캐피털사의 설비투자 규모는 수년째 위축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리스·할부금융사의 전체 리스 실행 규모는 2022년 약 18조5000억 원에서 2023년 약 16조7000억 원으로 약 9.7% 감소한 데 이어 2024년에는 약 16조 원으로 추가로 약 4.2% 줄어들었다.

특히 제조업 설비와 직결되는 산업기계 리스는 2022년 약 1조3100억 원에서 2023년 약 9000억 원으로 약 31% 급감한 뒤, 2024년에도 약 9100억 원 수준에 머물며 전년 대비 약 1% 증가에 그치는 등 사실상 정체 흐름을 보였다.

반면 자동차 금융 비중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자동차 리스 실행 규모는 약 12조8000억 원으로 전체 리스 금융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소비금융 쏠림을 우려하지만, 일반적인 금융 대출은 자금 공급 이후 실물 투자로 이어지기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 있으나, 자동차금융은 자산 취득과 동시에 금융이 실행되므로 경기 부양과 산업 활성화 효과가 현장에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구조적 장점을 지닌다.
자동차 금융은 완성차 제조부터 부품, 소재, 물류, 유통, 정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관 산업군에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2025년 9월 말 기준 캐피탈업권의 자동차금융 자산 규모인 약 74.4조 원을 최종 수요로 가정했을 때, 연관 산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생산유발효과는 약 206.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는 약 53.6조 원의 효과가 나타나며, 고용 측면에서도 약 40.2만 명 수준의 유발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산출되어 국가 경제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설비투자의 약 20% 이상이 캐피털에서 발생했다. 당시에는 정책자금을 활용한 장기 저리 리스가 가능해 산업 현장에서 리스 활용도가 높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국내 설비투자액 대비 리스 실행액 비중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정책자금 지원이 줄면서 금리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커졌고, 기계설비에 대한 리스 활용도 감소했다.

일반산업기계와 동력기계, 공작기계, 건설기계, 의료기기, 선박, 사무기기 등 ‘기계설비 리스’의 경우 영국(20%), 미국(18%), 이탈리아(9%), 일본(6%)과 비교해도 매우 뒤처지는 수준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설비투자 금융이 은행 중심으로 공급되면서 캐피털사의 역할이 제한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은행권의 저금리 정책자금과 시설자금 대출이 설비투자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은 반면, 캐피털사의 리스 금융은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과 금리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기업들의 선택이 줄어든 것이다.

정책 구조 역시 캐피털업권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책금융과 산업금융 공급이 은행의 시설자금 대출과 정책자금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설비투자 금융이 은행으로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캐피털사는 예금 기반 조달이 불가능해 은행보다 자금 조달 비용이 높고, 자본규제 역시 자산의 산업 기여도보다는 위험도 중심으로 적용되면서 설비·산업 금융을 확대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생산적 금융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금융자금의 단순한 공급 확대가 아니라 배분 구조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실물자산과 직접 연결되는 설비 금융과 공급망 금융 영역에서 캐피털업권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태희 현대캐피탈 금융연구소 연구위원과 정윤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공동 집필한 보고서를 통해 “자본규제 합리화와 정책금융 공급 체계의 다변화를 통해 캐피텁업권이 실물경제와 신산업을 연결하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수행 주체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