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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한 발 1억원 시대 종언… 실리콘밸리 ‘1000만원 사신’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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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한 발 1억원 시대 종언… 실리콘밸리 ‘1000만원 사신’의 습격

안두릴 ‘배라쿠다’ 양산 체제 가동, 기존 미사일 가격 10% 수준 ‘자폭 드론’ 공세
록히드마틴 등 ‘방산 공룡’ 수익 구조 직격탄… ‘코딩’이 전장 화력 재정의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위치한 안두릴의 ‘아스널-1’ 제조 시설 전경. 500만 평방피트 규모의 이 공장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방산 기업이 하드웨어 양산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음을 상징하며 제조 공정의 혁신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안두릴이미지 확대보기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위치한 안두릴의 ‘아스널-1’ 제조 시설 전경. 500만 평방피트 규모의 이 공장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방산 기업이 하드웨어 양산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음을 상징하며 제조 공정의 혁신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안두릴

현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화력의 상징인 순항 미사일이 이제 가전제품처럼 찍어내는 소모품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 방산 기업 안두릴이 기존 미사일 가격의 단 10% 수준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제트 추진 무인기를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밀 타격 능력을 유지하면서도 압도적인 물량으로 적의 방어망을 마비시키는 물량의 역습이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던 기존 방산 생태계를 뿌리째 흔드는 거대한 도전이다.

미국의 혁신 방산 기업 안두릴은 2024년 9월 12일 '차세대 저비용 순항 미사일 시스템 '배라쿠다' 시리즈 공개 및 대량 생산 계획(Unveiling the Barracuda Family of Low-Cost Cruise Missiles and Mass Production Strategy)'이라는 제하의 아티클을 통해 상용 부품을 대거 채택하고 조립 공정을 단순화하여 기존 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치명적인 타격력을 갖춘 무인기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미 군사 및 방산 전문 매체인 디펜스뉴스, 글로벌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안두릴이 발표한 이 아티클은 발표 당시로부터 약 2년 가까이 흐른 현재 미 공군이 배라쿠다-500을 차세대 표준 무기 체계로 공식 채택하고 실전 배치를 본격화하면서, 단순한 계획을 넘어 전 세계 방산 시장의 헤게모니를 뒤바꾼 예언서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기술이 아닌 비용으로 승부하는 새로운 전술

그동안 미사일은 한 발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 장비였다. 하지만 안두릴은 미사일을 '작품'이 아닌 '상품'으로 재정의했다. 복잡한 군용 규격을 걷어내고 민간의 효율적인 제조 공정을 도입하여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제 지휘관은 값비싼 미사일 한 발을 아끼는 대신, 수십 발의 저가형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여 적의 요격 시스템을 과부하시키는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가 빚어낸 하드웨어 혁명


안두릴의 강점은 하드웨어보다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지능에 있다. 저렴한 부품을 사용하면서도 고성능 AI 알고리즘을 통해 비행의 안정성과 타격의 정밀도를 보완했다. 부품의 품질 차이를 소프트웨어가 극복해내는 이 방식은 전통적인 기계 공학 중심의 방산 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든 영역이다. 실리콘밸리의 코딩 실력이 전장의 화력을 재정의하고 있는 셈이다.

방산 공룡들을 위협하는 파괴적 혁신자의 등장


록히드 마틴이나 레이시온 같은 기존 방산 대기업들은 고가의 첨단 무기를 소량 생산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려왔다. 하지만 안두릴의 저가형 공세는 이러한 수익 구조를 정면으로 타격한다. 성능이 80% 수준이더라도 가격이 10%라면 시장의 선택은 명확하다. 전쟁터의 가성비 싸움이 시작되면서 기존 방산업계는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이라는 가혹한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소모전으로 치닫는 현대전의 비정한 현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현대전은 정밀함보다 지속 가능한 보급과 물량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안두릴의 배라쿠다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수천 발의 미사일을 비축하고 언제든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은 적에게 거대한 심리적 압박을 준다. 미사일이 귀한 시대는 가고, 하늘을 뒤덮는 기계 떼의 공포가 전장의 새로운 일상이 되고 있다.

K-방산에 던져진 가성비의 숙제


한국의 방산 산업 역시 뛰어난 품질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안두릴이 보여준 극단적인 저가 생산 방식은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를 던진다. 고성능 무기 체계에 안주하다가는 실리콘밸리가 주도하는 저가형 무인기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 하이엔드 무기와 로우엔드 무량 공세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이 한국 방산의 다음 단계가 되어야 한다는 경고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