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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 철도 도시의 반전… ‘英 자금+中 건설’ 하이브리드 모델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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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 철도 도시의 반전… ‘英 자금+中 건설’ 하이브리드 모델 부상

지정학적 경쟁 속 드문 ‘실용주의적 협력’ 사례… “서구 디자인·금융과 중국 시공의 결합”
美 ‘위험 완화’ 정책과 대비되는 英의 선택… 아프리카 인프라 사업의 새로운 이표
나이로비 철도 도시 프로젝트는 영국의 금융 지원과 기술 자문을 바탕으로 하지만, 실제 시공은 가격 경쟁력과 속도를 앞세운 중국 건설사가 맡는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나이로비 철도 도시 프로젝트는 영국의 금융 지원과 기술 자문을 바탕으로 하지만, 실제 시공은 가격 경쟁력과 속도를 앞세운 중국 건설사가 맡는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디리스킹(위험 완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케냐 나이로비에서 서방의 자본과 중국의 기술력이 결합한 이례적인 ‘하이브리드’ 인프라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나이로비 철도 도시(Nairobi Railway City)’ 프로젝트는 영국의 금융 지원과 기술 자문을 바탕으로 하지만, 실제 시공은 가격 경쟁력과 속도를 앞세운 중국 건설사가 맡는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 런던 ‘킹스 크로스’ 모델로 한 172헥타르 규모의 혁신 거점


나이로비 철도 도시 프로젝트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고질적인 교통 혼잡을 해결하고 현대적인 경제 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메머드급 사업이다.

172헥타르(약 52만 평) 부지에 새로운 중앙역을 중심으로 상업 시설, 주택, 산업 단지를 조성한다. 런던의 대표적 다중 운송 허브인 킹스 크로스(King's Cross)역을 벤치마킹했다.

영국의 앳킨스리얼리스(AtkinsRéalis)가 설계를 담당하고, 영국 수출금융(UKEF)이 자금 조달을 검토 중이다. 반면, 건설 현장은 이미 케냐 내에 막대한 장비와 인력을 보유한 중국 국영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서구 기업들은 디자인과 컨설팅 등 고부가가치 부문에 집중하고, 저임금과 효율적인 조직 구조를 가진 중국 기업들이 저부가가치인 시공 부문을 담당하는 ‘분업 모델’이 형성된 셈이다.

◇ 미국의 ‘무조건 배제’ vs 영국의 ‘실용적 참여’


이 프로젝트는 아프리카를 둘러싼 서방 국가들의 엇갈린 전략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지표가 되고 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UKEF 자금이 투입될 경우 입찰가의 최소 20%를 영국 기업에 배정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중국 기업과의 협력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기업을 제외할 때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 증가를 피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은 중국 지분이 포함된 프로젝트에 자금 지원을 차단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포르투갈 기업 모타-엥길(Mota-Engil)이 중국 지분 문제로 케냐 고속도로 프로젝트에서 철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징구 개발연구소 교수는 이를 "황금기로의 복귀가 아니라 위험을 헤지(Hedge)하면서 실익을 챙기는 '관리된 참여'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 기업 간 ‘제 살 깎아먹기’ 법적 분쟁도 변수


영국 자금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놓고 중국 국영 기업들 사이의 수주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케냐 정부가 차이나 로드 앤 브리지(CRBC)에 2억3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수주하자, 경쟁 관계인 중국토목건설공사(CCECC)와 CRCEG-COVEC 컨소시엄 등이 평가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러한 중국 기업 간의 내부 갈등은 서방 투자자들에게 ‘위험 완화’ 정책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한국 인프라 및 금융 업계에 주는 시사점


한국 기업들도 아프리카 진출 시 ‘한국의 금융 및 설계 + 현지 또는 중국의 시공 인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인 경쟁보다는 부가가치 중심의 파트너십이 수익성 확보에 유리할 수 있다.

나이로비 사례처럼 현장의 현실은 지정학적 구호보다 복잡하다. 중국 자본과 서방 자본이 얽힌 아프리카 인프라의 공급망을 면밀히 분석하여, 한국 기업이 들어갈 틈새시장(IT 관제 시스템, 친환경 모빌리티 등)을 발굴해야 할 것이다.

기술과 데이터가 포함된 민감 분야(5G, 디지털 ID 등)에서는 중국 배제 압력이 여전히 강하므로, 해당 부문에서는 한국의 보안 기술을 앞세운 단독 혹은 서방 연합 수주 전략이 유효하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