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공급망 리스크" 경고 무시… AI 패권 두고 부처 간 갈등 폭발
백악관 중재 나섰지만… AI 안보 전략, '전면 통제'에서 '관리 가능한 협력'으로
백악관 중재 나섰지만… AI 안보 전략, '전면 통제'에서 '관리 가능한 협력'으로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9일(현지시간)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월 앤스로픽과의 계약을 끊고 협력사들에도 동일 조치를 요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정작 국방부 산하 NSA가 해당 모델을 운용 중인 사실이 드러나며 군 당국의 '이중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법정에서는 "앤스로픽의 기술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 실무 단계에서는 해당 기술을 통해 내부 보안을 강화하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공급망 리스크' vs '사이버 안보 필수재'
이번 갈등의 핵심은 기술 통제권과 안보 우선순위다. 국방부는 앤스로픽이 클로드(Claude) 모델을 '모든 합법적 용도'에 개방할 것을 요구했으나, 앤스로픽은 대규모 국내 감시와 자율무기 개발에는 선을 그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앤스로픽의 이러한 정책이 군의 긴급 상황 발생 시 협조를 저해할 수 있다며 '공급망 리스크'로 규정했다.
반면 NSA를 비롯한 정보당국은 앤스로픽 기술을 사이버 방어의 핵심 도구로 본다. 현재 '미토스' 접근 권한을 가진 조직은 전 세계 40여 곳에 불과하다. NSA는 비공개 접근권을 확보한 핵심 기관으로, 주로 자체 IT 환경 내 보안 취약점을 탐색하고 차단하는 방어적 목적으로 모델을 운용 중이다. 영국의 AI 안전 연구소(AI Security Institute) 역시 동일한 경로로 미토스를 활용하고 있어, 서방 정보당국 사이에서는 앤스로픽 모델이 이미 안보 필수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백악관의 개입… '안보 전략' 재편 신호탄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흐르자 백악관이 직접 움직였다. 지난주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회동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앤스로픽 경영진을 만난 것은 국방부와 앤스로픽 간의 소모적인 갈등을 정리하고, 정부 차원에서 AI 모델 운용 가이드라인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회동은 국방부를 제외한 다른 정부 부처들이 앤스로픽의 기술을 어떻게, 어느 범위까지 도입할지에 초점을 맞췄다. 양측 모두 회동을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한 만큼, 향후 정부 내 AI 활용 규제는 국방부의 폐쇄적 입장보다는 정보당국과 민간 기술업체 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앤스로픽 ‘클로드’, 한국 시장 확장세… B2B 중심의 기업 채택 급증
앤스로픽 AI 모델 '클로드'는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앤스로픽은 한국을 전 세계 사용량 상위 5위권 주요 시장으로 평가하며, 2026년 초 서울 강남에 한국 사무소를 개소했다.
성장의 핵심 동력은 기업 간 거래(B2B)다. 국내 클로드 결제액 중 법인카드 비중이 61%에 달하며, 기업용 코딩 지원과 AI 에이전트 서비스 도입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앤스로픽 전체 매출의 약 80%가 기업 고객에서 발생하는 'API 우선'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92%가 공공 클라우드를 채택한 가운데 절반 이상이 AWS를 이용하고 있어, AWS 베드록을 통한 클로드 도입 사례도 확산 중이다. 포스코DX의 AI 에이전트 개발이 대표적이다.
시장 점유율도 상승세다. 2026년 초 기준 국내 생성형 AI 앱 신규 설치 건수에서 클로드는 3위로 올라서며 챗GPT·제미나이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다만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가 '소버린 AI'를 앞세워 공공·금융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정부기관 대규모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앤스로픽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의 협력도 논의 중이다.
시장 참여자 체크포인트, AI 안보 정책의 '3대 변수'
이번 논란은 단순한 부처 간 엇박자를 넘어, 미국과 동맹국의 AI 안보 표준이 어떻게 재편될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시장과 정책 관계자들은 향후 발표될 다음 3가지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 백악관의 AI 가이드라인 수정 여부다. 국방부의 '전면 배제' 기조가 유지될지, 아니면 '제한적 허용'으로 정책이 수정될지가 민간 AI 기업의 정부 조달 시장 판도를 가를 것이다.
둘째, 앤스로픽의 기술 개방 범위다. 정부 압박 속에서도 감시·자율무기 관련 안전장치(Safety Guardrail)를 어느 수준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가 기업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마지막으로 연방기관별 AI 도입 속도다. NSA에 이어 다른 연방기관들이 잇따라 앤스로픽 모델을 채택할 경우, 국방부의 반대 입지는 급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안보를 명분으로 한 기술 장벽이 오히려 정보기관의 대응 역량을 스스로 옥죄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AI 안보 정책은 '전면 통제'에서 '관리 가능한 협력'으로 체질 개선을 강요받고 있다. 향후 미국 정부의 행보는 AI 기술 패권 전쟁에서 보안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러한 글로벌 AI 패권 전쟁의 소용돌이는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안과 신뢰를 앞세운 앤스로픽의 AI 모델은 한국 시장에서도 이미 강력한 비즈니스 동력으로 작용하며 국내 기업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