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청, CAPE 포털 가동… 33만 수입업체 청구 가능
1단계 대상 1270억 달러·승인 뒤 60~90일 내 지급
1단계 대상 1270억 달러·승인 뒤 60~90일 내 지급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관세의 환급 절차에 마침내 시동을 걸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이 20일(현지시각) 오전 8시를 기해 온라인 환급 신청 포털을 공식 가동하면서, 긴급경제권법(IEEPA) 기반 트럼프 관세를 납부한 수입업체들이 최대 1660억 달러(약 244조2850억 원)에 이르는 환급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일부 경제 연구기관은 이자를 포함한 총 환급 규모가 최대 1750억 달러(약 257조53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악시오스(Axios), CBS뉴스 등 미국 주요 매체가 20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포털 가동 첫날부터 과부하·오류 속출
CBP는 관세 통합 처리 시스템(CAPE·Consolidated Administration and Processing of Entries)을 자동화 상업 환경(ACE) 포털을 통해 열었다.
CAPE는 IEEPA에 따라 부과된 관세 환급 신청을 체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계된 플랫폼으로, 수입업체와 통관 대행사가 직접 계정을 개설하고 환급 신청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포털 가동 첫날부터 기술적 잡음이 터져 나왔다. 교육 완구업체 러닝 리소스(Learning Resources)의 최고경영자 릭 월덴버그는 "시스템이 접속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CBS뉴스에 밝혔다.
이 회사는 2025년 소송을 제기해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 관세를 위헌으로 결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기업이다.
CBS News 미네소타주 유아용품 업체 비지 베이비(Busy Baby)의 공동 창업자 베스 베니키는 주말 내내 CBP와 통화를 시도하며 4시간 이상 대기했으나 계정 오류를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 업체 없이 환급 신청에 나선 소규모 기업들은 기술적 오류가 단순한 지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 전문 변호사들은 오류로 처리가 지연되면 80일 기한을 넘겨 환급 자격 자체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역 전문 변호사 리즈베스 레빈슨 폭스 로스차일드(Fox Rothschild) 파트너는 "세관 당국이 환급 의무자를 파악하고 연락처도 보유하고 있는데도, 자동 환급 대신 기업 스스로 신청하게 만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번 환급은 자동 지급이 아닌, 업체가 직접 서류를 제출해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1단계 대상 1270억 달러… 등록 완료 업체는 전체의 17% 수준
환급 절차의 윤곽은 잡혔으나 범위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CBP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33만여 수입업체가 5300만 건 이상의 수입 화물에 대해 약 1660억 달러의 관세를 납부했다.
이번 1단계에서 환급 가능한 금액은 약 1270억 달러(약 186조9560억 원)로 전체의 82% 수준이며, 4월 9일 기준 전자납부 등록을 마친 업체는 5만6497곳으로 전체 33만 곳의 17%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류·무역 플랫폼 플렉스포트(Flexport) 대표 산네 만더스는 "이미 청산이 완료됐거나 이의 신청 중인 수입 건수 37%는 이번 1단계에서 제외된다"며 "기업들이 자신의 환급 자격에 대한 불확실성을 계속 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스 밀러(Ice Miller) 파트너 메건 수피노는 "신청서에 기재된 서류 번호 하나라도 오류가 있으면 해당 항목 전체가 반려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BP는 유효한 신청이 접수되면 60~90일 안에 환급을 완료할 계획이지만, 오류나 추가 심사가 필요할 경우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환급은 불투명… 행정·사법 관문 여전히 남아
이번 환급의 최종 수혜자가 일반 소비자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관세를 실제로 납부한 수입업체나 통관 대행사만 환급 신청 자격이 있으며, 높아진 상품 가격을 통해 관세 부담을 떠안은 소비자는 직접 신청할 수 없다.
다만 배송 업체 페덱스(FedEx)는 CBP로부터 환급을 받는 대로 고객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법적 배경은 다음과 같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20일(현지시각) 6대 3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관세가 의회에 전속된 조세 권한을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집필한 이 판결은 IEEPA가 "수입을 규제(regulate)"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고 있지만, 이것이 관세 부과 권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후 무역법원(CIT)이 행정부에 환급 절차 개시를 명령하면서 이번 포털 가동으로 이어졌다.
CBP는 오는 5월 초를 기한으로 무역법원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CAPE 시스템 자체에 대한 법적 도전도 남아 있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앞서 이 환급 과정이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복잡한 작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소송이 2~5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관세 환급이 속도를 낼지, 행정·사법의 벽에 막혀 지지부진해질지는 향후 수개월이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