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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장벽 뚫은 중국차, 엘파소 도심 점령... '가성비'에 흔들리는 디트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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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장벽 뚫은 중국차, 엘파소 도심 점령... '가성비'에 흔들리는 디트로이트

국경 넘어 유입되는 2500만원대 중국산 공세에 미국 자동차 업계 위기감 고조
"수입 금지해도 막을 수 없다"... 멕시코 시장 장악한 중국차, 미 안방까지 위협
중국 장쑤성의 한 수출항.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장쑤성의 한 수출항.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고율 관세와 규제로 중국산 자동차 수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국경과 맞닿은 텍사스주 엘파소(El Paso) 등지에서는 이미 중국차들이 도로를 누비며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흔들고 있다.

29일 현재 기준 외환 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478.4원(매매기준율 기준)을 기록 중이다. 이를 반영한 미국 자동차 시장의 평균 신차 가격은 약 4만 8841달러로, 한화로는 무려 7231만 원에 육박한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Ciudad Juárez)의 자동차 매장 거리에는 지리자동차(Geely), 비야디(BYD), 만리장성자동차(GWM) 등 미국 본토에서는 볼 수 없는 중국 브랜드들이 즐비하다고 보도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지리 '엠그란드(Emgrand)' 세단은 약 1만 7000달러(약 2517만 원), 전기 컴팩트 SUV 'EX2'는 약 2만 달러(약 2961만 원)부터 시작해 미국산 차량의 절반 이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시장 파괴할 수준"... 멕시코서 확인된 중국차의 가공할 화력

시우다드 후아레스의 지리자동차 매장에서 근무하는 루이스 에르난데스 영업사원은 "과거 포드나 쉐보레를 타던 고객들이 저렴한 가격과 화려한 기술에 이끌려 중국차로 갈아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엘파소로 통학하는 두 딸을 위해 2500만 원대의 지리 세단 두 대를 구입한 가족의 사례를 들며, "미국 판매가 허용된다면 중국차는 미국 자동차 시장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멕시코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의 기세는 매섭다. 2026년 1분기 기준, 멕시코 신차 판매량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약 11.9%에 달하며 독일 브랜드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체 수입차 비중으로 따지면 중국산 차량은 22.9%를 차지하며 멕시코 내 제2의 자동차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미국 내에서는 2만 달러(약 2961만 원) 이하의 보급형 모델이 자취를 감춘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 기업들은 1만 달러 중반대의 탄탄한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모델로 틈새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정치권 '철벽 방어'에도 스며드는 공포... "막아도 결국 온다"


미국 정치권은 중국차의 공습을 막기 위해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지난 15일 멕시코 경제 매체 멕스참(MexCham) 등에 따르면, 미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등록된 중국 차량의 미국 진입을 원천 금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버니 모레노(공화·오하이오) 상원의원은 중국 자본이 소유한 볼보(Volvo)나 폴스타(Polestar) 같은 브랜드까지 2030년까지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강력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위적인 장벽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이 제시하는 가격대와 경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그들과 같은 가격으로 맞붙으면 우리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시장 조사 기관 스트래티직 비전(Strategic Vision)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약 30%가 중국차 구매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엘파소의 자동차 딜러십인 카사 오토 그룹(Casa Auto Group)의 로니 로웬필드 대표는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이 7200만 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보급형 모델을 외면하는 것은 시장의 외면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급망 장악한 중국의 파상공세... 한국 자동차 산업에 던지는 경고장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은 단순한 조립 능력을 넘어 배터리와 핵심 부품 공급망을 수직 계열화한 데서 기인한다.

비야디(BYD)는 2025년 한 해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약 460만 대를 판매하며 세계 최대의 전기차 브랜드로 우뚝 섰다. 지리자동차(Geely) 역시 볼보를 제외하고도 지난해 412만 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글로벌 톱 1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크리스티안 뫼니에 닛산 아메리카 의장은 "중국차는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 시장에 입성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이 고관세로 중국을 막고 있는 동안 한국기업들이 점유율을 지키고 있지만, 멕시코 등 인접 국가를 통한 우회 전략과 중국의 압도적 가격 경쟁력은 언젠가 한국기업들이 넘어야 할 가장 가혹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