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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FSD 주행 100억 마일 돌파... ‘무인 자율주행’ 마법의 숫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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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FSD 주행 100억 마일 돌파... ‘무인 자율주행’ 마법의 숫자인가

머스크 공언한 ‘데이터 임계치’ 도달에도 사고 책임 회피 지적... 웨이모와 대조적
100억 마일의 양적 팽창보다 ‘법적 책임 소재’ 확립이 자율주행 완성의 관건
테슬라 FSD 기능.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 FSD 기능.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 테슬라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FSD(Full Self-Driving, 감독 방식)’ 누적 주행거리 100억 마일(약 160억km)을 돌파하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공언한 기술적 분기점에 도달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일렉트렉(Electrek)의 지난 3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안전 보고서 업데이트를 통해 이와 같은 수치를 공개하며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의 압도적인 규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행 데이터의 양적 팽창이 곧장 무인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 4’ 진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다.

머스크의 ‘골대 옮기기’와 100억 마일의 의미


테슬라의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속도는 가공할 수준이다. 올해 초 하루 평균 1400만 마일(약 2253만km)이었던 데이터 수집량은 지난달 말 기준 2900만 마일(약 4667만km)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이는 전 세계에 보급된 테슬라 차량이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을 학습하는 ‘함대(Fleet) 효과’ 덕분이다.

이번 100억 마일 돌파는 머스크 CEO가 지난 1월 설정한 ‘안전한 무인 자율주행’을 위한 필수 데이터 임계치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당초 그는 60억 마일이면 충분하다고 언급했으나, 기술적 난관에 부딪히자 목표치를 100억 마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테슬라는 현재 FSD 주행 시 약 530만 마일당 1건의 주요 충돌 사고가 발생한다고 발표하며, 미국 평균 운전자의 사고율(66만 마일당 1건)보다 8배가량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데이터의 질적 차이... 로보택시 사고율은 인간보다 높아

하지만 수치의 이면을 뜯어보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독자적인 사고 집계 방식이 일반 교통사고 통계와 기준이 달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운영 중인 테슬라의 로보택시 시험 운행 데이터를 보면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올해 2월까지 약 80만 마일을 주행하는 동안 14건의 사고가 보고됐는데, 이는 비슷한 도시 주행 환경에서 인간 운전자가 내는 사고율보다 약 4배 높은 수치다.

데이터의 양은 압도적이지만, 복잡한 도심의 돌발 변수를 처리하는 역량은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책임’의 유무가 가르는 자율주행의 완성도


업계에서는 기술적 완성도보다 ‘법적 책임’을 자율주행의 진정한 척도로 꼽는다. 현재 테슬라의 FSD는 여전히 운전자의 주시가 필요한 ‘감독 방식’에 머물러 있으며,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은 운전자가 진다.

반면 구글의 자율주행 계열사 웨이모(Waymo)는 이미 미국 내 10개 도시에서 완전 무인 주행을 실시하며 주당 100만 회 이상의 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웨이모의 누적 주행 거리는 1억 2700만 마일로 테슬라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웨이모는 자사 시스템이 운전하는 동안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진다.

일렉트렉은 “진정한 자율주행은 테슬라가 사용자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고 모든 사고 책임을 떠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 CEO는 소비자용 테슬라 차량의 무인 자율주행 시점을 이르면 올해 4분기로 예고했으나, 그간의 잦은 일정 번복을 고려할 때 시장의 신뢰는 높지 않다.

100억 마일이라는 숫자는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한 훌륭한 자산일 뿐, 무한한 ‘예외 상황(Edge Case)’을 완벽히 해결했다는 증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테슬라가 향후 자율주행 구독 서비스나 로보택시 사업으로 벌어들일 잠재적 가치는 수조 달러에 달하지만, 제조사가 사고 책임을 지는 ‘레벨 4’ 이상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