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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떠난 울산 장생포…레트로·야경 관광지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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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떠난 울산 장생포…레트로·야경 관광지로 뜬다

쇠퇴한 포경항, 레트로 감성과 미디어아트 입고 관광지로 변화
수국축제·야간콘텐츠·생태체험 결합하며 체류형 관광지로 확장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의 고래 조형 분수와 불꽃놀이 야경 모습. 수국축제와 야간 콘텐츠 확대에 힘입어 장생포가 체류형 야간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울산광역시 공식블로그 울산누리이미지 확대보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의 고래 조형 분수와 불꽃놀이 야경 모습. 수국축제와 야간 콘텐츠 확대에 힘입어 장생포가 체류형 야간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울산광역시 공식블로그 울산누리
한때 포경선이 빼곡히 드나들던 울산 장생포 항구에는 이제 관광객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린다. 쇠퇴했던 항구마을은 레트로 감성과 미디어아트, 야간 콘텐츠를 입으며 울산의 새로운 관광지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13일 울산시에 따르면 과거 장생포는 국내 포경산업 중심지였다. 고래잡이 전성기 시절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 만큼 활기를 띠었지만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의 상업포경 금지 이후 급격한 쇠퇴를 겪었다.

한때 ‘고래의 도시’ 상징이었던 장생포 역시 산업 구조 변화와 함께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며 침체된 항구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울산시는 고래문화와 레트로 감성,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한 관광 전략으로 장생포 재생에 나서는 분위기다.

교복 입고 걷는 7080 골목… 장생포의 재발견


대표 공간이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이다.

고래문화마을에는 1970~1980년대 장생포 거리를 재현한 건물과 골목이 조성돼 있다. 옛 다방과 문방구, 만화방, 이발관 간판 등이 남아 있어 관광객들에게 복고 감성을 제공한다.

주말 오후 고래문화마을 골목에는 교복 체험을 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옛 간판과 벽화 앞에서는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이 이어졌고, 카페와 기념품점 주변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래문화마을에서 교복을 대여한 한 20대 관광객은 “부모님 세대의 추억이 담긴 공간에서 세련된 미디어아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생포만의 반전 매력”이라고 말했다.

과거 산업과 포경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을 단순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 자원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산업·포경의 기억이 이제는 울산만의 관광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1970~1980년대 장생포 거리를 재현한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전경. 옛 다방과 문방구, 만화방 골목을 중심으로 교복 체험과 레트로 감성 관광이 이어지며 산업·포경의 기억이 울산 관광 자산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사진= 울산 남구이미지 확대보기
1970~1980년대 장생포 거리를 재현한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전경. 옛 다방과 문방구, 만화방 골목을 중심으로 교복 체험과 레트로 감성 관광이 이어지며 산업·포경의 기억이 울산 관광 자산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사진= 울산 남구

미디어아트 입은 고래도시… 웨일즈판타지움 인기


최근 장생포 관광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 가운데 하나는 웨일즈판타지움이다.

웨일즈판타지움은 고래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기반 복합문화공간으로, 빛과 영상, 음향 콘텐츠를 활용해 장생포의 해양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어두운 전시장 내부에서는 거대한 고래 영상과 조명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관광객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미디어아트 공간을 촬영하며 전시를 둘러본다. 단순히 영상을 관람하는 수준을 넘어 관람객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요소까지 더해지며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호응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산업·포경 이미지가 강했던 장생포에 디지털 감성과 야간 콘텐츠를 더하며 젊은 세대 관광객 유입 확대에도 힘을 싣는 분위기다. 장생포 일대에서는 최근 야간관광 확대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항구 야경과 고래문화특구 조명, 미디어아트 콘텐츠 등이 결합되며 과거 ‘낮 관광 중심지’였던 공간이 밤까지 머무는 관광지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웨일즈판타지움 내부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 전경. 거대한 고래 영상과 몰입형 디지털 콘텐츠가 어우러지며 장생포 관광의 새로운 야간 체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웨일즈판타지움 제작사 d creative lab이미지 확대보기
웨일즈판타지움 내부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 전경. 거대한 고래 영상과 몰입형 디지털 콘텐츠가 어우러지며 장생포 관광의 새로운 야간 체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웨일즈판타지움 제작사 d creative lab

돌고래와 해저터널… 장생포 체험관 인기


레트로 감성과 첨단 미디어아트를 즐겼다면, 그다음 발길이 닿는 곳은 국내 유일의 고래 수족관인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이다.

고래생태체험관은 현재 큰돌고래 4마리를 비롯해 다양한 해양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의 대표 공간은 1층 해저터널이다. 머리 위 푸른 물속을 시원하게 헤엄치는 돌고래들의 모습에 관광객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연신 사진을 촬영한다. 특히 하루 여러 차례 진행되는 생태설명회 시간에는 사육사의 설명과 함께 돌고래 먹이주기 장면까지 이어지며 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층 생태전시관에서는 과거 장생포 포경 역사와 고래의 생태, 실제 고래 골격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단순 관광을 넘어 교육과 생태 체험 기능까지 결합된 공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수국축제를 보러 왔다가 돌고래까지 보고 가니 하루 일정이 꽉 찬 느낌”이라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고래박물관과 생태체험관, 모노레일, 고래문화마을로 이어지는 관광 동선 역시 장생포 체류 시간을 늘리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해저터널에서 큰돌고래들이 물속을 유영하고 있다. 머리 위를 지나가는 돌고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장생포 대표 생태 체험 콘텐츠로 꼽힌다. 사진= 울산 남구이미지 확대보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 해저터널에서 큰돌고래들이 물속을 유영하고 있다. 머리 위를 지나가는 돌고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장생포 대표 생태 체험 콘텐츠로 꼽힌다. 사진= 울산 남구

수국과 별빛 산책로… 전국 관광객 몰린다


장생포 관광 변화 흐름은 계절형 축제 콘텐츠 확대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장생포 수국축제는 오는 6월 19일부터 28일까지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축제에는 약 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리며 역대 최대 규모 방문객을 기록했다. 2024년 약 20만 명 수준 방문객을 넘어선 수치로, 장생포가 전국적인 수국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울산 남구청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축제 방문객 가운데 40% 이상이 울산 외 지역 관광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 2030 세대 유입이 늘어나며 장생포가 전국 단위 관광지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지 관광객 증가와 함께 평균 체류 시간 역시 3~4시간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 관람형 관광지를 넘어 카페와 야간 콘텐츠, 체험형 공간 소비로 연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고래문화마을 일원 오색수국정원에는 보라색과 분홍색, 흰색 등 다양한 색상의 수국이 고래 조형물과 어우러져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축제 기간에는 곳곳에 포토존이 설치되며 SNS 인증사진 명소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밤 10시까지 운영된 ‘수국 별빛 산책로’는 지난해 가장 인기 높은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수국 조명과 장생포 항구 야경이 어우러지며 커플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야간 방문도 이어졌다.

고래박물관과 고래문화마을을 연결하는 모노레일 역시 인기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관광객들은 모노레일을 타고 수국 군락지를 내려다보며 장생포 전경을 감상하고 있다.

장생포 고래박물관과 고래문화마을을 연결하는 모노레일 전경. 관광객들은 모노레일을 타고 수국 군락지와 장생포 일대 풍경을 내려다보며 체류형 관광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사진= 울산 남구이미지 확대보기
장생포 고래박물관과 고래문화마을을 연결하는 모노레일 전경. 관광객들은 모노레일을 타고 수국 군락지와 장생포 일대 풍경을 내려다보며 체류형 관광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사진= 울산 남구

외지인 소비 55%… 지역경제도 달라졌다


울산 남구청 분석 결과 야간 콘텐츠 확대 이후 야간 방문객 역시 전년 대비 4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울산 남구청이 신용카드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축제 기간 인근 상권의 외식업 매출은 전년 대비 2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비액 가운데 외지인 소비 비중도 55%에 달해 장생포가 지역 관광 소비를 이끄는 핵심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 남구는 지난해 수국축제 경제 파급효과를 약 195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관광객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서 인근 식당가와 카페 거리, 체험형 공간에도 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관광업계에서는 장생포와 울산함, 고래박물관, 웨일즈판타지움 등을 중심으로 남구 관광벨트가 형성되면서 가족·커플 관광 수요 역시 확대되는 분위기로 보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장생포 변화 흐름을 울산 관광 전략 변화의 상징적 사례 가운데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단지와 해안 드라이브 중심 소비에 머물렀던 울산 관광이 이제는 스토리텔링과 감성, 체험형 콘텐츠를 결합한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 유산을 단순 철거하는 대신 감성과 체험형 콘텐츠로 재해석한 장생포의 변화는 쇠퇴 항구 재생의 새로운 관광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