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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LNG 관세 철폐 협상, 호르무즈 위기가 판을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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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LNG 관세 철폐 협상, 호르무즈 위기가 판을 바꾸나

카타르산 LNG 30% 끊긴 중국, 미국산 1년 4개월 만에 직항 재개 움직임
트럼프-시진핑 베이징 담판… 에너지 빅딜 성사 여부 안갯속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LNG 수출 공장 인근에서 LNG선이 예인선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LNG 수출 공장 인근에서 LNG선이 예인선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1년 넘게 꽉 막혔던 미·중 액화천연가스(LNG) 거래를 되살릴 결정적 변수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시작한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이 같은 날 오전 보도한 분석기사는 이번 담판이 양국 에너지 거래 재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인 미국과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무역 전쟁이라는 장벽을 사이에 두고 극적인 화해를 모색하는 것이다.

관세가 끊은 에너지 동맥… 호르무즈가 다시 잇나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국 고율 관세를 선언하자 베이징은 즉각 보복에 나섰다. 미국산 LNG에 15%, 원유에 10%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블룸버그가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조치 이후 중국으로 향하는 미국산 LNG 운반선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산 LNG를 직접 들여오는 대신 제3국에 되파는 차익거래로 방향을 틀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이던 2021년에는 미국 LNG선 131척이 중국으로 향했을 만큼 양국 에너지 거래는 활발했다. 그러나 무역 전쟁이 격화되면서 이 흐름은 완전히 막혔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무역 갈등으로 미국에서 중국으로 직접 향한 선박은 한 척도 없었다.

반전의 실마리가 나타난 건 정상회담 직전이다. LNG선 3척이 지난주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LNG 수출 공장에서 출발해 다음달 15일에서 20일 사이 중국 톈진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 선박들이 예정대로 도착하면 1년 4개월여 만에 LNG선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직항하는 첫 사례가 된다.

중동발 위기도 중국의 계산을 바꾸고 있다. 중국은 원유의 약 절반과 LNG의 약 3분의 1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 세계 원유 및 해상 가스 수출의 약 5분의 1을 교란했고, 중국의 지난해 LNG 도입량 가운데 30%를 차지했던 카타르산 공급도 크게 줄었다. 이 공백을 채울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미국산 LNG다.

中, 미국산 LNG 2800만t 계약 이미 체결… 관세만 풀면


사실 미·중 에너지 협력의 물밑 토대는 이미 갖춰져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현재 가동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미국 LNG 프로젝트에서 해마다 2800만t을 인수하는 장기 계약을 이미 체결해 놓은 상태다.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 등 국영 에너지 기업들이 기존 프로젝트와 장기 계약을 맺은 것이다. 중국이 관세를 철폐할 경우 이 물량을 제3국으로 돌리는 대신 국내로 직접 들여올 수 있게 된다.

미국 입장에서도 유인은 뚜렷하다. 미국의 LNG 수출 능력은 2030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수십 년짜리 인수 계약을 뒷받침할 대규모 수요처가 절실하다.

CNPC 산하 경제기술연구원의 류자 수석 전문가는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예측 가능한 수요성장을 제공하며, 미국의 인프라 투자를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규모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맷 거트켄 BCA리서치 수석 전략가는 "중국이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구매를 대폭 늘리기로 합의한다면 이는 글로벌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신호가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국의 수요 급증이 오히려 국제 원자재 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 복합적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선물 목록은 화려했지만"… 빅딜 낙관론 경계하는 시장


과거가 낙관론을 경계하게 만든다. 9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베이징을 찾았을 때도 에너지는 핵심 의제였다.

당시 발표된 2500억 달러(약 373조원) 규모의 협약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에너지 분야였지만, 대부분은 법적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에 그쳤다. 중국 최대 석탄 기업의 미국 셰일가스 투자 840억 달러(약 125조원), 알래스카 LNG 수출 프로젝트 연계 430억 달러(약 64조원) 합작 계획 모두 흐지부지됐다.

미국 기반 싱크 탱크 유럽-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 제임스 다운스는 CEO 동행 라인업이 항공·농업·금융 분야의 거래를 위한 실용적 추진을 의미하며 "지속되는 긴장 속에서 양자 무역이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문을 우선시한다"고 평했다.

다운스는 "식량 안보 협상에서 성과 가능성이 있는 1단계 스타일 협상의 기회가 존재한다"면서도 첨단기술·생명공학 분야는 복잡한 과정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헨리에타 레빈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이 "치솟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상회담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에너지 협력 확대에 무엇을 요구할지, 미국이 어떤 양보를 내놓을지가 합의 성사의 열쇠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진정한 관심은 화려한 구매 리스트보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 변화가 있느냐에 쏠려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는 가운데, 베이징 담판이 미·중 에너지 동맥을 되살릴 진짜 계기가 될지 전 세계 시장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