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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3.5조 ‘에너지 굴기’… K-원전, ‘하청 국가’ 전락이냐 ‘설계 동맹’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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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3.5조 ‘에너지 굴기’… K-원전, ‘하청 국가’ 전락이냐 ‘설계 동맹’이냐

타타-NPCIL 440MW급 중형 SMR 착수… ‘표준 수출국’ 노리는 인도의 역습
단순 시공 탈피해 ‘설계 주도권’ 선점해야… 20년 개도국 원전 패권의 분수령
인도 최대 기업 집단 타타그룹이 국영 원자력공사(NPCIL)와 손잡고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시장에 전격 진출하면서 글로벌 원전 생태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최대 기업 집단 타타그룹이 국영 원자력공사(NPCIL)와 손잡고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시장에 전격 진출하면서 글로벌 원전 생태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도 최대 기업 집단 타타그룹이 국영 원자력공사(NPCIL)와 손잡고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시장에 전격 진출하면서 글로벌 원전 생태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13(현지시각) 머니컨트롤(Moneycontrol) 보도에 따르면, 타타 파워는 오는 2027년까지 약 2200억 루피(한화 약 35000억 원)를 투입해 원자력과 재생 에너지를 아우르는 대규모 청정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인 440MW급 중형 SMR 개발은 인도가 단순히 전력을 자급자족하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원전 시장의 표준 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경제안보 전략의 일환이다. 이는 한국 원전 산업계에 유례없는 기회인 동시에, 대응 여하에 따라 하청 기지로 고착될 수 있는 중대한 위기다.

타타 파워 2027 에너지 CAPEX 및 로드맵.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타타 파워 2027 에너지 CAPEX 및 로드맵. 도표=글로벌이코노믹

표준뺏기면 EPC 국가로 전락… 한국, ‘공동 설계축으로 판 짜야


시장 전문가들은 인도가 타타의 막강한 자본력과 NPCIL의 운영 경험을 결합해 인도형 SMR 모델을 조기에 규격화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경계한다. 인도가 SMR 표준을 선점하는 순간, 한국은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인도 공급망 아래서 단순 시공(EPC)만 담당하는 국가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부품 공급 수준을 넘어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공동 표준 개발파트너십을 선점해야 한다. 한국의 i-SMR 기술과 타타의 글로벌 엔지니어링 네트워크를 결합해 인허가 리스크를 분산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향후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 개도국 수출 시장에서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

메이크 인 인디아의 덫… 기술 이전과 현지화 사이의 정교한 설계


인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K-원전에 가장 까다로운 변수다. 인도 측은 강력한 기술 이전을 전제로 ▲현지 조달 비율 극대화 ▲설계 공정의 현지화 ▲핵심 부품의 인도 내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파트너였던 타타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돌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원천 기술은 철저히 보호하되 운영 소프트웨어나 유지보수(MRO)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정교한 투트랙 전략이 없으면, 한국은 안방 기술만 내주고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SMR 혁명의 성패를 가를 3대 핵심 지표


SMR 시장의 지각변동이 국내 원전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려면 다음 세 가지 지표를 주시해야 한다.

첫째, 민관협력(PPP)의 법적 실효성이다. 인도 정부가 민간 기업에 허용할 원전 운영권의 범위와 책임 한계가 민간 참여 확산의 척도가 될 것이다.

둘째, K-원전-타타 간 설계 동맹 결성 여부다.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등 국내 기업과 타타 간의 구체적인 SMR 공동 설계 공시 여부가 핵심이다.

셋째, 제조 계열사의 탄소 감축 시너지 여부다. 타타 스틸 등 그룹 내 다소비 업종의 청정 에너지 전환 속도가 타타의 에너지 사업 수익성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타타의 원전 진출은 인도의 전력난 해소를 넘어 글로벌 SMR 패권을 쥐려는 고도의 포석이다. 이번 협력에서 설계 주도권을 놓친다면 한국은 향후 20SMR 수출 시장에서 하청구조에 갇히게 될 것이다. 설계 동맹을 통한 주도권 선점이 K-원전의 명운을 가를 골든 타임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