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美·中 양자 컴퓨팅 패권 전쟁...기술 경쟁 넘어 직접 지분 투자

글로벌이코노믹

美·中 양자 컴퓨팅 패권 전쟁...기술 경쟁 넘어 직접 지분 투자

美 상무부, 20억 달러 수혈하며 기업 지분 직접 확보…‘국가 안보’ 초강수
IBM·리게티 등 칩·웨이퍼 기반 조준하자 美·中 관련 기업 주가 일제히 폭등
中, 180큐비트 ‘우콩’ -제재 우회 기술로 맞불…150억 달러 쏟아부으며 맹추격
미국 정부가 양자 컴퓨팅 분야 주요 기업 9곳에 2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 패키지를 발표한 후, 중국 주요 양자 컴퓨팅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정부가 양자 컴퓨팅 분야 주요 기업 9곳에 2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 패키지를 발표한 후, 중국 주요 양자 컴퓨팅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이미지=구글 AI 제미나이 생성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넘어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분야에서 정면충돌하고 있다고 홍콩 디지털 뉴스 플랫폼 아시아 타임즈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양자 컴퓨팅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직접 수혈하기로 발표하자, 중국 정부의 맞대응 기대감으로 양국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등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단순 보조금 지급을 넘어 기업의 지분을 직접 확보하는 파격적인 방식을 도입하면서, 양자 패권 경쟁이 기존 '연구실 간 기술 경쟁'에서 '국가 차원의 산업 전쟁'으로 공식 전환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20억 달러 지분 투자 파격 행보…'양자 웨이퍼' 제조 기반 조준


미국 상무부는 지난 21일 경제 경쟁력 강화와 국가 안보 확보를 골자로 하는 총 20억 1,300만 달러 규모의 양자 컴퓨팅 자금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것으로, 미국 정부가 양자 컴퓨팅 기업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정부는 지원 조건으로 수혜 기업의 소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미국 납세자의 수익을 보장하는 동시에,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기술 기업들을 정부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자금의 70% 가까이는 양자 칩 및 웨이퍼 제조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됐다.

IBM: 양자급 초전도 웨이퍼 생산을 위한 신설 자회사 설립에 가장 많은 10억 달러를 지원받는다.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 국내 양자 파운드리 구축을 위해 3억 7,500만 달러를 확보했다.

기타 7개사: 디웨이브(D-Wave), 인플렉션(Infleqtion), 리게티(Rigetti) 등 하드웨어 및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각각 최대 1억 달러에서 3,800만 달러를 나누어 지원받는다.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번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혁신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이정표"라며 "미국 산업을 기반으로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양자 기술 역량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 즉각 반응…기술 성과 앞세워 '추격 속도'


미국의 발표 직후 자본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 증시에서 리게티가 63%, 디웨이브가 53% 폭등한 데 이어 중국 증시도 들썩였다. 중국의 대표적 양자 기업인 퀀텀 CTEK의 주가는 이틀 만에 19% 급등해 641.08위안을 기록했고, 궈촹 소프트웨어(18%)와 코알 소프트웨어(9.5%) 등도 강세를 보였다. 미국의 공세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추가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지난해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을 통해 양자 기술을 AI, 6G,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등과 함께 6대 미래 산업의 최우선 과제로 지정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의 고강도 수출 통제 속에서도 독자 노선을 걸으며 상당한 기술적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초전도 양자: 오리진 퀀텀(Origin Quantum)은 단일 칩에 180개 연산 큐비트를 탑재하고 99%의 정확도를 갖춘 4세대 양자 컴퓨터 '오리진 우콩-180'을 출시해 글로벌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성 원자: 중국과학원 산하 냉원자기술연구소(CASCA)는 서방의 극저온 냉각 장치(희석 냉동기)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듀얼 코어 중성 원자 양자 컴퓨터 '한위안-2'를 공개했다.

광자 양자: 중국과학기술대학교(USTC)는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보다 54배 빠른 속도로 연산이 가능한 광자 양자 컴퓨터 '주장 4.0'의 연구 결과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엇갈리는 전망…'인프라 거품' vs '맹렬한 추격'


시장조사기관 맥킨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까지 양자 분야에 총 15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정부 및 민간 투자액(70억 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자금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정책 지원과 양자 암호화 통신 분야의 압도적 상용화 능력을 중국의 핵심 강점으로 꼽는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력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글로벌 분석가들은 중국의 투자액 중 상당 부분이 실질적인 R&D보다는 기초 인프라 건설 비용에 치우쳐 있으며, 연산 능력을 핵심으로 하는 양자 컴퓨팅보다는 양자 통신에 자금이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양자 웨이퍼 전용 제조 시설이나 고성능 계측 장비 등 핵심 공급망 분야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가 지분 투자라는 초강수를 두며 제조 기반 굳히기에 나선 가운데, 중국 역시 제재 우회 기술과 국가 주도형 투자로 맞서고 있어 양국 간의 '양자 패권' 전쟁은 향후 글로벌 산업 지형을 뒤흔들 가장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