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젠슨 황 "수요가 공급 압도"… 대만 생태계에 긴급 투자 촉구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역사적 신고가… '커스텀 반도체' 전환이 만든 새 지평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역사적 신고가… '커스텀 반도체' 전환이 만든 새 지평
이미지 확대보기디지타임즈는 지난 1일(현지시각)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폭발로 오는 2027년 이후에도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대만 공급망 파트너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요 증가 속도가 생산 능력 확대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어 병목 현상이 쉽게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공급 부족 장기화는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이익 안정성을 확보한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우상향 흐름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분석된다.
2027년까지 폭발적 성장… 생태계 전반 생산 능력 압박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의 올해 매출이 거의 100% 증가하고 2027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 블랙웰 시스템의 대규모 출하를 시작으로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ABF 기판, 고급 패키징, 냉각 시스템 등 생태계 전반이 강력한 생산 능력 압박을 받고 있다.
KOSPI 이익 패러다임 변화… 메모리 독점력 기반 밸류에이션 재평가
증권가와 시장 참여자들은 엔비디아발 공급 부족 장기화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가치산정(밸류에이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풀이한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 1일 종가 기준 8788선에 도달하고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어선 배경에는 이익의 질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삼던 단기 현물 거래 중심에서 벗어나, 현재는 전체 물량의 40%를 장기 공급 계약(LTA)으로 고정하고 10% 선수금을 수취하는 구조로 탈바꿈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 주가수익비율(PER) 8배에서 11배를 본격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익 추정의 가시성이 높아지면서 멀티플이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신고가 행진… '펜타부킹'과 파운드리화의 본질
삼성전자는 지난 1일 거래일 기준 주가 34만 9000원을 기록하며 국내 상장사 최초로 장중 시가총액 2000조 원을 돌파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 전망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최대 48만 원에서 61만 원 선까지 연이어 상향 조정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주가 236만 3000원으로 마감하며 시가총액 약 1684조 원으로 코스피 2위 자리를 굳혔다. 특히 SK증권과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지난 1일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사상 처음으로 400만 원까지 전격 상향했다.
전문가들은 HBM이 고객사별 맞춤형 설계가 필수적인 '사실상 커스텀 반도체'로 진화함에 따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성격을 일부 내재화했다고 분석한다. 장기 공급 계약 확대로 이익 변동성이 축소되고 고객 락인(Lock-in) 효과가 강화된 만큼, 과거 메모리 업종의 디스카운트를 상당 부분 축소해 TSMC와 유사한 수준에 근접하는 PER로의 리레이팅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적 눈높이 상향 속 과도기적 마진 역전 현상
시장 전문가들은 2024년 저점 대비 2026년 코스피 전체 이익 증감률이 195%, 반도체 부문은 586%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 기간이 오는 2028년까지 연장될 것으로 전망하고,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610조 원으로 제시했다.
최근 일부 고부가 범용 디램(DRAM) 제품의 스팟 마진이 80~90%대까지 치솟은 반면 HBM 마진은 50% 미만으로 집계되어 일시적인 마진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HBM이 구조적인 고부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공정에서의 실리콘관통전극(TSV) 및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 등 첨단 패키징 비용과 수율 부담이 작용한 과도기적 구간이기 때문이다. 향후 HBM4E 등 차세대 제품의 가격 전가가 본격화되면 전반적인 수익성은 구조적으로 상향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자본지출 감속과 병목 해소가 가져올 단기 리스크 시나리오
그러나 장기 호황론 속에서도 투자자가 경계해야 할 현실적인 위험 요소들이 존재한다. 가장 치명적인 트리거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지출(CAPEX) 감속 신호다. AI 인프라 투자 대비 수익화(ROI) 모델의 증명이 지연될 경우 빅테크의 투자 의지가 꺾일 수 있다.
특히 분기 실적 발표에서 CAPEX 가이던스 증가율이 한 자릿수대로 내려앉거나 AI 인프라 관련 투자 항목이 축소될 경우 시장은 이를 사이클 둔화의 첫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엔비디아의 GPU 재고 일수가 급격히 증가하거나 TSMC를 필두로 한 CoWoS 패키징 캐파 확장 속도가 수요 증가 속도를 앞지르는 역전 시점이 도래할 경우 공급 부족에 기반한 한국 반도체의 프리미엄은 빠르게 희석될 수 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지표는
이 사이클의 본질은 'HBM의 절대적 부족'이 아니라 '빅테크의 투자 의지'에 있다. 따라서 국내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의 생사를 결정짓기 위해 주시해야 할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설비투자(CAPEX) 분기별 증가율 변화다. AI 인프라 수요의 가장 강력한 선행지표이며 이 수치의 둔화 여부가 사이클의 정점을 알리는 경고음이 된다. 글로벌 IB들은 메모리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로 하이퍼스케일러의 CAPEX 성장률이 공급 증가 속도를 앞지른다는 점을 꼽는다.
둘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E 공급 단가(ASP) 및 공장 가동률 추이다. 차세대 제품의 가격 인상 성공 여부와 가동률 추이는 양사의 고마진 유지 능력을 직접 입증하는 지표다.
셋째, 엔비디아 베라 루빈 플랫폼의 양산 일정 및 국내 메모리 탑재 공식화 진척도도 중요하다. 차세대 플랫폼으로의 전환 속도와 국내 기업의 독점적 공급 지위 지속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선이다.
엔비디아가 예고한 공급 부족의 시계가 2027년 너머로 정조준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빅테크 CAPEX의 견고한 지지대 위에서 단순한 경기 사이클을 넘어 장기 호황의 고착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