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총리·마크롱 합의 결실… 글로벌 사우스·영국 등과 연쇄 전략 대화 가동
소프트뱅크·사카나 AI 등 민간 동참, 방위 당국 간 국가 안보 영역 활용 방안도 논의
중국계 AI의 무차별 데이터 추출 및 무역 약점 분석 경계… 중견국 연대 주도
소프트뱅크·사카나 AI 등 민간 동참, 방위 당국 간 국가 안보 영역 활용 방안도 논의
중국계 AI의 무차별 데이터 추출 및 무역 약점 분석 경계… 중견국 연대 주도
이미지 확대보기빅테크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데이터 추출로 인한 ‘디지털 식민지화’를 경계하는 국가들을 지원함으로써, 거대 양강 체제에 휩쓸리지 않는 독자적인 글로벌 테크 생태계를 확보하
겠다는 전략이다.
23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일본과 프랑스 정부는 지난 19일 양국 고위급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첫 ‘AI 전략 대화’를 개최했다. 이번 회담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정식 합의한 이후 실무 조율을 거쳐 전격 성사됐다.
일본 외무성의 다케시 차관을 비롯해 인공지능 정책 관련 핵심 기관 대표들이 참석한 이번 회의의 최우선 의제는 ‘AI 주권(AI Sovereignty)’ 강화였다. AI 주권이란 외부 강대국에 종속되지 않고 자국의 데이터와 인프라, 기술을 독립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을 뜻한다.
미국과 중국산 기술이 글로벌 표준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프랑스 역시 탈(脫)양강 구도의 독자적 공급망 구축을 핵심 안보 과제로 추진해 왔으며, 이번 양자 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기술 공조 방안을 조율했다.
소프트뱅크·사카나 AI 총출동… 방위 당국 간 국방 안보 공조도 의제 탑재
이번 대화는 민·관·군을 아우르는 촘촘한 아키텍처로 진행됐다. 국가 안보 분야에서의 AI 활용을 위해 일본 방위성과 프랑스 국방국가안보사무국 고위 관계자들이 마주 앉았으며, 군사적 방위 역량을 고도화하기 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통찰을 상호 공유했다.
민간 진영의 참전도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현지에 거대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그룹(SoftBank Group)을 비롯해, 최근 일본어 최적화 '반값 AI(프라모 3.0)'를 출시한 프리퍼드 네트웍스(PFN) 등과 궤를 같이하는 대표 스타트업 사카나 AI(Sakana AI) 등 5개 일본 혁신 기업 대표들이 직접 참여했다.
이들은 미국의 오픈AI나 중국의 지푸 AI(Zhipu AI)에 밀리지 않는 고유의 생성형 모델 개발 성과와 안방 생태계 고도화 전략을 프랑스 측에 브리핑했다.
실제로 일본은 프랑스에 이어 올해 안에 인도, 브라질, 말레이시아, 영국 등과도 유사한 형태의 연쇄 AI 협의 틀을 발족하기로 합의를 마쳤다.
“원조 아닌 상생”… 브라질 광물·인도 도시 개발 잇는 맞춤형 경제 안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이 일본의 이 같은 동맹 제안에 적극 호응하는 이유는 거대 AI 초강대국들의 일방적인 ‘데이터 약탈’에 강한 피로감과 경계심을 느끼고 있어서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독특한 언어와 고유한 문화적 맥락이 배제된 채 서방 중심의 알고리즘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하며, 독자 LLM 개발을 갈망하고 있다.
이미 일본어 기반 AI 개발에서 독보적인 파인 튜닝 노하우와 미세 세라믹 장비 기술을 축으로 신뢰성을 검증받은 도쿄 당국은 안전하고 윤리적인 AI 표준을 국제사회에 제시하며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일방적인 원조나 원자재 수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의 폭발적인 경제 성장 모멘텀을 일본 자체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통합하는 상생의 고부가 가치 피봇"이라고 규정했다.
실제 실행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인도와 첫 전략적 AI 대화를 개최했으며, 현지 건설 데이터 전문 기업인 원스트럭션(Onestruction)이 인도 현지법인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AI 건축 설계 및 실시간 교통량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전격 착수했다.
자원 부국인 브라질과의 첫 AI 회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양국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응용해 브라질 내 희토류 및 핵심 광물 자원 매장지를 정밀 탐사하는 기술 개발과 기후 변화에 대응한 첨단 스마트 농업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고도화된 솔루션을 이식하는 방안을 핵심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동남아 공급망 허브인 말레이시아와의 조기 대화 채널 개설도 막바지 조율 중이다.
중국발 ‘데이터 추출 및 무역 약점 분석’ 철저 차단… ‘중견국 연대’ 선언
일본 정부가 이토록 다국적 연대를 서두르는 저변에는 가혹한 ‘경제 안보’ 위기감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시진핑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 박람회 등을 통해 자국산 AI 기술과 화웨이 스마트 인프라를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수출·보급하는 상황에서, 만약 동남아나 중남미 등 일본의 주요 교역국들이 중국계 AI 플랫폼에 완전히 잠식될 경우 심각한 후폭풍이 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내 데이터가 동맹국이나 제3국의 중국산 백도어 및 소프트웨어를 통해 중국으로 무단 추출될 위험이 상존하며, 이 과정에서 일본이 가진 기술적 해자나 핵심 통상·무역상의 취약점이 적국에 실시간으로 분석당해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 국방부의 제재에 맞서 MP 머티리얼즈 등 희토류 대기업의 목줄을 끊어버리는 자원 무기화 전면전을 펼치는 시점이기에 이 같은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일본 정부는 향후 연쇄적인 AI 대화 프레임워크에서 도출된 성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국경 간 공동 연구 및 자본 합작 프로젝트를 대거 출범시킬 계획이다. 나아가 다가오는 주요국 정상회의와 글로벌 테크 포럼 무대에서 ‘AI 주권’ 확립과 글로벌 사우스 진역에 대한 인프라 지원의 당위성을 주도적으로 역설할 방침이다.
강대국의 고래 싸움 속에서 독자적인 생존 체질을 다지려는 ‘중견국 연대’의 소프트파워 중심축을 일본이 선점함으로써, 인류의 미래 지능형 기술 생태계가 특정 강대국의 가혹한 패권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완충 지대를 견고히 다져가겠다는 구상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