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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기업 10곳 제재 당일 ‘엔비디아·애플’ 품었다… 미·중 테크 공급망 기묘한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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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美 기업 10곳 제재 당일 ‘엔비디아·애플’ 품었다… 미·중 테크 공급망 기묘한 공존

상무부의 美 방산·희토류 블랙리스트 추가 조치와 ‘자국 중심 AI 생태계 수호’ 양면 외교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중국은 세계 최고 기술 중심지… 놀라운 규모로 건설” 영상 헌사
딩쉐셴 부총리 “국제 협력 중요”… 85개국 1,200개사 집결 속 ‘미국’이 최대 해외 진출
중국 부총리 딩쉐셴이 6월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공급망박람회 개막식에서 연설 마지막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부총리 딩쉐셴이 6월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공급망박람회 개막식에서 연설 마지막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정부가 미국의 무인 드론 및 핵심 희토류 대기업 10곳을 겨냥해 가혹한 보복성 수출 통제 조치를 전격 단행한 바로 그날, 베이징 한복판에서는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론 등 미국을 대표하는 첨단 빅테크 공룡들이 총출동하는 기묘한 역설이 연출됐다.

미국 정가의 가혹한 자당방위적 차단 벽과 보복 관세 압박 속에서도, 자국 중심의 인공지능(AI) 및 제조업 밸류체인을 수호하려는 중국의 고도화된 ‘양면 통상 전략’이 복잡한 미·중 관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23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책 행사인 ‘중국 국제공급망 박람회(CISCE)’가 22일 베이징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정부가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 연계 기업 지정(알리바바·BYD 제재)에 맞서 Aveox, MP 머티리얼즈 등 미국 테크 기업들을 수출 통제 목록에 무더기로 올린 냉정한 기류와는 반대로, 엑스포 현장은 미국 해외 기업들의 거대한 투자 열기로 가득 찼다.
특히 글로벌 AI 반도체 독점 권력을 쥔 엔비디아(Nvidia)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직접 보낸 특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중국 시장의 절대적인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젠슨 황 CEO는 "중국은 두말할 나위 없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핵심 산업 중심지 중 하나"라며 "중국의 엔지니어들은 대단히 훌륭하고 개발자들의 혁신 속도는 눈부시게 빠르다.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정말 놀라운 규모로 비즈니스를 건설해 나가고 있다"고 전폭적인 헌사를 보냈다.

부총리 직접 나서 외자 달래기… 전용 ‘AI 전시 구역’에 애플·테슬라·퀄컴 총집결


중국 정부의 이번 접근법은 경제 안보와 기술 자립을 내세워 공급망 파편화(디커플링)를 유도하려는 서방의 압박에 맞서, 도리어 미국 핵심 기업들을 자국 생태계에 더 단단히 묶어두려는 정밀한 유인 아키텍처를 반영한다.

이날 개막식 기조연설자로는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정치국 상무위원) 내 서열 6위인 딩쉐셴(丁薛祥) 국무원 수석부총리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딩 부총리는 전 세계에서 모인 기업인들을 향해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국제적 연대와 협력의 당위성을 강력히 역설하며 외자 달래기에 공을 들였다.

실제로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스펙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분수령으로 부상함에 따라, 중국 정부는 올해 박람회 사상 최초로 전용 ‘AI 전시 구역’을 특설했다. 이 격전지에는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애플(Apple), 테슬라(Tesla),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퀄컴(Qualcomm) 등 미 행정부의 제재 그늘 속에 있던 핵심 테크 진역이 대거 부스를 차리고 중국 바이어들을 맞이했다.

85개 국가 및 지역에서 온 1,2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단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 외국계 기업의 비중은 전체의 36.5%에 달했으며, 그중에서도 미국계 기업이 가장 압도적인 단일 최대 해외 진출국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트럼프 정상회담 후 옥수수·원유 다 판다”… 美 농업·에너지 기업도 기대감 팽배


이 같은 테크 동맹의 배경에는 지난 5월 중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극적으로 도출된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 구축" 합의가 지렛대 역할을 수행했다.

중국 상무부가 미군용 드론 자회사(틸 드론즈) 등에 이중 용도 품목의 선적과 기술 이전을 즉각 중단하라는 강경 행정명령을 내렸음에도, 대중국 보급형 칩(H200 최적화 등) 수출 재개와 1차 산업 교역 확대에 걸어둔 미국 기업들의 기대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는 미국 대두수출위원회와 글로벌 곡물 대기업 카길(Cargill)이 대규모 부스를 열고 중국의 14억 식량 시장 공략에 나섰으며, 글로벌 석유 공룡 엑슨모빌(ExxonMobil) 역시 미·중 긴장 완화에 따른 대중국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 증가를 겨냥해 전격 합류했다. 경제적 실익을 위해 칠 것은 치고 잡을 것은 잡는 아시아 거인의 정교한 통상 외교 룰이 발동된 셈이다.

냉랭한 중·일 관계 속 “비즈니스가 핏줄 잇는다”… 일본 대표단 2018년 이후 첫 대규모 방중


정치적 갈등의 골이 깊었던 일본 산업계 역시 중국의 거대 영토가 가진 기술적 흡수력에 이끌려 대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가상 대만 위기 발언(군사 개입 뉘앙스) 이후 중·일 외교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었음에도, 일본 기업들은 실리를 뚫기 위해 대거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 박람회에는 파나소닉 홀딩스, AGC, 다이킨 공업, 닛폰 익스프레스 홀딩스, 미즈호 은행 등 일본 경제의 핏줄을 쥐고 흔드는 간판 대기업들이 일제히 부스를 열었다.

특히 1나노 반도체 공정용 정전기 척 기술로 대박을 터뜨린 토토(TOTO)나 프리퍼드 네트웍스(PFN)의 반값 일본어 AI 출격 등 동북아 기술 지도가 요동치는 와중에, 일본대외무역기구(JETRO)는 별도의 특별 전시관을 주최해 총 25개 일본 핵심 소재·부품 기업의 참여를 진두지휘했다.

일본 상공회의소가 박람회에 맞춰 공식 대표단을 중국 본토에 파견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무려 8년 만에 처음 있는 대사건이다.

현장을 직접 찾은 일본 전선·소재 메이저 스미토모 전기 공업의 마사요시 마쓰모토 회장 겸 CEO는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정치적 대화가 극도로 얼어붙어 어려울 때일수록, 전통적으로 양국 비즈니스 커뮤니티가 민간 외교관이 되어 관계 회복의 다리를 놓아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 기업인들이 펼칠 경제적 노력이 양국 안보 리스크를 완화할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꼼꼼한 공급망 차단 벽(팍스 실리카 이니셔티브) 가동과 중국의 자원 무기화 맞소송전이 격돌하는 와중에도, 천문학적인 실익이 걸린 글로벌 자본과 첨단기술 생태계는 국경과 정치를 초월해 중국이라는 거대 자석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촘촘한 상호 종속의 톱니바퀴를 물려가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