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국가안전관리계획 평가 우수기관 선정
AI 관제·방폭 조례 성과, 노후 국가산단 대응으로 이어져야
AI 관제·방폭 조례 성과, 노후 국가산단 대응으로 이어져야
이미지 확대보기석유화학 배관과 정유·비철금속·자동차·조선 시설이 맞물린 국가산단에서 작은 이상 신호는 도시 전체의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울산시가 행정안전부 국가안전관리계획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의미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점수는 90점 이상이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우수 등급을 받은 곳은 4곳에 그쳤다.
그러나 울산의 안전평가는 서류 점수에서 끝나지 않는다. 노후 국가산단 설비, 위험물 취급시설, 주거지와 가까운 공단 경계, 화학물질 누출과 폭발 위험을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잡아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안전평가 우수, 90점의 기준은 무엇이었나
울산시는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25년 국가안전관리집행계획 추진실적 종합 분석·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 평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25조의2에 따라 중앙부처 29곳, 시·도 17곳, 시·군·구와 재난관리책임기관 등 전국 628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평가 항목은 계획 수립의 적정성 40점, 이행실적 40점, 환류체계 20점, 잠재 위험요소 발굴 가점 5점으로 나뉘었다.
계획을 잘 세웠는지뿐 아니라 실제 이행했는지, 미흡한 부분을 다음 계획에 반영했는지, 지역 안의 잠재 위험을 먼저 찾아냈는지를 함께 본 것이다.
울산시는 시·도 평균 82.1점을 웃도는 90점 이상을 받았다. 지방자치단체가 소관기관을 평가한 방식의 적정성을 행정안전부가 다시 확인하는 메타평가에서도 전국 2개 시·도 우수기관에 포함됐다.
경기·전북은 관리체계, 울산은 산단 위험관리
다른 우수 지자체와 비교하면 울산의 특징은 더 뚜렷해진다.
경기도와 전북특별자치도는 2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두 지역은 재난안전관리 대책 수립, 예산 반영과 집행, 재난관리책임기관 협업, 전년도 미흡사항 보완, 법령·제도 개선 등 관리체계 전반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울산은 결이 다르다.
경기와 전북이 넓은 행정구역의 재난관리 체계와 기관 협업을 고르게 운영한 사례라면, 울산은 산업도시 특유의 고위험 요소를 안전관리계획 안으로 끌어들인 점이 평가의 핵심이다.
울산시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위험목록보고서를 활용해 지역 주요 재난 유형을 선정하고 이를 안전관리계획에 반영했다.
5개 구·군과 재난관리책임기관에 대한 자체 평가 기준도 정비했다. 실무부서와 유관기관 간담회를 통해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미흡 사항을 보완한 점도 반영됐다.
울산의 90점은 일반 행정 평가보다 산업도시 안전관리의 성적표에 가깝다.
울산 안전의 중심에는 국가산단이 있다
울산 안전정책의 중심에는 국가산단이 있다.
울산미포국가산단과 온산국가산단은 한국 제조업 성장의 핵심 기반이었다. 동시에 위험물 저장시설, 화학물질 취급시설, 고압가스 설비, 대형 배관, 항만 물류가 한 공간에 모인 고위험 산업 공간이다.
문제는 산단의 노후화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를 인용한 선행 보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국가산단에서 발생한 중대사고 110건 가운데 20년 이상 된 노후 국가산단 사고는 107건으로 전체의 97%를 차지했다.
이 기간 울산미포산단 17건, 온산산단 8건 등 울산 국가산단에서만 25건의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사망 19명, 부상 21명 등 사상자 40명과 재산피해 539억 원도 집계됐다.
이 수치는 울산 안전평가를 읽는 기준을 바꾼다. 우수기관 선정은 의미가 있지만, 울산에서 안전정책의 성과는 평가표보다 산단 현장에서 확인돼야 한다.
AI 관제와 방폭 조례, 평가를 끌어올린 장치
울산시가 이번 평가에서 내세운 대표 사례는 국가산단 통합관제체계와 방폭 안전관리 조례다.
울산시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열화상 카메라를 결합한 국가산단 통합관제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단 안의 온도 이상과 위험 신호를 더 빨리 포착하기 위한 장치다.
전국 최초 방폭 안전관리 조례도 평가 요소로 제시됐다.
방폭은 폭발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전기설비나 기계장치가 점화원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안전기술이다. 석유화학과 정유시설이 밀집한 울산에서는 일반 시설관리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기술과 조례가 현장 작동으로 이어지는지다.
AI 관제는 화면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상 신호가 잡혔을 때 어느 기관이 먼저 확인하고, 어느 기업과 연결되며, 소방·구·군·산단 관리기관·사업장이 어떤 순서로 움직이는지가 정해져 있어야 한다.
이미지 확대보기남은 문제는 사고 전 징후를 얼마나 빨리 잡느냐다
산단 사고는 발생 뒤 대응보다 발생 전 징후 포착이 더 어렵다.
배관 부식, 밸브 이상, 저장탱크 압력 변화, 유해화학물질 누출, 작업자 실수, 정비 중 안전절차 미준수는 작은 신호로 시작될 수 있다. 그 신호가 현장 안에서만 머물면 행정 관제는 늦다.
반대로 행정 관제만 있고 기업 내부 설비 정보와 연결되지 않으면 위험의 세부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
울산형 안전관리의 다음 단계는 이 틈을 줄이는 일이다.
산단 통합관제체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24시간 감시 체계, 이상 신호 판단 기준, 출동 권한, 기업 자료 공유 범위, 주민 알림 기준이 함께 정리돼야 한다.
기후재난도 산단 안전의 변수가 됐다.
폭염은 설비 온도와 작업자 피로를 높이고, 집중호우는 지하 배관과 저지대 시설을 흔든다. 태풍은 항만과 저장시설, 전력 공급망에 영향을 준다. 산단 안전관리계획은 화재와 폭발만 볼 수 없다.
이미지 확대보기2027년 안전관리계획, 평가 이후가 더 중요하다
울산시는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우수사례를 발전시키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2027년도 안전관리계획 수립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안전 기반을 확대해 산업단지와 고위험 에너지시설의 대형 재난을 예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평가 이후가 더 중요하다.
2027년 안전관리계획에는 노후 국가산단 설비 관리, 화학물질 누출 대응, 폭발 위험 구역 관리, 기후재난과 산업재난의 동시 발생, 주민 대피와 알림 체계가 더 구체적으로 담겨야 한다.
울산의 안전평가 90점은 성과다. 그러나 국가산단의 노후 설비와 고위험 에너지시설, 주거지와 맞닿은 공단 경계가 그대로 있는 한 안전은 평가표 밖에서 다시 확인돼야 한다.
다음 답은 산단 현장에 있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