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장마 14일째, 제주·남해안엔 비…동부 영남은 폭염
비구름은 남쪽·서쪽으로, 울산은 북태평양고기압 영향권
제9호 태풍 바비는 중국으로…14~16일 영남 다시 비
비구름은 남쪽·서쪽으로, 울산은 북태평양고기압 영향권
제9호 태풍 바비는 중국으로…14~16일 영남 다시 비
이미지 확대보기제주와 전남 남해안, 경남 서부에는 장맛비가 내렸지만 울산과 부산, 대구·경북에서는 비보다 무더위가 앞섰다.
태풍도 잇따라 발생했지만 한반도 육상을 직접 향하지 않았다. 제9호 태풍 바비 역시 중국 내륙으로 향했다.
장마와 태풍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울산과 동부 영남이 지금까지 장마와 태풍을 체감하지 못한 이유다.
장마는 울산에 아직 안 온 것인가
장마철은 이미 시작됐지만, 비구름이 울산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제주와 남부지방의 장마철은 6월 30일 시작됐다. 평년보다 제주는 11일, 남부는 7일 늦었다.
기상청은 바렌츠해와 북시베리아 부근의 블로킹으로 한반도에 상층 찬 공기가 자주 내려왔고,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서쪽 확장도 늦어져 정체전선이 제때 북상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6월 하순 북상한 제7호 태풍 메칼라와 제8호 태풍 히고스도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동쪽으로 밀었다.
늦게 시작한 장마는 전국을 고르게 적시지 않았다. 정체전선은 남북으로 오르내렸고, 전선 위에서 발달한 저기압도 좁은 지역에 비를 집중시켰다.
8~9일에는 전국 대부분에 비가 내렸지만, 이후 정체전선이 중부지방에서 북쪽으로 물러나면서 남부지방은 다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들어갔다.
장마철에 들어갔다는 말은 한 달 내내 비가 온다는 뜻이 아니다.
정체전선과 저기압이 어느 지역을 지나느냐에 따라 가까운 도시도 전혀 다른 여름을 겪는다.
비구름은 왜 울산을 비켜갔나
비를 만드는 공기의 상승 통로가 제주·남해안과 서쪽에 놓였고, 울산과 동부 영남은 북태평양고기압의 덥고 습한 공기 쪽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저기압은 주변 공기를 모아 위로 끌어올린다.
바다에서 들어온 습한 공기가 상승하면 식으면서 수증기가 물방울로 바뀌고, 구름이 두꺼워져 비가 내린다. 제주와 남해안·경남 서부에는 정체전선과 저기압을 따라 이런 상승 통로가 만들어졌다.
북태평양고기압은 서태평양의 덥고 습한 공기덩어리다.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로 많은 수증기를 보내지만, 고기압의 영향이 강한 곳에서는 공기가 아래로 내려앉아 비구름의 성장을 누른다.
울산에는 수증기가 들어왔지만 이를 강하게 끌어올릴 전선과 저기압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습기는 비로 떨어지기보다 기온과 체감온도를 높였다.
같은 습한 공기가 제주와 남해안에서는 비가 됐고, 울산에서는 무더위가 된 셈이다.
기상청은 12~13일 제주 산지에 30~80㎜, 제주 나머지 지역에 5~30㎜, 전남과 경남 서부에 5~20㎜의 비를 예보했다.
울산과 부산, 대구·경북은 이 강수 구역에서 빠졌다.
제주·남해안에는 장맛비가 이어졌지만 동부 영남이 장마를 체감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이미지 확대보기태풍 바비는 어디로 갔나
이미지 확대보기제9호 태풍 바비는 한반도가 아니라 중국 내륙으로 향했다.
태풍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한반도로 들어오는 길이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12일 오후 3시 기준 바비는 중국 내륙인 북위 31.1도, 동경 118.7도에서 북북서진하고 있었다. 중심기압은 985hPa, 최대풍속은 초속 27m였다. 기상청은 바비가 13일 오후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경로대로라면 우리나라 육상에 직접 상륙할 가능성은 낮다.
태풍은 스스로 방향을 정하지 못한다.
주변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는 바람에 실려 움직인다. 바비가 중국으로 향한 것도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와 모양이 만든 길을 따라간 결과다.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갔다고 영향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태풍이 고기압을 밀거나 당기면 정체전선의 위치가 달라지고, 고온다습한 공기의 유입 방향도 바뀐다. 직접적인 비바람보다 장마의 길과 폭염의 강도를 흔드는 간접 영향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앞서 제6호 장미는 일본 남쪽 해상으로 향했고, 제7호 메칼라와 제8호 히고스도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은 채 북상했다.
올해 태풍은 잇따라 발생했지만 지금까지 한반도 육상을 직접 통과한 태풍은 없었다.
영남 장맛비는 언제 오나
울산과 동부 영남에는 14일 밤 비가 들어와 15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6일에는 남부지방에 다시 비가 예보됐다.
기상청은 14일 오전 수도권과 충남에서 시작한 비가 오후 전라권과 그 밖의 중부지방으로 확대된 뒤 밤에는 전국으로 번질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의 예상 강수량은 5~20㎜다. 비는 15일 전국에서 이어지다가 오후 대부분 그칠 전망이다.
16일에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다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그러나 비가 오는 시점과 지역은 아직 유동적이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위치와 태풍 등 열대요란의 이동에 따라 정체전선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예보만 놓고 보면 14일 영남의 비는 대규모 집중호우보다 저기압이 지나가며 내리는 짧은 비에 가깝다.
다만 15~16일 전선이 남부지방에 머무는 시간과 바다에서 들어오는 수증기량에 따라 강수량은 달라질 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조용한 장마는 안전한가
지금 비가 적다는 이유로 남은 여름의 폭우 위험까지 낮아진 것은 아니다.
2024년 여름 전국 강수량은 602.7㎜였다.
평년보다 적었지만 이 가운데 78.8%인 474.8㎜가 장마철에 집중됐다.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장마철에는 좁고 강한 비구름대가 잇따라 발달해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9차례 관측됐다.
2025년에도 짧은 장마 뒤 폭염과 집중호우가 이어졌다. 장마가 짧았다고 큰비 가능성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품는다.
비구름을 만들 경계가 없을 때는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지만, 저기압이나 정체전선이 들어오면 쌓여 있던 수증기가 좁은 지역에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다.
7월 13일 현재 장마의 주 통로는 제주·남해안과 서쪽에 놓였고, 태풍은 일본 남쪽과 중국으로 향했다. 울산과 동부 영남은 지금까지 그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비구름의 길은 고정돼 있지 않다.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가 밀리거나 정체전선이 남하하면 폭염에 갇힌 울산의 하늘도 짧은 시간 안에 장맛비로 바뀔 수 있다.
장마와 태풍은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 영남으로 들어오는 길이 열리지 않았을 뿐이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