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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안보 논리에 흔들리는 'K9 썬더'…한화, 'SAPA 변속기' 강요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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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안보 논리에 흔들리는 'K9 썬더'…한화, 'SAPA 변속기' 강요에 속앓이

인드라 합작에 8% 대주주 사파(SAPA) 전격 합류…동력계통 통째로 뜯어고쳐야 할 판
'드라곤 8x8' 결함 논란 사파 변속기 탑재 압박…한화, '엄격한 책임 귀속' 가이드라인으로 배수진
혹한기 작전 환경에서 압도적인 주행 및 사격 능력을 입증하고 있는 K9 자주포의 기동 모습. K9 자주포는 전 세계 10개국에 가까운 나토(NATO) 및 우방국에 수출되며 검증된 동력계(엔진 및 미국산 변속기)를 바탕으로 확고한 신뢰성을 구축했으나, 최근 추진 중인 스페인 사업에서는 현지 부품 탑재 비율을 높이려는 정책적 요구로 인해 스페인 사파(SAPA) 사의 변속기를 통합해야 하는 까다로운 기술적 조율 단계에 직면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미지 확대보기
혹한기 작전 환경에서 압도적인 주행 및 사격 능력을 입증하고 있는 K9 자주포의 기동 모습. K9 자주포는 전 세계 10개국에 가까운 나토(NATO) 및 우방국에 수출되며 검증된 동력계(엔진 및 미국산 변속기)를 바탕으로 확고한 신뢰성을 구축했으나, 최근 추진 중인 스페인 사업에서는 현지 부품 탑재 비율을 높이려는 정책적 요구로 인해 스페인 사파(SAPA) 사의 변속기를 통합해야 하는 까다로운 기술적 조율 단계에 직면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세계 방산 시장에서 '명품 자주포'로 독보적 신뢰성을 인정받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썬더(Thunder) 자주포가 스페인 현지 생산 추진 과정에서 거대한 기술적·정치적 복병을 만났다. 스페인 정부와 현지 합작사인 인드라(Indra Group)가 자주포의 핵심 동력계통인 변속기를 스페인 자국 업체인 사파(SAPA) 제품으로 대체하라는 이른바 '스페인화(Localisation)' 압박을 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전장에서 막강한 가동률을 증명한 미국산 앨리슨(Allison) 변속기 대신, 스페인 육군 내부에서도 잦은 고장의 주범으로 지적받는 자국산 변속기를 탑재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K9 자주포의 무결점 명성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7월 14일(현지 시각) 스페인 안보 전문 매체 에스쿠도 디히탈(Escudo Digital)의 분석 보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3월 스페인 대표 방산업체 인드라와 체결한 K9 자주포 현지 생산 및 기술이전 계약에 스페인 중기계 전문기업 사파 플라센시아(Sapa Placencia)가 전격 합류했다. 사파(SAPA) 측은 K9 자주포에 탑재될 핵심 메커니즘인 중대형 변속기의 독점 공급과 국산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증된 앨리슨' 버리고 'SAPA 변속기' 탑재 요구…K9 설계 전면 수정 불가피


문제는 변속기 교체가 단순한 부품 교환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군사 엔지니어들은 자주포의 변속기를 바꿀 경우 엔진의 동력 흐름 제어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재설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차체 내부 공간 배치와 냉각 시스템 구성, 차량 통합 제어 소프트웨어까지 송두리째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순정 K9 자주포는 미국 앨리슨 사의 변속기를 장착해 사거리 40km, 30초 이내 급속 사격 후 이탈(Shoot & Scoot) 성능을 100% 보장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신뢰성을 검증받았다. 그러나 스페인 측의 요구는 이러한 시스템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페인 육군 내부의 우려는 더욱 깊다. 사파(SAPA) 사의 변속기는 이미 스페인군의 차세대 장갑차 드라곤(Dragón) 8x8 기종과 카스토르(Castor) 공병장갑차 사업에서 심각한 성능 미달과 지속적인 고장으로 사업을 수년씩 지연시킨 주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스페인 현지 야전 장병들 사이에서는 드라곤 장갑차를 두고 사파(SAPA)의 결함 변속기 강요를 비꼬아 '몬드라곤(MONDragón)'이라 부르는 조롱 섞인 별명까지 돌고 있을 정도다.

스페인 육군의 한 전방 작전 지휘관은 현재 코르도바 기지에 배치된 최신 피사로(Pizarro 2) 장갑차들이 사파(SAPA)의 변속기 제어 소프트웨어 오류 때문에 제대로 기동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알메리아 기지에 묶여 있는 21억 유로(약 3조 5700억 원) 규모의 최신 드라곤 장갑차들 역시 변속기가 미끄러지는(슬립) 결함 우려 때문에 단 한 대도 해외 파병 임무에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지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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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위험이 이토록 명백함에도 스페인 정부가 사파(SAPA) 카드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철저한 정치적 셈법과 지분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사파(SAPA)의 소유주인 호킨 아페리바이(Jokin Aperribay)는 한화의 파트너사인 인드라(Indra) 지분 약 8%를 보유한 이사회 핵심 멤버다. 여기에 바스크 지방 정당(PNV)의 정치적 쿼터 요구와 스페인 국방부의 자국 예산 유출 방지라는 명분이 결합하면서, 기술적 타당성이 정치적 압력에 밀려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방산업계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계약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미국 앨리슨 사는 M1 에이브람스(Abrams) 전차와 전 세계 K9 포대에 장착되어 99%의 전투 신뢰성을 입증한 검증된 기술을 대체하는 것은 도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미 육군 일각에서는 사파(SAPA)의 고효율 토크컨버터 대체 기술(SWG)에 관심을 보이며 테스트를 진행 중이나, 문서상의 스펙으로는 훌륭할지 몰라도 실전 검증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한화는 폴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등에 K9 자주포를 수출하며 수송선에서 내리자마자 즉각 가동되는 압도적인 신뢰성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 왔다. 스페인의 무리한 변속기 변경으로 자주포에 결함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구축한 K9 자주포의 명성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한화 기술진은 스페인 컨소시엄에 극도로 엄격한 실전 테스트 가이드라인과 면책 및 배상 책임 요구안을 제시하며 강력한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다. 한화 측은 신뢰성 분석 지표인 평균고장간격(MTBF) 및 평균고장동작간격(MDBF), 그리고 구동계 파손율에 대한 세밀한 기술적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기 시제품 테스트 단계에서 사파(SAPA) 변속기로 인해 주행 결함이나 시동 꺼짐 등의 결함이 발생할 경우, 이에 따른 모든 설계 변경 비용과 사업 지연에 대한 배상 책임을 스페인 사파(SAPA)와 인드라(Indra) 측이 전적으로 부담하도록 요구하는 엄격한 책임 귀속 조항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조율 중이다. 스페인을 교두보 삼아 남미 시장까지 영토를 넓히려는 한화의 비즈니스적 실리와 명품 무기체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엔지니어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