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스페인 공동개발 사실상 중단… 독자 노선과 연합체 편입 기로
KAI·한화·LIG D&A, KF-21 이후 글로벌 공급망 진입 전략 시급
KAI·한화·LIG D&A, KF-21 이후 글로벌 공급망 진입 전략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유럽 차세대 공중전력 구축을 떠받치던 핵심 축이 흔들린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이 지난 10년 동안 추진해 온 6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인 미래항공전투체계(FCAS)가 유인 전투기 개발 부문을 종료하기로 확정했다.
스페인 종합 일간지 라 라손(La Razón)이 지난 11일 (현지시각) 보도한 유럽 정책연구소들의 2026년 6월 발표 보고서를 보면, 프랑스와 독일의 6세대 유인 전투기 공동 개발은 공식 종료되었다. 주도권 싸움과 국가별 산업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글로벌 차세대 공중전력 시장은 영국 주도의 글로벌항공전투프로그램(GCAP)과 미국의 F-47 양강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국내 주요 방산기업의 중장기 수출 전선과 KF-21 이후 차세대 전투기 로드맵도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기술 주도권 싸움이 부른 유럽 방산 연합의 균열
프랑스는 자국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수 있으며 핵 공격 능력을 갖춘 차세대 전투기 개발의 전권을 요구했다. 반면 독일은 막대한 예산을 분담하는 만큼 기술 지식재산권을 동등하게 나눠 가져야 한다고 맞섰다.
양국의 대립으로 개발 일정이 수년 동안 지연되자 당장 노후 전투기 교체가 시급한 각국 군 당국은 기존 형태의 공동 개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로파이터와 라팔을 대체하려던 유럽 최대 국방 프로젝트는 결국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 유·무인 복합체계 전반 중 핵심인 유인 전투기 개발은 접고 드론과 센서 같은 일부 하위 체계만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수십억 파운드 확보한 GCAP와 미 F-47의 독주
유럽 방산 연합 구도가 흔들리면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은 곳은 영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의 3국 연합체인 GCAP다. 합의 결렬 기류가 확산된 이후 GCAP 기구는 컨소시엄 구조를 강화했다.
영국 국방부가 2026년 6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영·이·일 연합체인 GCAP는 46억 파운드(약 9조 2500억 원) 규모의 상세 설계 계약을 맺고 세부 설계를 2030년대 중반까지 마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들은 기존 유로파이터 타이푼보다 기체를 3m 이상 키워 내부 무장창과 연료 용량을 늘릴 방침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무인 드론 편대 제어 기술을 탑재해 203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잡았다.
미국은 미 공군의 차세대 공중 지배(NGAD) 프로그램 하위 기종 명칭을 F-47로 구체화하며 독자 노선을 굳히고 있다. 미국 항공 전문 매체들이 2026년 7월 분석한 제원을 보면 차세대 전투기 F-47은 1800km급 작전 반경을 목표로 삼았다. 수평 꼬리날개와 수직 꼬리날개가 없는 삼각익 형태로 설계되어 레이더 반사 면적을 극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 반경이 길어 지상 레이더 망을 무력화하는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외신과 군사 전문가들은 미 공군이 이미 시제기 제작에 돌입해 오는 2028년 첫 비행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한다. 미국 정부는 기술 독점을 위해 F-47에 대해서도 엄격한 수출 금지 조치를 적용할 방침이다.
배수진 친 스페인의 예산 재편과 국내 방산 진영의 계산기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자국 기업인 인드라와 ITP에어로 같은 항공 방산 생태계를 보호해야 하는 스페인은 다급해졌다.
스페인 국방부는 자국 산업 역량을 보존하기 위해 10억 유로(약 1조 7100억 원) 안팎의 예산을 재편성해 센서와 네트워크 기술 개발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독일과 손잡고 북유럽 중심의 대안 플랫폼을 모색하거나 GCAP 진영에 문을 두드리는 시나리오가 동시에 거론된다.
글로벌 시장의 급격한 판도 변화는 KF-21 블록 업그레이드와 6세대 전투기 기초 연구를 이어가야 하는 한국 방산 진영의 가치평가와 수주 파이프라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 투자 업계가 7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 방산 기업들의 가치평가는 글로벌 공급망 진입 여부에 결정된다.
미국이 F-47 수출을 엄격히 관리하고 프랑스·독일 공동개발도 사실상 중단되면서, 현실적인 차세대 전투기 파트너십 후보는 GCAP 진영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도 단독 개발만을 고집하기보다 재편되는 블록과의 기술 제휴나 공동 개발 옵션을 병행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막대한 지분 참여 비용과 까다로운 기술 공유 조건은 한국 기업들이 넘어야 할 리스크 요인이다.
특히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중장기 고정익 수출 추진력,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첨단 독자 엔진 개발 로드맵, LIG D&A의 항공 전자와 AESA 레이더 연동 네트워크 기술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전환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정부가 세계 방산 4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내건 만큼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참여 여부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주가수익비율(PER) 재평가 폭도 달라질 수 있다. 유럽발 6세대 전투기 쇼크가 국내 방산 기업들의 기술 협력 기회 확대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 주가와 기업 가치 평가에도 긍정적인 추진력으로 작용할 자양분이 된다.
표준 경쟁과 기술 검증이 가를 차세대 공중전력 향방
앞으로 글로벌 차세대 공중전력 시장의 주도권 향방을 가늠하려면 세 가지 핵심 지표의 전개 과정을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첫째는 유럽 분열의 당사자인 독일과 스페인의 GCAP 추가 가입 여부다. 두 국가가 영국·이탈리아·일본 연합체에 최종 합류할 경우 GCAP는 서방 6세대 전투기 시장에서 사실상 표준 격 위상을 확고히 다지게 된다. 이는 유럽 방산 공급망의 무게중심이 완전히 이동함을 뜻한다.
둘째는 미국 F-47의 일정 준수와 기술적 완성도 검증이다. 미국이 예정대로 2028년에 첫 시험 비행을 성공리에 마치고 압도적인 스텔스 성능을 입증한다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미국의 독점적 지배력은 한층 더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독보적인 기술 격차는 후발 주자들의 진입 의지를 꺾는 요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정부와 다쏘항공이 보여줄 중장기 예산 확보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 프랑스가 공동 개발 무산 이후 독자 노선을 끝까지 완주하려면 천문학적인 수준의 항공·우주 R&D 예산 증액이 필수다.
프랑스가 독자 플랫폼 개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는 유럽 방산 공급망의 재편 속도를 결정짓는 마지막 변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