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시장이 청렴·먹거리 상징으로 만든 텃논..."전시행정" 몰아
트램 1호선도 전면 재검토...일부에선 "전임 흔적 지우기" 비판
트램 1호선도 전면 재검토...일부에선 "전임 흔적 지우기" 비판
이미지 확대보기울산시는 2024년 시청 생활정원 한편에 약 65평 규모의 논을 조성했다. 도심에서 농촌의 정취와 먹거리의 소중함을 되새긴다는 취지였다. 올해 5월 세 번째 모내기를 마치면서 시청 벼농사는 3년째를 맞았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벼에는 ‘청렴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직자가 청렴을 함께 키우고 실천한다는 의미다.
첫해에는 멥쌀과 흑미, 찹쌀 등 약 80㎏을 수확했다. 수확한 쌀은 지역 마을에서 생산한 쌀과 섞어 화합의 떡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그러나 민선 9기 출범 이후에는 당초 취지보다 조성·관리비와 공무원 업무 부담이 더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청 광장 논 3년째…상징성과 관리비 엇갈린 평가
논에는 미꾸라지와 우렁이 등을 활용한 친환경 농법이 적용됐다. 왜가리가 먹이를 찾아 날아오는 모습은 도심 생태공간의 상징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미꾸라지와 우렁이, 오리까지 들이면서 관리 범위도 넓어졌다. 일부 시민은 야생동물의 접근과 오리의 안전까지 살펴야 하는 관리 부담을 지적했다.
논 주변 조경사업의 비용 증가도 논란을 키웠다.
공개된 계약 자료에 따르면 연꽃단지 조성 공사 계약액은 4612만원에서 6731만원으로 2119만원, 약 46% 늘었다.
다만 이 금액은 논 정원 전체 사업비가 아니라 주변 연꽃단지 공사비다. 수목 이식과 연못, 논두렁, 오두막 등 관련 시설의 조성비와 연간 관리비를 모두 합친 총액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일부 공사비만 합쳐 논 정원 전체에 수억원이 투입됐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없애도 세금, 유지해도 세금
이미지 확대보기김상욱 울산시장은 지난 7일 유튜브 방송에서 시청 벼를 두고 “당장 뽑아버리고 싶은데 뽑는 것도 세금”이라며 답답함을 나타냈다.
김 시장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논을 시민 휴식공간이나 광장 등으로 바꾸면 다시 예산이 들어가고, 그대로 두면 공무원들이 벼농사를 계속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논 정원을 “일종의 전시행정”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먹거리의 소중함을 보여준다는 당초 취지에는 의미가 있다고 인정했다.
논을 곧바로 철거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 김 시장은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이미 모내기를 마친 올해 농사와 기존 시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논 정원의 존폐는 상징성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조성비와 연간 유지비, 관리 인력, 이용 시민 수, 교육·생태적 효과를 함께 공개해야 남겨둘 가치와 철거 비용을 비교할 수 있다.
순세계잉여금 2639억원, 모두 ‘못 쓴 돈’은 아니다
시청 논을 둘러싼 논쟁은 울산시 재정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울산시의 2024회계연도 순세계잉여금은 2639억원으로 전년보다 59억원 늘었다. 울산시의회도 결산 심사에서 증가 원인을 따져 묻고, 반복되는 불용액을 줄일 수 있도록 세입 추계와 예산 집행의 정확성을 높이라고 주문했다.
순세계잉여금을 단순히 ‘세금을 걷고도 쓰지 못한 돈’으로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순세계잉여금은 세입에서 세출을 뺀 잔액 가운데 다음 연도 이월액과 보조금 반납액 등을 제외한 재원이다.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힌 부분과 사업비 집행잔액, 예산 절감액 등이 함께 포함된다.
2639억원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재정 낭비를 단정할 수도 없다. 경기 변동과 재난에 대비해 일정한 여유 재원을 확보할 이유도 있다.
문제는 잉여금이 반복해서 큰 규모로 발생하는 원인이다. 세입을 지나치게 낮게 예상했는지, 추진하지 못한 사업이 쌓였는지, 시민 생활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적기에 쓰이지 않았는지를 사업별로 나눠 공개해야 한다.
시청 논과 순세계잉여금 2639억원은 직접 연결된 금액이 아니다.
다만 시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사업에는 예산이 투입되고, 다른 사업에서는 집행하지 못한 재원이 쌓인다면 예산의 우선순위를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3814억원 트램, 계속해도 비용·멈춰도 비용
재정 논쟁의 중심에는 울산 도시철도 1호선이 있다.
트램 1호선은 태화강역에서 신복교차로까지 10.85㎞를 연결하고 정거장 15곳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3814억원이며, 울산시는 2029년 개통을 목표로 수소전기트램 도입과 공사를 추진해 왔다.
김 시장은 공사 기간의 교통 혼잡과 사업비 증가, 개통 이후 운영 적자를 이유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별도 우회도로 없이 공사할 경우 대공원정문에서 공업탑로터리 방향 통행속도가 시속 22㎞에서 7.4㎞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예상 요금 수입은 연간 82억원, 운영비는 196억원으로 연간 재정부담은 114억원으로 추산됐다.
김 시장은 정확한 연구 결과가 아닌 개인적 추정임을 전제로 연간 적자가 500억∼7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울산시 추산인 114억원과 차이가 큰 만큼, 차량 감가상각과 시설 유지·보수비 등 어떤 항목을 포함했는지부터 검증해야 한다.
사업을 중단할 때 발생할 비용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미 확보한 국비 420억원의 반납 가능성과 100억∼123억원가량의 투입 비용, 차량 제작·공사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과 법적 분쟁을 들어 정상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김 시장이 국회의원 선거 당시 트램 건설을 지역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점도 비판 근거로 들었다.
트램은 밀어붙이면 끝나는 사업도, 시장의 판단만으로 곧바로 멈출 수 있는 사업도 아니다.
계속할 때 발생할 장기 운영비와 중단할 때 발생할 매몰비용을 같은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생활밀착 행정인가, 전임 시정 지우기인가
김 시장은 취임 직후 폐지된 126번 시내버스 노선 복원을 지시하고, 첫 결재로 울산민원센터 설립을 선택했다.
시청사 출입 통제도 풀었다. 이어 시청 논과 트램 등 전임 시정에서 추진한 사업의 비용과 효과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김 시장 측은 시민 불편이 큰 사안부터 손보고, 장기적인 재정 부담이 예상되는 사업은 다시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울산시의원들은 경제와 일자리 대책보다 전임 시장의 흔적을 지우는 데 행정력이 치우쳤다고 비판한다. 이미 투입된 비용과 행정의 연속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논을 남길지 없앨지, 트램을 계속할지 멈출지만으로 이번 논쟁의 결론을 낼 수는 없다.
논 정원의 조성·관리비와 활용 효과, 트램의 운영비와 중단 비용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민선 9기의 재정 재검토가 시민 생활을 위한 선택인지, 정치적 차별화인지 판단할 수 있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