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서 무작위 선발, 3차례 마라톤 회의
주민 대표 선발 자부심에 책임감..."다음에 또 뽑아달라" 부탁도
기초단체 70%가 도입... '투명 행정' 효과에 주민 직접 소통 장점
주민 대표 선발 자부심에 책임감..."다음에 또 뽑아달라" 부탁도
기초단체 70%가 도입... '투명 행정' 효과에 주민 직접 소통 장점
이미지 확대보기5개 분야 100개 공약을 놓고 서산시는 22일 기관·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보고회를 열어 실천 계획을 점검했다.
공약별 추진 목표와 연도별 실행 계획, 추진 일정, 소요 예산과 재원 조달 방안 등을 공유했다. 이어 시민 체감 만족도 향상을 위한 방안도 모색됐다. 여기까지가 관(官)의 일이고 이제 민(民)으로 넘겨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시민배심원단이 이 공약 타당성을 논의하고 예산 적정성을 따지고 사안의 시급성을 타진하게 된다.
이 확정된 계획은 비로소 서산시 홈페이지에 올라 서산시 민선 9기 공약으로 옷을 입는다. 이완섭표 공약이 확정되는 순간이다.
5개 분과 나눠 한 번에 4시간씩 세차례 회의 강행군
대부분의 기초 자치단체가 비슷한 이름의 배심원단을 꾸리고 단체장의 공약이행 계획을 사전 심의하고 사후 평가도 한다.
서산시 시민배심원 40명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규정에 따라 지역·연령·성별 등 균형을 맞춰 무작위 선발한다. 서산시청 기획예산실 관계자는 "40명 배심원은 5개 분과로 나눠 공약 사항 중요도를 살피고 적정 여부 의견을 내며 중요 안건은 투표로 결정한다"고 배심원단 얼개를 설명했다.
일부 공약은 손질된다. 작년 체육시설 공사 관련 일정이 조정 지연되는 일이 있었다며 더러 있다고 말했다.
또 배심원간 이해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 예를 들어 도로를 개설할 때 어느 지역을 통과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자신의 지역을 챙기는 '개인적 욕심'을 숨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그래서 숙의와 토론과 투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루 회의는 보통 4시간 걸리는 마라톤 회의. 이들에겐 회차 당 '수고비' 10만원이 지급된다.
배심원단을 5개 분과로 나누는 건, 특별히 경제·복지·문화 등 분야를 나누는 것은 아니고 회의의 효율을 위해 적당히 배분한 것으로 각 분과마다 훈련받은 퍼실리테이터(토론 촉진자)가 배정돼 회의와 토론을 이끈다. 이렇게 두 차례 회의를 마치고 최종 3차 회의를 열어 투표에 이른다.
시장 군수도 투명 행정·행정 불일치 해소 만족
배심원은 인기가 있다. 시장의 무게 있는 공약과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다 본다는 책임감과 지역의 대표가 됐다는 자부심이 상당하다는 것. 일부 배심원은 다음에 또 뽑아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한다.
시장이나 수뇌부도 행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받는 절차에 만족한다고 한다. 특히 행정과 주민 일상의 불일치를 사전에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은 큰 매력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한다.
이미지 확대보기12년 전 이 시민배심원제의 토대를 구축, 전국 지자체로 보급해 직접 민주주의의 싹을 틔우고 있다는 평을 받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측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공약은 일종의 주민과의 고용계약서와 다를 게 없다. 이 공약을 지자체 집행부·전문가 또는 이해 관계자들이 점검하는 것보다 지역 의회나 주민에게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제도"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기초지자체의 70% 정도가 시민배심원제나 이와 유사한 이름의 시민 참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공약을 이해 관계나 민원성 잣대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 발전의 눈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이는 직접 민주주의의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시장 군수 등 단체장들은 자신이 내놓은 공약의 문제점을 보게 되고 개선점도 찾는다는 점에서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단체장들은 주민들에게 가감없이 관련 자료 등을 보여줌으로써 투명 행정을 구현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쁜 공약은 책상에서 나온다" 토론과 숙의 존중돼야
배심원들은 대체로 크게 만족한다는 반응이라는 설명이다.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지만 '주민 대표'로 뽑혔다는 것에 우선 큰 자부심을 느끼며 책임감 또한 작지 않다고 한다.
이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골목 행정은 그 어떤 전문가보다 지역 주민이 더 잘 안다. 이 주민들에게 행정의 중요한 단면을 공개함으로써 주민과 더욱 잘 소통할 계기를 만들고 이 소통을 통해 주민 일상과 행정의 불일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단체장들에겐 배심원제가 매우 긍정적인 제도로 자리잡고 있다" 말했다.
이 총장은 '나쁜 공약은 책상에서 나온다'며 "현장을 중시하는 가운데 토론과 숙의의 문화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엄정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stoday@g-enews.com


































